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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고슴도치, 그리고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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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고슴도치, 그리고 핵'

독일 SZ "미국, 북핵포기 위해 과감한 경제지원 나서야"

"미국은 호랑이이며 북한은 고슴도치다. 호랑이가 이라크라는 적을 이기자 고슴도치는 호랑이가 '대담한 전환을 보여줄 경우' 다자협상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절됐던 북미간의 대화가능성이 다시 열린 것이다. 하지만 고슴도치의 핵개발을 저지시키려는 호랑이가 약속(제네바합의)을 지키지 않고 이 기회를 무산시킨다면 고슴도치는 다시 가시를 세워 호랑이와 싸울 태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독일 전국지 쥐드도이체차이퉁(SZ)이 15일(현지시간) 한국 민담을 곁들인 '호랑이와 고슴도치, 그리고 핵'이라는 기사를 통해 북미관계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SZ는 "북한의 다자간 대화 수용이란 입장 변화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을 통해 다시 신중한 낙관론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는 북한에 대해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먼저 경수로와 중유지원 등 미국측이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제네바합의 내용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신문은 또 "북한은 미국 정부에 요구하는 '대담한 전환'의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으나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에너지라는 사실은 북한 관료들과 얘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라며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게 하려면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과감한 경제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슴도치가 다시 가시를 세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 신문의 전망이다.

다음은 SZ 1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호랑이와 고슴도치, 그리고 핵'**

호랑이가 적을 제압하자 고슴도치가 입을 열며 나섰다. 북한 장교들은 북한을 고슴도치에 비유하기 좋아한다.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는 방어 능력이 뛰어나고 영리하다. 미국은 싸움질을 좋아하는 호랑이에 비유된다. 한국 민담에서는 고슴도치가 호랑이와 싸워 이긴다.

비유는 차치하고 외교 현안을 직접 거론하자. 지금까지 "(북미간) 양자협상"을 고수해온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다자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 정부가 대북한 정책에서 "대담한 전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 변화로 신중한 낙관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대화에 응하는 자세라면 어떤 것이든 환영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평양의 성명을 "좋은 소식"이라 지칭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양측이 협조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몇 달 동안 이라크 전쟁에 집중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싼 논의는 현재 중단된 상태이며 위기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특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분노를 금치 못했다. 북한 사람들은 미국 특사의 태도를 "오만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승리감에 도취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그 때보다 더 신중하고 외교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북ㆍ미간 상호불신의 골은 깊다. 워싱턴의 강경파는 북한 정부가 예전과 동일한 협박 수단으로 "또 다시" "대가"를 얻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1994년 제네바 합의와 관련된 이야기다. 당시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2기의 경수로 건설과 연간 50만톤의 중유 지원을 약속받았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정부는 평양에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북한측 시각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서방의 시각에서 볼 때와 다르다. 북한은 미국 정부에 책임을 돌린다. (미국이) 제네바합의를 지켰다면 2기의 경수로는 올해 안에 완공돼야 하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북한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경수로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미국이 중유 공급도 중단했을 때 원래의 "협박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원자로 재가동과 유엔 사찰단 추방,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그 이후의 일이며 따라서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협박과 도발에는 응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과 다시 협상을 하면 또다시 "대가를 지불하게 될 지 모른다"는 주장은 단적으로 틀린 말이다. 북미간 제네바합의를 통해 약속했던 사항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방도 약속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이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게 됐다.

북한은 미국 정부에 요구하는 "대담한 전환"의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에너지라는 사실은 북한 관료들과 얘기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북한은 전력난으로 거의 모든 중공업 시설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농업의 피폐화로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게 하려면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과감한 경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입장은 많이 어긋나 있다. 그렇기에 고슴도치가 다시 가시를 세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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