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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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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

[윤재석의 '쾌도난마']<27>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라는 자, 참 희한하다. 지구촌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한민국의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주인이 자기 집 담 허물려 흔드는 격.

김종대, 그는 지난 15일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 일성으로 현행 통합 건강보험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의보 시스템 파괴자다. 1989년 국회에서 통합 건보시스템이 통과되자,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이었던 그는, 노태우 대통령을 부추겨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 (☞관련기사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거든?" 참조)

그 때문에 통합 건보시스템은 11년 뒤인 2000년 DJ 정권에서 시행된다. 그는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헌재 판결에서 '위헌'으로 낙착될 경우,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다시 쪼개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의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다. MB 정권은 의료 민영화와 영리법인 도입도 도모하고 있다. 거기까지 가면, 우리는 의료 후진국 미국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 서민 대부분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상위 10%만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호화판 의료 서비스를 향유하고 90%는 미국의 서민처럼 의료 혜택 사각(死角)에 놓이게 된다.

서가에 먼지 쓰고 있는 책 펼치다

문득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간다.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 무려(?) 6개월 전에 나온 이 책은 출간 당시 미디어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지만, 요즘 우리의 건보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는 세력이 준동하면서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는 풍설이 있을 정도의 노작(勞作).

▲ 피델 카스트로

이 책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한 이래, 반세기 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카리브 해 연안의 빈국, 쿠바에서 실시되고 있는 지상 최고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부하고 있다.

우선 패밀리닥터(가정주치의 시스템)로 불리는 1차 진료 전문의 제도. 나라에서 하숙비까지 댈 정도로 100% 무료로 의과대학 수업을 받고 배출된 이들은, 도시 변두리부터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98%에 달하는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쿠바 건강전선을 지킨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 파수꾼인 동시에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 담당 환자들을 상시 돌보고 있다. 이들에겐 여권도 발급되지 않는다. 이들이 맡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선 해외여행이 불가하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엘 메디꼬> 포스터
마을마다 상주하는 가정주치의

그런 상황은 지난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다큐멘터리, <쿠바 음악의 기수, 엘 메디꼬(El Medico, The Cubaton Story)>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화에서 가수를 꿈꾸는 가정주치의 엘 메디꼬는 스웨덴에서 온 제작자의 꾐에 빠져 해외 공연을 시도하나, 예의 패밀리닥터 근무지 이탈불가 규정에 따라 여권발급을 받지 못한 채 좌절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쿠바의 환자 대 의사 비율은 165명당 1명, 세계 1위다.
"복지의료는 국가의 책무이며,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갖는다"는 1960년의 선언을 실천·실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7명이지만, 쿠바는 6.2명이다.

다음, 암 치료부터 심장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료 행위가 전부가 무료로 이뤄진다. 참고로 미국에선 맹장수술에만 3000만 원이 들어간다. 미국 인구의 12%인 4300만 명에게 의료보험이 전무하다는 통계도 대비된다.

의료 시스템, 기술 모두 최상

뿐만 아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쿠바 의료진은 세계 여러 나라의 환자들을 쿠바로 유인해 짭짤하게 외화벌이를 할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극빈층에겐 무료 진료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

바이오 공학의 연구에 박차를 가해 자체 개발한 항콜레스테롤제나 B형간염 백신은 세계적으로 그 성가를 인정받고 있고, 쿠바가 작성한 대체 의료 철학 기준은 유엔이 주요 5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택한 바 있다.
쿠바는 자체 개발 백신을 사용하는 빈국엔 로열티(기술특허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의 악랄한 돈 챙기기와 대비된다. 이 모든 건 카스트로가 극빈의 국가 재정 상황에서도 과학과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총체적 의료 시스템은 서방국가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 영국 하원 건강특별위원회는 쿠바를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 '예방중시와 커뮤니티 의료에 토대한 의료제도'에서 쿠바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극찬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제창한 그로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도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체계적인 복지의료를 향한 노력이 있고, 그것이 전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구촌 전역이 쿠바의 인술 대상

쿠바의 인술은 국제적으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쿠바는 1500명의 의사로 국제 의료봉사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의 호의를 거절했다. 쿠바는 이 의료단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인원을 더 늘렸다.
히말라야 산중으로부터 남미의 정글까지 2만5000여 명에 이르는 쿠바 의사들이 68개국을 누비며 인술을 베풀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구촌의 색안경은 이내 쿠바 의료진의 진정성에 의해 벗겨졌다.

쿠바가 시행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의술'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바로 카스트로의 동지인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델 라 세르나.
그는 생전에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 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蓄財)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 체 게바라
쿠바 의료 기저엔 체 게바라 철학

그의 마음은 오늘날 쿠바 의사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간직돼 있다. "(혁명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 의대생의 말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공무원 시절 유기농 자급을 배우기 위해 쿠바 시찰을 나섰다가 의료 천국 쿠바의 진면목을 보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앞선 농업 정책과 교육 정책 등에 관한 책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쿠바 의료복지의 생생한 모습을 기술해 현장감이 돋보인다.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의사의 3분의 2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던 쿠바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 파헤치면서 저자는 무상교육과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을 취재해 책에 넣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토머스 케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부키 펴냄).

*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주저말고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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