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그다드는 우리 모두의 고향**
티그리스 강변의 바그다드는
오늘,
우리 모두의 습격당한 고향(故鄕).
수메르의 오랜 기억이
너와 나의 혈관을 타고
아득히 먼 옛날 헤어졌던
메소포타미아의 형제와 자매를 어느새 확인한다.
통곡과 살육의 도시를 꿈꾸는
백색의 정복자에게는,
그곳이 곧
<제국의 무덤>이 되고 말 것이라는
신탁(神託)의 육성이 끝내 들리지 않는다.
하여,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반환점 없는 낡은 역사(驛舍)는
사망의 계곡을 향해 달리는 야만의 종착역.
동과 서, 남과 북에서
하늘을 흔들고 땅을 치며 울리는
평화의 함성이
철갑을 두른 독수리와
사막의 사자를 기어이 떨게 한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는,
그래서 죽어가는 모든 것을 결국 소생시키는
생명의 연대(連帶)가
전설이 풍요한 고도(古都)의 밤하늘을
다시 찬란한 별빛으로 채우리라.
집을 떠난 어린 병사들이
바람처럼 포연(砲煙)을 헤치며
이윽고
행군(行軍)을 멈추는 시각,
그리하여 모든 쇠붙이를 걷어 가는 그날,
폐허에 꽃이 피리니,
숨겨두었던 바빌론의 술에 취하여
바그다드의 향연(饗宴)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
눈물의 축배를 들리라.
아,
죽임 당했던 자들 또한 모두 일어나
생(生)과 사(死)의 경계선이 사라지니
하늘의 평화가 이 땅에 온전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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