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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위기에 놓인 MBC '미디어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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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존폐위기에 놓인 MBC '미디어비평'

제작진ㆍ노조 "축소 안돼"ㆍ회사 "최종안 아니다"

지난 2001년 4월 언론간의 상호비평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단독프로그램으로는 방송3사중 처음 선보인 MBC '미디어비평'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MBC의 2003년 춘계 정기프로그램개편에서 폐지될 위기에 놓여 제작진과 노조, 미디어비평 평가위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MBC측은 제작진과 노조 등 현업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9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오는 14일 발표예정인 최종안에 현업 제작진의 뜻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존폐위기에 놓인 MBC 미디어비평.>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MBC가 지난 3일 현재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5분부터 40분간 방영중인 '미디어비평'을 주간뉴스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가칭)로 흡수통합한다는 프로그램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안에 따르면 '미디어비평'은 55분짜리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의 세 꼭지중 한 꼭지로 축소돼 현재 KBS가 방송중인 '시사포커스'와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방영되고 있는 KBS '시사포커스'는 격주단위로 '미디어비평'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비평의 축소나 폐지가 아니라 프라임시간대 편성해야"**

언론사가 동종업계인 타 언론사를 비판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인해 오랜 공방과 산고 끝에 탄생한 MBC '미디어비평'의 축소, 또는 폐지 계획이 알려지자 교수와 변호사, 전직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비평' 평가위원들은 8일 '이긍희 사장님께 드리는 글'이란 성명을 통해 "MBC 미디어비평을 축소ㆍ폐지하려는 개편안은 재고되어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평가위원들은 성명에서 "'미디어비평'은 이제 단순히 MBC만의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시민ㆍ사회단체, 언론계, 학계는 이른바 언론사들의 동업자 봐주기 관행인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언론사간 상호비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MBC 미디어비평이 이끌어 왔다고 평가합니다"라며 "일부 신문들의 악의적인 비방에도 불구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성역과 금기를 넘어선 다양한 소재를 다뤄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민주 언론상, 안종필 자유언론상 등 7회의 수상내역에서도 이를 확인해주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성명은 또 "만약, 미디어비평이 축소 또는 폐지되거나 다른 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긴다면, 이긍희 MBC 사장님이 반개혁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한다는 시청자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을 것은 자명합니다"라며 "오히려 MBC 미디어비평은 축소나 폐지가 아니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낮은 시청률과 타 언론사 비판 부담감이 폐지 배경**

MBC가 '미디어비평'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주요시간대로 평가받는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3%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그동안 '미디어비평'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들의 주요 공격대상으로 자리잡아 MBC로서는 껄끄러운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2001년 12월 미디어비평과 뉴스데스크 등 MBC 보도 프로그램이 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법인과 보도본부장, 취재기자 등 7명을 상대로 모두 21건에 대해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디어비평'의 축소나 폐지를 주장하는 MBC 간부들은 "프로그램이 거칠고 시청률이 안 좋아 '미디어비평'을 계속 유지한다 하더라도 매체비평방법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측의 입장은 다르다. 미디어비평의 한 PD는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중이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너무 어렵다는 평가 때문에 사이버논객들의 미디어비평 코너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프로그램의 개선과 발전은 생산적인 토론과 제작과정에서 나타나야지 시청률이 낮고 부담된다고 폐지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제작진측은 또 "이제 '미디어비평'은 MBC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돼 타 매체들이 비평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미디어면을 만드는 등 따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남들은 이제 따라하려 하는데 없애겠다니"**

김현주 부장(미디어비평 CP)을 비롯한 제작진은 자체 회의를 통해 "미디어 비평을 한 코너로 축소할 경우 매체비평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8일 '미디어비평'의 존속을 뜻을 바란다는 회사측에 전달한 상태다.

MBC 노조 또한 "미디어비평은 축소하거나 페지할 것이 아니라 보강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최승호 위원장은 "미디어비평에 대한 문제제기나 나름대로의 판단은 있을 수 있으나 축소 또는 단계적 폐지로 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직 회사측의 최종안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조정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만일 회사측이 미디어비평의 축소 또는 폐지를 강행하려 할 경우 노사동수로 구성된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요구해 정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며 "지금까지 전례로 보아 노조측이 정당한 명분을 갖고 시정을 요구할 경우 회사측이 무시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디어비평' 제작진과 노조, 그리고 평가위원단의 반발이 이어지자 회사측이 한발 물러섰다.

'미디어비평' 제작의 총괄책임자격인 강성주 보도제작국장은 9일 "애초 미디어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취지는 데일리뉴스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말단위의 위클리뉴스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으며 미디어비평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편성상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까 편성본부에서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미디어비평을 미디어포커스의 한 꼭지로 다루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현업 제작진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다시 미디어비평은 그대로 존속하고 금요일에 위클리 프로그램도 신설하자는 안을 편성쪽에 제시한 상태"라며 "미디어비평의 시간대는 편성쪽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그쪽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회사측 "개편 최종안에 제작진 의견 반영할 것"**

박신서 편성국장은 이와 관련, "처음에는 보도제작국에서 미디어포커스를 하자고 해 받아들였는데 제작을 담당하는 현업쪽에서 반발을 하니까 재검토를 해야 하는 단계"라며 "오는 14일 발표될 최종 개편안에 제작진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미디어비평의 축소 또는 폐지 움직임이 지난달 이긍희 사장 체제의 출범 이후 반개혁적인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긍희 사장도 처음에는 현업에서 반발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가 현업에서 받아들였다고 하니까 받아들인 것이지 이 사장이 미디어비평의 축소 또는 폐지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면서 "편성을 하는 입장에선 일개 팀인 미디어비평 제작진이 아니라 보도제작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박 국장은 그러나 "미디어비평이 존속될 경우 시간적 제약 때문에 보도제작국이 요구한 '미디어포커스'의 신설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미디어포커스와 미디어비평을 모두 가져가기는 어려우며 현재 MBC의 타른 방송사와 비교해서도 시사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는 이유다. 박 국장은 또 이번 개편에선 일요일 오전에 신설되는 새로운 형태의 시사프로그램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뜨거운 감자가 돼 버린 '미디어비평'은 MBC가 4월 28일부터 선보일 프로그램 정기개편에서 지난 3월 출범한 이긍희 사장 체제의 개혁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이긍희 사장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다음은 '미디어비평' 평가위원들이 8일 발표한 '이긍희 사장님께 드리는 글' 전문.

***이긍희 사장님께 드리는 글**

***MBC 미디어비평을 축소ㆍ폐지하려는 개편안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춘ㆍ추계 개편을 앞두고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개편(안)을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미디어비평'은 이제 단순히 MBC만의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시민ㆍ사회단체, 언론계, 학계는 이른바 언론사들의 동업자 봐주기 관행인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언론사간 상호비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MBC 미디어비평이 이끌어 왔다고 평가합니다.

일부 신문들의 악의적인 비방에도 불구하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성역과 금기를 넘어선 다양한 소재를 다뤄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민주 언론상, 안종필 자유언론상 등 7회의 수상내역에서도 이를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시청률 저조와 일부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등을 내세워 이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의 일부 꼭지 프로그램이나 현재의 시간대(금요일 밤 11시 15분)가 아닌 시간에 편성하는 것은 MBC 미디어비평의 영향을 받아 신문 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속속 미디어비평면과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 또는 확대하고 있는 시대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만약, 미디어비평이 축소 또는 폐지되거나 다른 시간대로 방영시간을 옮긴다면, 이긍희 MBC 사장님이 반개혁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한다는 시청자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을 것은 자명합니다.

오히려 MBC 미디어비평은 축소나 폐지가 아니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어야 합니다.

2003. 4. 8

MBC 미디어비평 평가위원 일동

김서중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
김재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전 동아일보논설위원 )
김창룡 (인제대 신방과 교수)
이재경 (이화여대 신방과 교수)
이효성 (한국방송학회 회장,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원용진 (서강대 신방과 교수)
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조 흡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주동황 (광운대 신방과 교수)
황인성 (서강대 신방과 교수)
유창선 (시사평론가)
김택수 (변호사)
한상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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