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공동개발 제휴 환인제약ㆍ싸이제닉**
바이오벤처기업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제약회사가 상품화에 나섰다.
환인제약(대표 김긍림)과 싸이제닉(대표 이희설)은 13일 신약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정을 체결했다. 이날 조인식에서 싸이제닉은 보유중인 치매치료물질인 'INM-176'을 제공하고 환인제약은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으로 개발키로 했다. 환인제약은 상품화때 국내 판매권을 보유하며, 물질이전료와 매출의 일정비율을 싸이제닉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한국산 당귀에서 추출한 INM-176은 신경세포 퇴행을 유발하는 독성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는 것을 억제하는 동시에 항산화작용과 신경보호작용 등도 갖고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동물실험이 끝난 상태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실시한 간이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싸이제닉은 INM-176에 관한 특허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 출원 또는 등록했으며 이에 관한 기술로 지난해 12월 특허청이 수여하는 세종대왕상을 수상했다.
(매일경제, 2003. 2. 13)
이런 종류의 기사가 매스컴을 타면 사람들은 금방 획기적인 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신약이 실제 시판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세월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그 동안 실험 결과 알지 못했던 부작용이 발견되거나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장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신약 개발에는 과연 어떤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우선 신약 개발은 다음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도표 1>
실험실에서 효과가 있어서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실제 약으로 개발되는 비율은 1%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과정마다 수년의 시간과 수백, 수천억의 비용이 소요되기에 신약 개발은 만만한 과정이 아닙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할까요?
자, 여러분이 어떤 종류의 신약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질병에 대한 타겟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특정 질병과 그 특정 질병에 대항해서 가장 적절한 치료 가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하죠.
제가 하는 분야는 비만에 대한 것입니다. 혹시 '비만이 무슨 심각한 질병이라고 신약이 필요하담?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각국 제약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 또한 비만입니다.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 환자이고, 살을 빼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겨울만치 처절해서 이 분야의 시장은 엄청납니다.
이 분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00년 세계 비만 시장은 13억 달러 규모이며, 연간 20%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보고를 내놓은 적이 있을 정도죠(실제로 의약품 시장에서 생명과는 관계없는 삶의 질을 높이는 약물(happy maker, 항우울제, 발기부전치료제, 비만치료제, 대머리 치료제 등등)이 차지하는 분야는 미래 사회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힙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번에 happy maker와 삶의 질(QOL, Quality of Life) 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죠).
자, 다시 이야기를 추스리고 비만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봅시다. 일단 대상이 되는 질병은 비만, 그렇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살을 뺄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똑같은 비만이지만,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서너가지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첫째가 바로 식욕 억제제입니다.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적게 먹는다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건 당연합니다. 우리의 뇌 속에 존재하는 시상하부라는 부위에서는 식욕을 조절하는 섭식 호르몬들이 분비되는데,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서 식욕을 돌게 하거나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하거나 하는 호르몬들이 나옵니다. 이 걸 조절해서 식욕을 덜 느끼게 한다면 덜 먹게 될 테고,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데 착안해서 연구가 시작되었고, 현재 이 분야의 약은 리덕틸(판매명-리덕틸Reductil, 성분명-시부트라민 sibutramine, 독일 애보트社 생산, 일성신약 판매, http://www.abbott.co.kr/reductil/ )가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사진 1> 식욕억제제 리덕틸
둘째는 지방 흡수 저해제, 이건 식욕에 관계없이 음식을 과하게 먹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써, 먹긴 먹는데 체내에 들어온 음식물의 소화 흡수율을 떨어뜨려 몸에 쌓이지 않고 그대로 배설되게 하는 것이죠. 비만치료제로 가장 유명한 제니칼(Xenical, 스위스 로슈社 개발, http://www.xenical.co.kr/xenical/whatisxenical.htm ) 이 바로 이런 종류랍니다.
<사진 2> 지방 흡수 저해제 제니칼
그 밖에도 체내에 들어온 에너지를 지방으로 축적시키지 않고 열로 발산하게 하거나, 지방세포에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물질을 인식하여 지방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없애거나, 세포 내 에너지 대사율을 높여서 소모되는 에너지량을 늘리거나 하는 방법 등이 타겟으로 설정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수개월의 조사 기간이 필요합니다. 실현 가능성, 시장 규모, 판매 가능성, 수익성 등의 검토가 끝나면 위에서 말한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게 되지요.
먼저 1단계, 신약 후보 물질의 검증 단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질병에 대한 신약 개발 타겟이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많아서 이들을 없애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연구가 주종이었으나, 근래 들어서 점점 체내에 원인이 있는 병들(암, 고혈압, 치매, 당뇨, 관절염 등등)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있답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위생 상태가 개선될수록 단순 전염성 질환보다는 이런 질환들의 발생율이 더 높아지고 시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과정 속에서 원인 물질의 유전자 구조 분석과 그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3차 구조 분석이 시작됩니다. 구조에 대한 이해와 실험 방법이 정해지면 다양한 방식으로 이에 꼭 맞는 약물을 찾아내는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많이 사용되는 것이 HTS(High Throughput Screening)입니다. 이것은 우리말로 고효율 실험, 대량 집적 실험 등으로 번역되는데 말 그대로 댜량의 화학물질을 모두 테스트해서 거기서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일종의 확률게임으로서 수만에서 수십,수백만에 이르는 화학물질의 데이타베이스를 갖춰놓고 기계를 이용하여 한꺼번에 수백~수천개의 물질을 동시에 테스트해서 그 중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을 선별하여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랍니다. 이런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를 케미칼 라이브러리(chemical library)라고 하는데, 합성된 화학물질에는 각각 특허가 걸려 있기 굴지의 제약 회사들인 경우, 자신들의 고유 케미컬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답니다. 이 경우, 얼마나 다양한 종류로 얼마나 많은 숫자의 케미컬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각 제약회사들은 자체 라이브러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새로운 물질들을 계속 합성해서 추가한답니다. 또한 이런 케미컬 라이브러리만 개발해서 제약회사에 파는 곳도 존재하지요.
이런 방법 말고도 버츄얼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이라고 하여 타켓 물질의 3차원 구조를 사이버 상에서 시뮬레이션하여, 타겟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의 구조를 컴퓨터 상에서 풀어내어 이것을 합성해서 실험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이에 더 나아가 케미컬 지노믹스(chemical genomics)라고 하여 타겟과 타겟에 영향을 주는 신약 후보 물질을 동시에 대량으로 선별하는 방법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답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 어느 방식을 사용하든 간에 일단 약이 될 만한 가능성을 지닌 신약 후보물질(drug candidate, lead compound)을 이 과정에서 선정하게 됩니다(개인적인 경험으로 HTS를 수행하는 것은 그냥 복권에 당첨되기 위해 발행된 복권을 몽땅 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게 해서 후보물질이 선정되면, 겨우 1단계를 마칠 뿐입니다. 이젠 후보물질의 검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포와 동물에 대한 실험이 기다리고 있지요. 우수한 신약이 되기 위해선 정말 혹독하고 험난한 검사 과정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먼저 효능이 있어야겠지요. 어떤 약이든 효능이 있어야 약으로서의 가치가 있기에 효능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이 단계에서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안전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제라 하더라도 부작용이 심각하다던가, 원치 않는 다른 부분까지 건드려 예상치 않은 복합 결과를 가져온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안정성에 대한 실험도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체내에서 약효가 발휘될 충분한 시간만큼 머물러 있을 수 있는지, 체내에 들어가서 다른 물질로 바뀌거나 분해되는 건 아닌지, 일단 약효가 발휘되고 나면 신속히 배출되어 쓸데없는 잔량이 몸에 남지 않는지 등등이 검증되어야 하거든요. 거기다가 먹어서 흡수될 수 있는지, 패치나 구강 흡입 등 손쉬운 방법으로 흡수가 가능한지, 흡수율이 가장 높은 것은 어떤 모양인지 등등등 수많은 실험을 거치면서 원래 신약 후보물질로 선정되었던 물질의 구조를 변화시키면서(modify) 최적의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복잡하고 혹독한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있는 3단계로 넘어갈 수 있답니다. 이렇게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에게는 사람에게 테스트 할 수 있는 조건부 임상시험허가(IND, Investigational New Drug)가 주어지게 되거든요. 보통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 소식은 보통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확인받아 이 IND를 획득한 물질일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에서 보여지는 소식만 들으면 언뜻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 금새라도 팔릴 것처럼 보이지만, 임상 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4상까지 이루어지며, 일부를 제외하고는 3상을 통과해야지만 판매 허가가 나기 때문에 보통 2-10년(평균 5년)이 걸리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임상 1상은 수십명의 건강한 남성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여성은 가임성의 문제로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물의 인체 내 효능, 부작용, 투여량, 지속 시간, 잔여 농도 등이 테스트 되게 됩니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효능이 있고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라고 판명될 경우, 2상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100-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이 투여되고, 3상에서는 수천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이 약물이 광범위한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실시됩니다. 항암제나 에이즈 치료제 같이 생명과 직결되고 별다른 특효약이 없는 병의 경우 1상이나 2상만 통과하고도 허가를 내주는 경우도 있지만,(글리벡의 경우도 임상 2상 이후 허가가 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보통 약물은 3상까지 거쳐야 신약 허가 심사(NDA, New Drug Application)을 볼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 허가를 통과해서야 시중에 약을 판매할 권리를 얻게 되는 것이죠.
약을 판매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임상 4상이 남아있거든요. 4상은 신약이 판매된 이후, 이를 먹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지, 혹시 다른 질병과 연관되어서 치명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추적 조사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면 그 순간 판매가 금지된답니다(196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임신 초기에 이를 먹은 임산부들에게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짧은 아이들을 출생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 발매 이후 판매 금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처음 1단계에서 발견된 신약 후보 물질이 최종적으로 약으로 판매되는 것은 1%에 불과할 정도로 이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이제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력과 에너지가 드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2천억 달러의 돈과 12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웬만한 규모의 제약 회사로써는 신약 개발이란 정말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은 것이죠.
자, 그럼 신약 개발의 과정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다음 주에 우리 나라 신약 개발의 문제점과 가능성과 함께, 글리벡에 대해서 좀더 낱낱히 파헤쳐 볼까 합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신약이라고 불리는 물질들의 목록입니다.
◇ 20세기 신약 개발의 역사
1902년 : 소화를 돕는 호르몬 세크레틴 발견
1921년 : 당뇨병 치료 호르몬 인슐린 발견
1922년 : 혈액응고제 헤파린 발견
1928년 :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1935년 : 염증매개물질 프로스타글랜딘 발견
1935년 : 감염질환 치료제로 설파제 응용
1942년 : 최초의 항암제 나이트로젠 머스타드 응용
1942년 : 페니실린 대량 생산 성공
1944년 : 최초의 결핵치료제 스트렙토마이신 개발
1948년 : 차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 개발
1949년 :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로 스테로이드 응용
1952년 : 정신분열병 치료에 클로로프로마진 응용
1952년 : INH의 결핵 치료효과 입증
1967년 : 도파민의 파킨슨병 치료효과 입증
1972년 : 위궤양 치료제 시메티딘 개발
1975년 : 내인성 마약 엔케팔린 발견
1983년 : 장기이식환자의 이식거부 현상 억제 위한 사이클로스포린 합성
1987년 :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 AZT개발
1987년 : 우울증치료제 프로작 시판
1997년 : 대머리 치료제 프로페시아 시판
1998년 :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시판
(자료: 2000.12.27 중앙일보)
hari-hara(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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