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폐지와 브리핑 제도 도입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연일 비판의 톤을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자뿐 아니라 중견 언론학자들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양문석 언론학 박사가 이와 관련 19일 프레시안에 18일 동아일보에 실린 성균관대 백선기 교수의 '시론'을 반박하는 글을 투고해왔다. 양 박사는 이 글에서 백 교수의 주장에 대해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공정해야 할 학자적 양심보다 보수언론 편들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는 백 교수의 글쓰기를 '곡학아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비약일까"라고 비판했다.
양문석 위원은 또 "이 글이 학계 스스로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백선기 교수의 반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양 박사의 비평 '언론학자의 곡학아세' 전문과 백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시론: 언론정책, 국민에 등돌리나'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언론학자의 '曲學阿世'?-동아일보 시론, 백선기 교수의 '언론정책, 국민에 등돌리나' 비판**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의 '아마추어정신' 때문에 실제 한국 언론 개혁의 대표적인 문제였던 '출입처관행'과 '기자실 및 기자단' 문제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몇가지 기술적인 보완만 있었더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었는데, '신보도지침' 논쟁에 휘말린 것은 이 장관의 책임이 크다. 그 책임 중 '하이에나정신'으로 무장한 일부 보수신문들의 '악쓰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설익은 내용의 섣부른 발표는 전적으로 이 장관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하지만 그 골격과 정신은 분명히 언론계에서 관철되어야 할 점이다. 한데 그 정신마저 훼손하며 몇몇 '원론 언론학자들'이 과거 자신들이 주장했던 기존의 '출입처관행'에 대한 논문을 뒤집는 '인터뷰'가 보수언론의 지면에 지난 며칠간 줄을 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중견학자 중 거의 유일하게 백선기 교수가 일간지 시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글은 3월18일자 동아일보 "언론정책, 국민에 등돌리나"를 쓴 백선기 교수의 시론에 대한 비평이다. 현재 정부의 언론정책이 갖고 있는 긍정성이 부정성보다 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특정정당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 중견 언론학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에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
수십년 동안 언론학계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어떤 부분보다 폭넓게 공감하는 출입처 관행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는 지적하지 않고, 몇몇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실수한 측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공정성의 문제에서도 크게 위반된다. 그래서 백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살펴보고자 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런 언론정책들은 과거 부정적이라고 인식되던 관행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인식되어 환영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의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3월 11일부터 터져 나온 정부의 대언론 시각과 정책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신문가판의 정부 구매 금지, 특정 언론과 대통령의 개별 인터뷰 사양, 기자실 중심이 아닌 브리핑 제도 도입 등에 대해 환영받기도 하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3월 11일부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백 교수는 주장한다.
하지만 백 교수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이 정부의 언론정책에 의혹을 제기했고, 그 의혹이 최근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의혹'이 '사실'로 전환하는 근거는 백 교수 글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사실로 드러났다'는 단언적인 주장이 혹시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의 주장'에 근거한 판단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언론학자의 판단근거가 혹시 이들의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권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걱정?**
"앞으로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 같아 아주 걱정스럽다. 언론과 정부가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현재와 같이 언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정부와 언론은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해 주며, 서로가 동반자적 관계임을 인식해주기 바란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사회)환경감시기능'이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생명이라는 뜻이다. 한데 이런 언론의 기본 기능을 무시하고,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하는 것은 곧 '정언유착시절'을 그리워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언론학자가 감히 꺼내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또한 '동반자'는 웬 말인가. 감시의 대상이고 비판의 대상인 정부와 언론이 어떻게 동반자적 관계인가. 동반자의 다른 표현은 '권언유착'이며, 이는 '언론학의 근본'을 부정하는 '부적절한 주장'이다.
***유리한 수치는 선택하고 불리한 수치는 배제?**
"언론을 무조건적으로 '오보의 근원'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0년 한국언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언론의 오보의 가장 큰 원인은 '기자의 부주의'(40.0%)와 '언론사간의 지나친 경쟁'(28.8%)이다. 현 정권이 우려하듯 '의도적인 오보'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경쟁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가 오보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백 교수는 최근의 현상에서 대해서는 '눈 딱 감고' 4년전의 자료로 '오보의 근원'이 언론이 아님을 주장한다. 4년전의 자료도 문제지만, 기자의 부주의와 언론사간의 지나친 경쟁은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또 누가 '무조건적으로 치부'하고 있는가. 아무도 '무조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백 교수가 지어내 말하고 백 교수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무리한 주장을 펼칠 뿐이다.
또 설령 기자 개인의 문제나 언론사간 경쟁의 문제가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 교수는 자신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선택하고 불리한 수치는 배제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근거로 제시한 '2000년 한국언론위원회 보고서'의 일부분만 인용한 것이다. 백 교수가 인용한 위의 보고서 277쪽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오보가 발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①사실관계 미확인 61.7% ②기자의 실수 부주의 22.0% ③구조상 제약 11.7% ④취재원의 실수 4.6%로 나타났다.(한국언론연구원, 1999) 또한 전문위원들의 조사결과를 보면 언론인들은 오보의 원인으로 ①기자 부주의 40% ②언론사간 지나친 경쟁 28.8% ③기자의 전문성 결여 13.2% ④취재원측의 잘못 11.0% ⑤마감시간 임박 7.0% 등을 들었다."
한국언론연구원의 데이터인 '사실관계 미확인 61.7%'를 의도적으로 빠뜨렸다. '사실관계 미확인'은 추측보도의 일환으로 '예견된 오보'이자 '의도적 오보'이다. 이 보고서는 기자의 사소한 부주의는 22.0%밖에 안됨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백 교수는 같은 페이지 같은 문단에 있는 '한국언론연구원'의 데이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전문위원들이 만든 데이터만 인용함으로써 '사소한 부주의'가 2배가량 많은 40%만 언급함으로써, '의도적 오보'가 아니라 '사소한 실수'임을 강조하는 '무리수'를 둔다. 이 문제는 과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불리한 데이터는 배제했다는 비도덕적 행위로 비판받을 수 있다. 언론의 관행 중 '선택과 배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언론인의 윤리인데 학자가 '선택과 배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적 배제'를 단행했다면 이는 학자의 양심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는 사안이다.
***알 권리는 이현령 비현령?**
"정부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정부 또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획득하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이 언론에 위임해 줌으로써 성립된 개념인 '알권리'가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거리처럼 '아전인수'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보수언론이 기존의 취재관행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 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한데 백 교수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땅장사, 주식장사 등 정부의 주요정보를 사전에 빼내 온갖 못된 짓을 자행해 왔고,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자사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정보를 독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으며서 상부에 올리는 '정보보고용'으로 활용해 왔던 관행은 무시해도 되는 사안인가.
백 교수가 인용한 보고서 166쪽이 이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 교수의 글에서는 빠져있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신문윤리실천요강 제2조 취재의 준칙에 규정된 규범들의 준수실태만 보아도 그러하다. 예컨대 제2조 제1항은 '기자는 신분을 위장하거나 사칭하여 취재해서는 안되며 문서ㆍ자료ㆍ컴퓨터 등에 입력된 전자정보ㆍ사진ㆍ기타 영상물을 소유주나 관리자의 승인없이 검색하거나 반출해서는 안된다. 다만 공익을 위해 부득이한 경우와 다른 수단을 통해 취재할 수 없는 때에는 예외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2000년위원회 전문위원들의 조사연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기자들의 약 65%가 신분을 위장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런 폐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언론사의 입장만을 두둔하려고 하는 특정정치세력과 일부 언론학자들의 태도가 비판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위의 글이다. 백 교수도 동일한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수치만 선별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전체 내용을 지배하는 것도 인용문도 어떤 목적을 갖고 선별적으로 사용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덧붙여 자신의 근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사설에 자주 언급되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라는 위협기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언론학자의 글솜씨 답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전체적으로 백 교수는 현재 정부의 언론정책에서 대해서 거의 이성을 잃고 기존의 '관행'을 사수하고자 하는 일부언론의 입장에 동조했다. 몇몇 기술적인 측면의 문제로 인해 정부의 언론정책 전반의 개혁적 성격을 폄하하면서 본질을 은폐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어떤 지적도 없다는 것은 편파적이다. 또 수십년간 언론학계 등에서 끊임없이 비판해 왔던 출입처 관행과 기자실 기자단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본질적 문제를 '정부와 언론간의 갈등' 또는 '취재자유 제한'이라는 성격으로 왜곡시킨 것이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공정해야 할 학자적 양심보다 보수언론 편들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는 백 교수의 글쓰기를 '곡학아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비약일까.
백 교수는 전문위원으로 직접 참여한 '한국언론의 좌표-한국언론2000년위원회 보고서'의 7장 '취재와 편집'에서 주장하는 정신과 상당히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대해, 혹시 시간나면 이 보고서를 자신의 주장을 포장하는데만 이용하지 말고, 전체를 '정독'함으로써 스스로 성찰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가 주장한 일부(168쪽)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백 교수의 반론을 기대한다.
"취재원은 보도자료의 내용을 어떻게 구성해 기자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을까? 2000년위원회 전문위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①기사의 주요 내용이 될 만한 사항을 사실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약 61% ②사실뿐 아니라 의미와 해석까지 보도자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약 32% ③간략한 정보만 넘겨줄 뿐, 따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제공하지 않는다 약 6%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원의 약 93%가 취재기자들에게 이른바 '통조림뉴스(canned news)'를 제공한 셈이다. 기자들은 이 '통조림뉴스'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화하면 된다. 특히 홍보에 더욱 중점을 두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취재원은 기자가 쓰는 기사보다 더 완벽한 기사를 만들어 기자에게 제공하려는 현실을 감안할 때 '통조림 기사'는 기자에게 더 없는 편의를 도모해 주는 것이지만 그 속에 어떤 독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것은 독자들을 오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기사는 발로 써라"는 오랜 취재의 관행을 지금 새삼스럽게 강조하게 된다. 2000년위원회 간담회에서도 요즘 기자들이 취재를 게을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 양문석
2003. 3. 18
다음은 백선기 교수가 동아일보 18일자에 기고한 시론 전문.
***[시론]백선기/언론정책, 국민에 등돌리나**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언론학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현 정권과 언론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정부와 언론의 건전한 긴장관계'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부정적 언론현상들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언론과 취재원간의 부정적 유착관계의 원인이라고 인식되던 신문의 '가판'을 정부가 구매하지 않기로 했고, 특정 언론과 대통령의 개별 인터뷰도 사양하며, 정부와 언론의 접촉방식도 기존의 기자실 중심이 아니라 대변인의 '브리핑' 제도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러한 언론 정책들은 과거 부정적이라고 인식되던 관행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인식되어 환영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 의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부 최근 조치 노림수 의혹**
이러한 의혹들이 3월11일부터 터져나온 정부의 대언론 시각과 정책에 의해 사실로 드러나자, 언론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론에 대한 '오보와의 전쟁'을 언급했고, 13일에는 언론의 오보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면서 이를 각 정부 부처에서 참고할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마침내 14일 문화관광부에서 기존의 기자실을 폐쇄하고 기자가 일반 집무실을 다니면서 취재원을 만날 수 없도록 했으며, 주 l회 공식 브리핑을 통한 자료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것 같아 아주 걱정스럽다. 언론과 정부가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현재와 같이 언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먼저, 언론을 무조건적으로 '오보의 근원'으로 치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0년 한국언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언론의 오보의 가장 큰 원인은 '기자의 부주의'(40.0%)와 '언론사간의 지나친 경쟁'(28.8%)이다. 현 정권이 우려하듯 '의도적인 오보'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경쟁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가 오보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출입처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일견 환영할 만하다. 기존의 기자실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폐해는 기자와 취재원의 밀착에 따른 보도내용의 훼손이었다. 기자실을 접점으로 하여 언론과 정부는 서로에 영향을 주고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실을 폐쇄하려면 다른 취재 창구를 열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 있다. 공무원에게 '공식적 장소 이외에서는 기자와 만나지 못하고, 기자와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은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과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막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지지 잃는 결과 낳을 것**
셋째, 현 정부는 브리핑제도를 정보제공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에는 제도적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주 1회'라는 횟수는 보다 늘어나야 하며, 브리핑 자리는 정부의 일방적 자료 제시가 아니라 언론과의 교류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돼야 한다. 지나치게 브리핑 횟수를 제한하거나 일방적으로 정부의 홍보만을 강요하려 한다면, 정부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는 정부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정부 또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획득하기 힘든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요컨대 정부는 기존의 부정적 언론관계는 개선하되, 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언로(言路)'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지양했으면 한다. 정부와 언론은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해주며, 서로가 동반자적 관계임을 인식해주기 바란다.
백선기 성균관대 교수ㆍ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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