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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전쟁은 최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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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전쟁은 최후의 수단"

브뤼셀 공동성명, 이라크전 관련 모처럼 한 목소리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친미와 반미로 분열됐던 유럽연합 국가들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데 모처럼 합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라크 군사공격에 반대입장을 표명해온 독일 프랑스와 지지입장을 보였던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정상들은 성명에서 전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이라크 무기사찰을 위한 유엔 무기사찰단의 복귀는 미국 등으로부터의 군사적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자가 반전국가들의 입장을 고려한 대목이라면 후자는 영국 등 미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명분을 살려주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유럽연합 정상들의 공동성명은 무엇보다 유엔과 유엔 무기사찰단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마지막 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또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며 동시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는 무기사찰단의 사찰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동성명 발표배경에 독일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의 양보가 있었다"**

미국에 의해 분열양상을 보이던 유럽연합 국가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전쟁반대와 지지로 나뉘었던 양편 국가들 모두의 양보가 선행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독일은 의견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의 합의를 찾기 위해 스스로의 입장에 변화를 줘야 했다"고 인정하고, "그러나 이라크 문제 해결에 있어 평화적 해결방법을 위한 시간이 끝났다는 표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이를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슈뢰더는 "일단 유럽연합 국가들의 합의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슈뢰더 총리와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번 공동성명이 평화적 해결을 위한 독일의 노력에 대한 확인과 인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동성명이 발표된 브뤼셀 주변의 외교가에서는 성명내용에 미국과 영국이 애용하는 문구를 넣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즉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등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에 대한 포함여부인데 슈뢰더는 이에 대해 "독일 정부의 근본적 입장은 변화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 발표까지는 물론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따른 첨예한 갈등도 표출됐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연설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라크 권력자인 사담 후세인을 평화적으로 무장해제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약함이 아닌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후세인이 이해해야 할 언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적법화하는 내용이 담긴 2차 유엔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브뤼셀을 방문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새로운 유엔결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겟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유럽연합 공동성명은 평화를 위한 드리블"**

분열에서 통합으로 한 걸음 다가 선 유럽연합의 공동성명에 대한 유럽 언론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 15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반전시위가 이번 공동성명 발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지언론들의 분석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8일 '평화를 향한 드리블'이란 논평기사를 통해 "유럽연합 정상들은 반전시위가 벌어진 거리의 압력을 느끼고 다시 화합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다음 단계의 갈등들이 이미 대기중이라 이같은 화합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제2차 유엔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인 미국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라크 공격을 강행하려 할 경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유럽연합 국가들은 결국 미국 편을 들던지 아니면 반대하든지 한 쪽 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연한 실리주의 외교**

슈피겔은 이번 공동성명 발표 과정을 통해 본받을 만한 나라는 프랑스라고 평가했다. 즉 프랑스는 무기사찰단을 위해 모든 지지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수단을 아주 배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에서 최후의 수단임을 인정하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프랑스의 입장변화가 주효하게 작용했으며 이를 통해 유럽연합 국가들의 공동성명 발표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성명을 통해 나타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앞으로 이라크 전쟁이 실제 닥쳐올 경우 유럽연합이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프랑스의 유연한 입장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이같은 최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체면도 살려주면서 동시에 자국의 실리도 챙기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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