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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2차대전후 최대위기 부를 수도"

<디 차이트 분석>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경고

개전 2주일을 넘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단기전으로 끝날 듯이 보였던 전쟁은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장기전 양상으로 돌입한 상태이며 시리아와 이스라엘 등 주변국들의 동태도 심상치 않다. 혹시 이라크 전쟁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중동지역의 화약고에 불을 붙여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세계 곳곳의 우려와 신음소리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와 관련, 중동지역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한 군사전문가가 부시의 이번 전쟁으로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사(戰史) 및 군전략 전문가인 마틴 반 크레펠트 교수(헤브루대학)는 최근 독일 주간신문 디 차이트(3월 27일자)에 기고한 '이라크 전쟁: 게릴라의 미래(Die Zukunft der Guerrilla)'란 글을 통해 미국이 이번 전쟁을 조기에, 커다란 희생 없이 승리한다 해도 그것을 성공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승전 이후 이라크의 치안을 유지하면서, 이라크경제를 회생시키고, 이라크인들의 민심을 살 수 있는 민주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레펠트 교수는 그러나 미 육군의 병력 규모나 미국경제의 여력 등으로 보아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 국민들의 생활조건을 피부에 와 닿게끔 개선할 수 있는 적절한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라크에서 들어설 어떤 정부도 대중적 지지를 얻기 어려우며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며 "이러한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안정된, 그리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보장된 이라크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매우 확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조기 승리로 이라크를 점령한다 해도 후세인의 권력기반인 바트당 및 수니파 회교도들은 물론 시아파와 각 지역부족 등 이라크내의 모든 분파들이 미국을 적으로 돌려 게릴라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크레펠트 교수는 이어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르게 되면 지난 수십년간 팔레스타인인의 대거 유입으로 복잡한 인종구성을 갖게 된 요르단에서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과거 요르단을 통치했던 시리아가 실지회복을 외치며 내전에 개입하게 되고, 시리아의 개입은 이스라엘의 개입을 불러와 중동지역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 크레펠트 교수는"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의 작전이 좌절될 경우 중동지역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며 "확실한 것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매우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험을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크레펠트 교수는 지난 98년 발행된 '전쟁의 미래(Die Zukunft des Krieges)'란 책의 저자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

***이라크 전쟁: 게릴라의 미래(Die Zukunft der Guerrilla)**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의 작전이 좌절될 경우 중동지역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쟁터로 변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중동지역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상황을 가정해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전쟁은 단지 몇주동안 진행된다. 미군은 영국군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격해 바그다드를 점령한다. 사담 후세인과 그의 최측근들은 사라졌다. 그들은 죽었거나, 포로로 잡혔거나, 혹은 망명했다. 전쟁으로 인한 이라크 사회의 피해는 제한된 선에 그쳤다. 아주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하지도 않았다. 사회간접자본의 대부분은 파괴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대다수 유정들은 산화되거나 불에 타지 않았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체첸 수도 그로즈니처럼 시가전으로 파괴되지도 않았다.

이같은 상황을 가정할 때 첫 번째 던질 질문은 5백Km에 달하는 통신망을 보호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찾기 위해, 이라크 국민들은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난민들을 돕기 위해,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새로운 정부의 설립 준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을 필요로 할 것인가이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쉴새없이 이란의 움직임을 우려 속에 주시해야 한다. 미 육군 참모총장 에릭 신세키 장군은 이를 위한 병력을 20만명으로 산정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 숫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만 이는 왈가불가할 성질의 것이 아닌 듯이 보인다. 이라크 영토는 독일보다 30% 더 크다. 이라크 국민은 2천4백만명 정도로 보스니아나 마케도니아에 견줄 규모가 아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프랑스가 40만명의 병력을 갖고도 알제리를 감당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알제리는 오늘날 이라크 국민 수의 3분의 1에 불과한 인구를 갖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용기를 주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부담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것은 아니다. 미 공군과 해군은 그들의 임무를 완수했으며 따라서 남은 짐은 주로 육군의 몫이다. 미 육군은 현재 50만명 정도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다. 30년전만 해도 1백50십만명이었다. 현재 미 육군이 책임지고 있는 발칸반도와 한반도, 필리핀, 그리고 아프리카 동부의 돌출지역(아프리카의 뿔: 에디오피아와 소말리아가 위치하고 있다)을 고려할 때 미군 병력 자원이 한계선을 넘나들며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수학적인 마술을 펼쳐 보일 필요는 없다. 미 육군은 이미 지난 수년간의 신병모집에서 상당히 큰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이에 따라 학교중퇴자나 여성들의 지원을 수용하도록 강제된 듯이 보였다. 이라크란 나라가 또한 특별한 적대감이 없는 일반 관광객들에게조차 그렇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기 때문에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에 자원하도록 유도하기는 어렵다. 신세키 장군이 이같은 요소들 때문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타당한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이라크에 세울 새 정부 수립에 관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노력은 일본의 경우 천황을 통해 지원받았다. 왕위에 머물러 있던 천황은 관료들에게 미국인들과 함께 협동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독일에서는 재건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일이 연합군의 과제였으며 그밖에는 스탈린 체제가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일이 수월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들 가운데 이라크에 맞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 대신 미국은 이라크를 떠나 있는 정치망명가들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 대부분은 사담 후세인처럼 코밑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서로 싸운다는 점이 유일한 공통점일 만큼 이라크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같은 조건하에서 가능한 한 빨리-혹은 어떻게라도- 제 기능을 하는 정부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기대는 거의 헛수고가 될 것이다.

이라크를 아프가니스탄에 비교하더라도 위로가 될 만한 사례는 별로 없다.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대통령궁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몇몇 장관들처럼 피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경호원들을 배치시켜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현 아프간 상황의 종착역은 보이지 않는다.

몸서리쳐질 정도로 가난한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아마도 경제력 부족이 전후재건에 가장 큰 장애일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우 석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명한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석유가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점령비용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이라크가 해외 채권국에 지고 있는 부채규모만 1천4백억달러에서 2천2백억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여기에 신속한 단기전으로 끝나는 전쟁도 상당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에 따른 전쟁 후 재건비용을 더할 경우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이라크라 하더라도 어떻게 이같은 경제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 문제는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이 경제제재조치 해제와 함께 더 나은 관리방법을 통해 증가하고, 원유가격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을 경우 더 심각해진다. 이는 지난 85년부터 98년까지 한 차례의 짧은 중단기간을 제외하곤 이미 구현된 바 있다. 한 가지 사실은 절대적으로 분명해 보인다. 일반 이라크 국민들의 생활조건을 피부에 와 닿게끔 개선할 수 있는 적절한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이라크에서 들어설 어떤 정부도 대중적 지지를 얻기 어려우며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라크내 모든 분파들이 미국의 적으로 돌아설지도**

이러한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안정된, 그리고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보장된 이라크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매우 확실해보인다. 미국이 세울 모든 정부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라크를 구성하는 다양한 민족구성원들간의 권력다툼을 감안할 때 시아파와 수니파, 현 집권당인 바트당 추종자들, 그리고 뒤섞인 지역부족들이 모두 적으로 돌아설 것이다. CIA 전문가들이 지금도 계속 미국 행정부에 경고하듯이 이들 그룹 가운데 일부는 능동적인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다량의 중화기를 더 이상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이 말해주는 것은 게릴라 전투를 하는데 그같은 무기들은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습용 무기들과 지뢰, 대전차포, 그리고 원시적인 폭탄들은 상당한 손상을 입혔으며 미영 동맹군은 큰 피해를 보았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대량살상무기다. 현재 대량살상무기들은-사담 후세인이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후세인의 통제 아래 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질 경우 이 무기들이 누구의 손에 넘어갈지,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요르단 내전의 가능성**

베트남전쟁이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불안하게 만들었듯이 이라크에서 지연되는 게릴라전쟁은 걸프지역 국가들을 포함해 주변국들, 특히 쿠웨이트 혹은 사우디아라비아까지도 고통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더 문제가 있는 상황은 요르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압둘라 요르단 국왕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지적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가장 약한 지배자로 평가받고 있다. 요르단의 내부 권력구조는 지난 91년 압둘라 국왕의 부친인 후세인 전 국왕이 이라크 편을 들도록 강요했었다. 그때부터 요르단내의 상황은 더 나빠졌는데 이는 요르단 국민들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의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즉 짧고, 분명한 이라크에 대한 승리는 압둘라 국왕이 현 위치를 유지하도록 허용할 것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진행될 경우 요르단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시리아가 공격한다면**

요르단의 붕괴는 다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간섭을 유발시킬 수 있다. 시리아는 오늘날 요르단이라고 불리는 나라가 독립하기 전, 다마스쿠스(시리아의 수도)가 지배하던 나라이며 다마스쿠스를 구성하던 한 지방이었음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1970년 오늘날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당시 국방장관은 기회를 포착하고 남쪽 이웃국가인 요르단으로 진격해 들어갔었다. 당시 시리아는 요르단군의 강렬한 저항과, 철수를 경고하는 이스라엘 및 미군의 협박으로 겨우 물러난 바 있다. 샤론 정권하에 있는 이스라엘은 대규모의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가운데 현 기회를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하려고 다각적인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을 유발하는 단초는 이라크가 테러성향이 높은 선제공격을 취하는 데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수백명의 승객들이 탄 비행기를 지대공미사일로 쏘는 것이다. 이스라엘 비밀정보원들이 이미 이같은 공격에 대해 경고를 받은 상태일지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직 이같은 일을 실행하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의에 대해 우리는 단지 그들이 미래에도 오늘날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이러한 작전을 실행하려 할 경우 그는 미국에 의해 제지받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끝이 없는 이라크의 늪에 깊이 빠져 있는 미국 정부는 아마도 더 이상 이스라엘을 제지할 에너지를 동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전쟁에 따른 문제로 의회와 분쟁을 겪고 있고, 또는 돌아오는 여름에 대통령선거를 위한 운동기간이 시작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무엇보다 이스라엘-이집트간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혹은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다수 이집트인들보다 덜 반이스라엘적으로 알려진 이유 때문에 최소한 두 나라간의 외교관계 단절은 가시화될 것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 이집트는 이스라엘 선박에 대한 수에즈운해 통과를 금지할 수도 있다. 이는 다시 새로운 확대국면으로 치닫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초기에는 짧고 격렬하고 승리가 분명한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이를 통해 이라크 국민이 받아들일 만한 새로운 이라크 정부가 수립되고 전후 재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미군 철수가 뒤따른다면 지금까지 언급한 대다수 문제들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는 1945년 이후 이제까지 겪은 어떤 위험보다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원유공급은 중단될 수 있으며 중동 지역 곳곳은 전쟁터로 변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매우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험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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