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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을 전쟁의 승리자로 만들라"

<한 양심적 미국인의 주장> "이라크 석유에도 손대지 말라"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 미국인 칼럼니스트가 미국은 이번 전쟁을 이라크인들의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하기도 했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21일 '이라크인들의 승리가 되게 하라(After War, Let Iraqis Triumph)'란 칼럼에서 "이 전쟁은 또한 전쟁을 둘러싼 갈등 너머의 일을 생각할 기회다. 이 전쟁에 반대한 모든 사람들은 백악관 회의실에서뿐만 아니라 여론과의 토론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제는 앞으로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는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이 전쟁을 아랍의 승리로 만들라"는 것이며 "둘째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그 이유로 "지난 7백년 동안 무슬림이 패배한 것은 모더니즘을 수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고 종교적 근본주의에 집착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전쟁 후 이라크에 총독을 세워 이라크인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탄압 받고 경제적으로 박탈당했다. 이들에게 권력의 몫을 준다면 이 전쟁은 그들의 승리가 될 것"이라는 제언이다.

그는 또 "지난해 기자가 방문한 모든 아랍 세계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동기는 석유에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며 "미국이 거대한 반미감정을 촉발시키지 않고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적대감정을 유발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라크 석유를 탐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하기 위해 잃어버린 미국의 이미지를 전쟁 후에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라는 게 양심적인 미국인이 되고자 하는 크리스토프의 고백이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21일자에 실린 크리스토프 칼럼의 주요 내용.

***이라크인들의 승리가 되게 하라(After War, Let Iraqis Triumph)/NYT, Nicholas D. Kristof**

최근 쿠웨이트의 일류 호텔들은 박하사탕을 그냥 주는가 하면 "잠재적 화학무기 공격시 행동요령"이라는 끔직한 소책자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프레스센터에서는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프랑스 빵이 나온다. 힐튼 호텔의 시원한 방에서는 미군 장교들이 랩탑을 앞에 놓고 있고 옆에는 가스 마스크가 있다.

이런 장면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위험 속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12년 전 1차 걸프전에서 한 가장 큰 실수는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설계할 때다.

이 전쟁은 또한 전쟁을 둘러싼 갈등 너머의 일을 생각할 기회다. 이 전쟁에 반대한 모든 사람들은 백악관 회의실에서 뿐만 아니라 여론과의 토론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나갈 때다.

우리 모두는 사담 후세인의 축출이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오고 중동에 안도를 안겨줄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희망에 공감한다. 이라크에서 평화를 이룩하는 일을 도와줄 두 원칙이 있다.

첫째 이 전쟁을 아랍의 승리로 만들어라.

파키스탄 학자인 후사인 하카니가 지적한 것처럼 이라크 침공이 이 나라에 새로운 새벽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논리에는 맹점이 있다. 지난 7백년 동안 무슬림이 패배한 것은 모더니즘을 수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닫고 종교적 근본주의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그리스를 패퇴시키고 서방국가들의 전복계획을 좌절시킨 터키에서는 개혁이 성공했다.

미국은 예비역장군인 제이 가너를 이라크 총독으로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폴레옹 이후 두 세기 동안 중동에 대한 모든 침공은 실패했다. 침략자에 대한 민족적 감정이 일부 원인이다.

이는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가능하면 이라크인들의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라크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탄압 받고 경제적으로 박탈당했다. 이들에게 권력의 몫을 준다면 이 전쟁은 그들의 승리가 될 것이다.

둘째 이라크의 석유에 개입하지 말라.

이라크는 경제적으로 재앙이라 불릴 정도로 가난한 나라다. 어린이의 25%는 영양 실조이고 국가 재건에는 1천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이라크 전기망을 90년대초 수준으로 회복시키는데만도 2백억달러가 든다.

일부에서는 재건작업에 이라크 석유가 한몫을 할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렇지 않다. 이라크의 산유량은 최근 몇 년간 증가한 것이 아니라 급감했다. 3월에 발행된 한 보고서(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에 따르면 현재 하루 2백80만배럴인 이라크 산유량을 정점이었던 1977년의 하루 3백50만배럴 산유량으로 복원시키는데는 2년간 60억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자가 방문한 모든 아랍 세계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동기는 석유에 있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미국이 거대한 반미감정을 촉발시키지 않고 이라크인들의 격렬한 적대감정을 유발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라크 석유를 탐내서는 안 된다. 전쟁을 하기 위해 잃어버린 미국의 이미지를 전쟁 후에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실추된 미국의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한다. 시간은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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