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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북미 양자ㆍ다자회담 동시 제안하라"

나이 전 차관보 "'이라크전 이유로 북한 방치'는 잘못"

이라크 전쟁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도 북한 핵위기는 계속 고조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각각 양자간 직접대화 혹은 다자간 대화라는 전제조건만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북한은 이라크 사태에 미국이 전념하는 기회를 틈타 위기고조전략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북정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한반도 위기를 방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이라크 전쟁이 끝날 경우 한반도 핵위기는 더욱 세계의 주목을 끌게 될 것이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시간상의 제약까지 더해져 더욱 심각한 위기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문제전문가로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장인 조세프 S. 나이(Nye)가 1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기고한 논평의 제목이 바로 '모래시계가 다 돼가고 있다, 즉 시간이 얼마 없다(Hourglass Runs Low)'는 것이다.

'미국 국력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American Power)'의 저자이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의 안보전략을 구상한 '나이 보고서'로 잘 알려진 나이 원장은 "(이라크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시간이 우리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 백악관은 걸프전에 성공하면 우리의 대북 협상력이 강해진다고 느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이라크에만 집중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며 "만약 북한이 대이라크 전쟁 초기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하면 미국이 가장 방심한 사이에 결정적인 선을 넘어가 버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즉 "부시는 이런 모험을 해서는 안 되며 그 대신 자존심을 꾹 참고 너무 늦기 전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원장은 "특히 부시는 대화가 진행중이고 북한이 재처리에 들어가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원장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아시아 순방 때 그 지역 국가들이 미국을 지원할 의사는 있으나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해 주길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미국 정부는 북미간 양자회담과 다자간 회담을 제의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참가하길 원하지만 이들을 대화 시작 지연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안전보장과 수교, 김정일 정권의 개혁과 생존을 가능케 해줄 세계시장과 재원마련 등 일련의 단계가 수반되는 길을 제시하는 한편,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종결을 얻어내야 한다는 게 나이 원장의 결론이다.

그는 "북한이 이들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길도 있겠지만 정권 존립 가능성은 어둡다"며 "우리가 북한과 마주 앉아 이런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핵위협에 대한 대처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나이 원장이 12일 LAT에 기고한 논평의 주요 내용.

***'시간이 얼마 없다(Hourglass Runs Low)'/LAT, Joseph S. Nye**

북한은 주민을 억압하고, 국제 협약을 어겼으며 핵무기 개발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것을 지역 문제라고 하지만 평양이 앞으로 몇주 후 플루토늄 재처리에 들어갈 경우 이 문제는 이라크보다 더 시급한 국제 위협이 될 것이다. 북한보다 이라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결정은 미국의 전쟁 억제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북한의 대미 억제력이 먹히고 있는 상황이다. 1만1천기의 대포를 비무장지대(DMZ) 지하에 숨겨두고 있는 북한은 대량파괴무기 없이도 서울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클린턴 정부는 1994년 북한의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는 수사(修辭) 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더욱 강경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취임했다.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경멸감은 남북한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금 부시 행정부는 진퇴양난에 부딪혀 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은 군사행동을 원치 않고 있으며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이용해 벼랑끝 핵 전술을 펴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킨 94년 기본합의를 위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 무기사찰단을 추방하고 원자로를 재가동시켰다. 만약 북한이 영변의 폐연료봉 재처리에 들어갈 경우 6개월내에 6개의 핵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해 10년 전에 이미 생산한 핵무기 1-2개에 해당하는 플루토늄을 늘릴 수도 있다.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이용, 북한은 오늘 당장이라도 서울이나 도쿄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행정부 일각에서는 재처리가 뭐 대단할 게 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북한의 핵 재처리는 일본의 비핵 입장을 바꿔놓을 수 있고, 쓰고 남아 알 카에다에게 팔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북한이 보유하게 됨을 의미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그리고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반면 나쁜 행동에는 보상하지 않을 것이며 다자간 구도에서만 대화에 응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중국이 미국의 대북정책를 위해 위험을 무릅써주길 기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상반된 목표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바라지 않지만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도 원치 않는다. 중국은 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돼 있다고 주장한다.

부시 행정부는 시간이 우리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요즘 워싱턴의 관심이 이라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백악관은 걸프전에 성공하면 우리의 대북 협상력이 강해진다고 느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이라크에만 집중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만약 북한이 대이라크 전쟁 초기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시작하면 미국이 가장 방심한 사이에 결정적인 선을 넘어가 버리게 된다. 부시는 이런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자존심을 꾹 참고 너무 늦기 전에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부시는 미국이 북한에 폐연료봉 재처리를 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특히 부시는 대화가 진행중이고 북한이 재처리에 들어가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아시아 순방 때 그 지역 국가들이 미국을 지원할 의사는 있으나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해 주길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정부는 북미간 양자회담과 다자간 회담을 제의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이 참가하길 원하지만 이들을 대화 시작 지연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한에게 장차 생길 수 있는 일의 예상 지도를 그려야 한다. 안전 보장, 수교, 김정일 정권의 개혁과 생존을 가능케 해줄 세계시장과 재원마련 등 일련의 단계가 수반되는 길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지불해야 할 대가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종결이다. 북한이 이들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길도 있겠지만 정권 존립 가능성은 어둡다. 우리가 북한과 마주 앉아 이런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핵위협에 대한 대처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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