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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징집된 언론"

<미디어분석> "종군기자는 선전 담당 지원병"

미 국방부가 사상 최초로 종군기자 프로그램(임베드)을 기획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사 기자들에게 군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숨겨진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미국 담당 편집국장 라이오넬 바버는 25일 '전쟁에 징집된 언론(The media get conscripted to the fight)'이란 분석기사를 통해 미군과 함께 숙식하며 전쟁을 취재하고 있는 5백여명의 종군기자들이 '자발적 군인'으로서 미군의 선전ㆍ심리전에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그가 쓴 파이낸셜타임스 25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전쟁에 징집된 언론(The media get conscripted to the fight)'/FT**

미국의 이라크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토미 프랭크스 미군 사령관은 '이라크의 자유작전'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로마군에 대승을 거둔 칸네 전투나 나폴레옹이 숫적으로 우세했던 영국과 오스트리아, 러시아로 이뤄진 동맹군을 격파했던 아우스테를리츠 전투같은 전사(戰史)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군의 바그다드 진격속도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조용한 이라크자유작전의 특징은 치명적이지 않은 전쟁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 심리전의 목적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도덕성을 무너뜨려 민간인 피해를 줄이면서 속전속결로 전쟁에 이기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언론사에서 온 5백명 이상의 기자들이 이 작전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 미군과 영국군부대에 '임베드된'(끼워넣어진) 수십명의 기자들은 최전선 혹은 전선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 미 펜타곤과 영국 국방부는 언론에 대해 봉쇄정책을 시행했다. 언론에 대한 제한은 대부분 베트남전쟁의 유산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인들은 미군은 물론 미국 정부에서도 진실성의 파편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며, 다른 한편으로 군은 언론이 배후에서 그들을 중상모략한다고 믿었다.

펜타곤의 최근 정책은 새로운 자기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정밀폭탄과 야간전투, 육해공군간의 실시간 의사소통 등과 같은 기술적 진보를 통한 자신감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펜타곤의 자기확신은 충분한 급여를 받고 잘 훈련된, '자발적 군인들(종군기자들)'이 미국 관료주의의 일부분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개전 초기 미국 국민들은 TV를 통해 프랭크스 장군에 이어 중부군 사령부의 2인자인 존 아비자이드 중장, 그리고 20여명의 전투기조종사들과 병사들의 명료하고 확신에 찬 모습을 목격했다.

그 결과는 TV에서 나타나는 현실의 새로운 형태가 다양한 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생생한 화면에 굶주린 방송매체들을 통해 액션장면을 본다. 매체는 현대 전쟁에 맞게 교육됐다. 펜타곤 관리들은 언론이 소말리아 전쟁 때와 같이 고통스러운 장면을 계속 반복해 내보내기보다는 희생자에 대해 온건한 보도를 하기를 기대한다. 언론의 사고방식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대부분의 미국 네트워크 텔레비전들은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한 미군 포로들의 굴욕적 장면을 방송하기를 거부했다. 한 특파원은 미군과 영국군을 수송하던 미 해군 헬리콥터의 추락 장면을 (방송도 하기 전에) 곧바로 미군 조사요원에게 넘겨줬다. 그 테이프는 나중에 방송은 됐지만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통보될 때까지 방송이 보류됐다.

종군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베드 프로그램은 또 다른 간접적인 효과들을 갖고 있다. 이는 전쟁현장을 자유롭게 취재하기 위해 이라크에 온 세계 각국의 언론사 기자들의 생명을 절대적으로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미영군의 오발로 사망한 영국 ITN 특파원 테리 로이드와 두 동료의 죽음은 슬픈 사례중 하나다.

바그다드 현지에서 취재중인 기자들도 자신의 중요성이 감소했음을 목격하고 있다. 제1 걸프전 당시 CNN의 피터 아네트같은 종군기자들은 단지 그들이 최일선 전투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었다.

오늘날 대중들의 관심은 이같은 현장 특파원들로부터 미군과 영국군을 수행하는 종군기자들로 옮겨갔다. 사막을 통과하는 제7 기갑부대의 진격과 움카스르 외곽에서 발생한 영국 해군의 야간공습 등의 생생한 화면들이, 비록 최신뉴스이기는 하지만 흐릿할 뿐인 바그다드 대통령궁에 대한 폭격장면을 압도한다.

TV 기자들은 때때로 자신들의 취재대상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군 항공모함에 동승하고 있는 한 네트워크텔레비전 특파원은 폭격기 조종사에게 '당신의 '공연'(performance)에 만족하느냐'고 질문했다. 지난 22일에는 한 특파원이 빅토리아 클락 미군 수석대변인에게 미국인들이 21일 저녁 실시된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 '충격과 공포'같은 다른 '쇼'를 기대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클락 대변인은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신문기자들 또한 펜타곤의 유혹적인 특혜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이는 특히 사담 후세인에 대한 거취문제에서 사실로 드러난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의도적으로 후세인이 실종, 부상했거나 사망했을 것이라고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그의 발언들은 숨겨진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비판적 성찰 없이 매일 의무적으로 보도된다. 럼스펠드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목적은 적진을 혼란시키고 후세인과 그의 최고위 지휘관들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또 미 정보군과 특수군, 그리고 이라크군 사이에 (항복 협상을 위한) 비공식접촉이 있었다고 암시한다. 이같은 심리작전과 이라크에 뿌려진 2천5백만장의 선전 삐라, 후세인 제거작전 시도, 그리고 후세인의 권력의 상징물에 대한 폭격 등은 모두 미군 캠페인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들이다.

결국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가인 존 초그비는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최소한 3주는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 이후는 모든 것이 유동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왜 여론장악이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패배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지를 설명해준다. 이는 이라크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이라크자유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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