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수집력을 가진 미국도 폐쇄국가인 북한을 상대로 한 정보전에서는 고전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특히 현 북핵사태의 경우,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정보는 "어림짐작(guessimg)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USA 투데이가 11일 보도했다.
USA 투데이는 이날 미국의 대북 정보능력을 1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북한의 핵능력과 진정한 속셈은 여전히 미스터리"라며 "북한은 아직도 미 정보당국으로 하여금 어림짐작을 계속하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 카네기재단의 조셉 시린시온은 “모두 추측일 뿐이다. 북한이 무얼 갖고 있는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구체적인 실례로 복수의 미 고위 정보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CIA는 북한이 농축우라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공장의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고 보도했다.
또 CIA는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할만한 정보는 갖고 있지 못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다면 다단계 미사일 대포동 2호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에 성공했는지, 또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 뚫어 놓은 땅굴이 몇개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미 정보기관은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지난 2일 북한 전투기가 미 정찰기를 기동 차단한 이후, 정찰기에 의한 대북 정보수집 활동이 잠정 중단해 가뜩이나 취약한 대북 정보수집능력이 더욱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은 "북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국지적인 정밀폭격에 대해 김정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미 정보기관의 최대 과제는 핵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목적이 대미협상과 핵무기 보유 중 어느 쪽인지를 확실한 결론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마지못해 고위 정보 관계자들의 비관적인 판단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보유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나 "미 정보당국은 북핵사태를 둘러싼 북한의 도발수위가 잇따라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핵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
***'미국의 대북정보는 어림짐작 수준(N. Korea keeps U.S. intelligence guessing Secretive regime's nuclear capability - true intentions - still a mistery)' / USA 투데이, 11일자**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의 어조는 자신만만했다. 북한 공산군의 전력이 한국군 수준으로 대폭 향상되지 않는 한 북한 남침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unlikely)"고 했다. 보고서 작성 일자는 1950년 1월 13일. 6개월 후 북한군은 물밀 듯 서울로 밀려 와 한국군을 제압했고 유혈의 3년 전쟁이 시작됐다. 존 맥로그린 CIA 부국장은 이 정보 보고서의 “수명은 매우 짧았다”고 냉담하게 말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북한이 미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때에 미국 정부기관들은 다시 한번 한반도 전쟁 위험을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이 점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50여년간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던 1950년 전쟁평가보고서에 비견될 만한 정보 착오는 없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위험한 정권의 하나로 남아있으며 미 정보 전문가들의 허를 찌를 수 있다.
CIA와 미 국방부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전투 전략과 전술, 미사일 생산과 시험, 핵무기 개발, 예측불허의 김정일의 성격에 이르는 귀중한 비밀 정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북 집중 노력과 정보 수집 능력의 대폭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보 기관은 핵심 정보를 뽑아내 북한 독재체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CIA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모른다고 2명의 고위 정보 관계자들은 말했다. 또한 CIA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지만 확증은 찾지 못하고 있다.
CIA는 2년 전부터 북한이 1~2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북한 내에 CIA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정보 출처(human sources)가 없어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2명의 미 정보 관계자들이 말했다. “이건 모두 추측일 뿐이다. 북한이 무얼 갖고 있는지 정말 아무도 모른다”고 카네기재단의 조셉 시린시온은 말했다.
***전자 소음을 숨겨**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사석에서 북한에 대한 전자 도청이 갈수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해 왔다. 북한이 민감한 군사 통신을 위해 지하 광케이블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청시스템은 무선과 극초단파 신호만을 잡을 뿐, 광케이블을 통한 통신은 잡아내지 못한다. 럼스펠드 장관은 또 북한 내에 인적 정보원이 없는 것을 걱정한다. 북한에서는 정보가 엄격히 통제되고 억압이 심해 스파이 행위가 극히 위험한 직업이 되어 있다.
부시 정부가 우려하듯 북한이 영변 핵 단지에서 원자로 폐연료봉을 핵무기용으로 재처리하기 시작할 경우 미 정보기관은 플루토늄이나 새로 만든 핵무기를 추적할 길이 없을지 모른다. “야구공 크기의 플루토늄 덩어리 몇 개가 영변에서 밀수출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클린턴 정부 때 국방부 고위 관리로 북한 문제를 다룬 애쉬턴 카터는 말한다. 그는 이어 “핵무기용 플루토늄-239는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방사선이 강하지 않으며, 적발이 가능한 신호물질을 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핵 활동 흔적을 찾아낼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은 공군 RC-135S “코브라 볼” 정찰기에 탑재되어 있는 특수 감지 장치다. 그러나 3월 2일 북한은 또 한번의 충동적인 벼랑끝 전술을 구사, 북한 전투기 4대가 한반도 공해 상공에서 ‘코브라 볼’ 1대를 차단 기동했다. 당시 북한 전투기들은 미국 정찰기에 15미터까지 접근하여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정찰기를 20분간 미행하다 사라졌다.
미 국방부는 더 이상의 대결을 우려하여 정찰 비행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상당한 취약했던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은 더 악화됐다.
미 정보기관의 최대 과제는 북한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절박하게 가난한 북한이 굶주리는 주민에게 줄 돈, 연료, 식량과 정권에 대한 정치적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핵 위협을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미국의 선제 공격을 막기 위해 정말 핵무기를 원하는가?
부시 행정부는 마지못해 고위 정보 관계자들의 비관적인 판단을 받아들이고 있는 눈치다. 이들은 수 십년의 노력 끝에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무기를 북한이 대화를 통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지 테닛 CIA국장은 지난달 의회 증언을 통해 김정일의 핵 공작은 “그가 워싱턴과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즉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관계를 협상하려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방정보국(DIA) 국장인 로웰 E. 제이코비 해군중장도 이에 동의했다. “평양의 핵무기 야망은 쉽사리 포기되지 않을 장기 전략목표를 반영한다.”
그러한 평가는 북한이 던지는 가장 어려운 도전, 즉 폐쇄적이며 예측을 불허하는 독재자의 의중을 간파해야 한다는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30년 동안 CIA에 몸담아 온 나는 (북한을) 미국 첩보역사상 최장기적인 정보상의 실패라고 부르곤 했다”고 CIA에서 은퇴한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던 도널드 그레그 전(前) 대사는 말한다. 그는 1998년 한 인터뷰에서 “북한은 추적하기에 매우 어려운 표적이다. 우리는 뛰어난 정찰위성과 공중촬영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간의 머리 속은 들여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고립으로 정보활동 난관에**
북한의 외교고립은 대북 정보수집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평양에는 미국 대사관이 없으므로 북한에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해 CIA 요원들을 배치할 기회가 없다. 그 대신 CIA는 한국정보, 또는 평양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민감한 정보는 선택된 소수에게만 국한시킨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미국 외교관들과의 접촉이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소련의 종속국이 아니기 때문에 김정일의 생각에 관한 정보를 러시아로부터 간접적으로 입수하기도 어렵다.
미 정보당국은 정찰위성의 일일 정보수집활동, 전자도청, 꾸준히 이어지는 탈북자들, 한국의 정기적인 정보제공, 그리고 소수의 북한 내부 인적 정보소스들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핵심 의문사항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머지 않아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농축 공장의 소재지는 어디인가? 북한이 작년 가을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함으로써 현 위기가 촉발되었다. 북한이 땅굴파기에 능란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공장은 지하에 건설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찰위성 사진전문가들은 우라늄가공에 필수적인 대량의-용도가 확인되지 않은-전력공급 증거를 찾고 있다.
● 북한군은 남북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지하에 얼마나 많은 땅굴을 파 놓았을까? 주한미군사령부는 30개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우연히, 또는 미약한 굴착음까지 탐지할 수 있는 정밀 토양침투 레이더 및 음향탐지기로 발견된 것은 4개뿐이다. 일부는 길이가 1마일이 넘는다.
● 북한이 이미 한두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CIA추정이 정확하다면 그것들은 미국 서해안 도달이 가능한 다단계 미사일 대포동 2호에 적재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가 가벼울까? CIA의 최신 평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 11월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신형 대포동 2 ICBM이 언제라도 시험 발사될 태세에 있을지 모른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코브라 볼 정찰기는 미사일 발사 또는 실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장치를 구비하고 있어 그러한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북한 근해 상공에서 정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매우 어려운 표적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핵 관련 특사였으며 지금은 파기된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약속을 얻어낸,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협상했던 미국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의 말이다. “유일한 정보원(源)은 한국 정보소스인데,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측이 전해주는 정보에 큰 의문을 품어 왔다.” 냉전 말기 이후 내내 우려됐던 것은 변화하는 정치기상에 따라 한국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과장 혹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미 정보기관의 장기인 적국 군사력 평가에도 구멍은 있다. 카터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했던 1979년 CIA와 DIA는 북한군의 규모에 관한 당초의 추산을 두 배로 늘였다. 중국이 제공한 보고에 근거한 것이었는데 당시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가 가져올 (한반도의)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군에 관한 추산을 또다시 대폭 높였다. 1990년대까지 한국과 동아시아 전문가로 일한 전 CIA 분석가 켄트 해링턴은 이렇게 밝히면서 “이제는 북한군의 규모와 능력을 알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실수는 1998년 북한이 3단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CIA가 모르고 있었던 경우다. 이 로켓은 4천 마일을 비행했으나 민간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채 태평양에 떨어졌다. 그러나 북한이 다단계 로켓을 설계하고 발사했다는 사실은 미국을 놀라게 했다. 평양이 어쩌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만들 수 있지 않나 하는 우려까지 나왔다.
물론 미 정보기관이 북한 정보 수집에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26일 미 첩보위성은 가동이 중지된 영변 원자로에서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 것을 탐지했다. 이를 근거로 CIA는 북한이 플루토늄 계획의 주요 부분인 원자로를 재가동했음을 백악관에 보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6월 한 망명자의 제보에 따라 미 정보기관은 당시까지만 해도 비밀로 되어 있던 북한 우라늄 계획을 알아냈다. 정보기관은 무역거래 기록과 파키스탄 정부의 정보에 입각하여 북한의 농축 우라늄 연구계획에 관한 정보는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새 정보는 북한이 연구 단계를 넘어 본격 생산시설을 완료하는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저항 신호인가?**
최근 우리 정보기관이 거둔 성공 중 일부는 미 정보기술의 향상에 그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워싱턴 당국에 강경한 신호를 보내고자 하는 북한측의 의도와 더 관련이 있다. 핵무기 보유의 목적은 억지, 즉 자신에 대한 적의 공격을 단념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북한은 국제 핵 사찰관들을 추방하고 플루토늄 작업을 재개하는 등 고의적인 도발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첩보위성들은 지난 달 영변 원자로 주변에서 트럭 이동을 분명히 포착했다. 이것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이 핵폭탄 제조에 사용하려고 오랫동안 저장해온 핵 폐연로봉을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만들기 위해 재처리를 명령했다는 우려를 갖게 만들었다. 그 후 미국의 정보기관은 재처리 작업이 언제라도 시작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기술적 수단에 의해 수집된 엄청난 양의 정보와, 미미하지만 지속적인 탈북자들로의 정보에도 불구하고, 북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국지적인 정밀폭격에 대해 김정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국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방안”이 탁상 위에 있다고 확실히 말했지만 북한을 공격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한가지 점에 대해서는 미 정보기관들은 거의 의문을 두지 않는다. 즉,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한미 양국의 약 2백만 대군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만큼 재앙적인 전쟁의 위협이 그토록 직접적인 곳은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국방정보국의 제이코비 부장은 “한반도의 전쟁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며 거의 아무런 사전경고 없이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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