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MBC 사장이 17일 오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에 이은 두번째 사표지만 재신임여부를 묻던 당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표라는 게 MBC측과 주변인사들의 설명이다.
<사진 김중배 MBC 사장이 17일 오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사표를 냈다.>
***"당분간 쉬다가 시민운동에 전념하겠다"**
정찬형 MBC 사장 비서실장은 이날 "김 사장이 오늘 오전 오랜 고심끝에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며 "김 사장은 후임자와 MBC 조직을 위해서도 길을 터주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분명한 것은 노무현 정부와의 사전조율은 없었으며 외압같은 건 더더욱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노 정부 출범에 앞서 물러나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일부 작용했을 수는 있으나 그보다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워주려는 목적이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방문진측 또한 "직접 사의 표명 배경은 듣지 못했으며 17일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MBC로부터 김 사장이 '2년간 사장으로 재직하며 역할을 충분히 다했으므로 이제는 또다른 인생을 설계하겠다'는 심경을 전달받았다"면서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라 전혀 후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한 측근은 김 사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 "김 사장이 2년 동안 MBC 사장으로 재직하며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해왔고 이제는 후임자를 배려할 때라는 말을 해왔다. 김 사장 본인은 당분간 쉬다가 다시 시민운동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배 사장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대표로 활동하다 2001년 3월 노성대 사장 후임으로 MBC 사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2월 사장에 재선임돼 임기 2년여를 남겨두고 있다.
***'후임자 누가 되나' 관심 집중**
MBC 내부에서도 김 사장이 방송위원장과 KBS 사장 등 방송계 인사를 놓고 고심중인 노무현 차기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사표를 냈다고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MBC의 경우 지난번 대선과정에 어떤 방송매체보다 변화를 지향하는 보도태도로 일관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김중배 사장이 현 박권상 KBS 사장과 강대인 방송위원장 후임으로 물망에 올라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사장이 KBS 사장 등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김 사장 주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같은 추측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또한 최근 정가와 방송계에 나돌고 있는 KBS 및 방송위원장 유력자들도 김 사장과는 거리가 멀다.
김 사장은 이미 1월초부터 사퇴를 고민해왔고 다시 시민운동가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이들은 김 사장에게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는 만큼 지금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만류해왔으나 김 사장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3월로 예정된 MBC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오는 3월 4일 이사회를 개최해 김 사장의 사표 수리와 신임 사장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MBC 사내에서는 지난해 재신임여부를 물으며 사의를 표명했던 김 사장의 사표를 반려했던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5월 만료된다는 점과 김 사장의 사퇴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표는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관심사는 과연 누가 김 사장 후임이 될 것인가이다.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이 워낙 급작스레 이뤄진 만큼 아직까지 후임자 이름은 거명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신망이 두터운 모 신문사의 J모씨 등이 후보자로 거명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권상 KBS 사장도 3월 물러나, 방송계 인사 촉각**
한편 방송계는 박권상 KBS 사장이 임기만료인 5월에 앞서 오는 3월초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후임 사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김중배 사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방송계 인사폭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가에서는 후임 KBS사장에 개혁 의지가 분명한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국민에게 영향력이 지대한 방송의 특성상 개혁 의지가 분명한 인사가 사장을 맡아야 언론개혁을 비롯한 개혁 전반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미 이런 맥락에서 언론계 중진 S모씨가 차기 KBS사장에 거의 내정된 상태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어 정가 및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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