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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와 노무현에 달린 양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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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슈뢰더와 노무현에 달린 양국의 미래

<기자의 눈>슈뢰더의 '이라크 평화안'과 盧의 북핵 문제 해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미국에 맞서 독일의 독자적인 이라크 평화안을 제시하며 '솔로'를 외치고 있어 독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솔로가 성공할 경우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후보로까지 거론될 수 있으나 실패할 경우 개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독일의 국제적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 분명한 엄청난 도박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이라크 문제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는 슈뢰더 독일 총리와 노무현 당선자의 어깨에 독일과 한국의 미래 운명이 달렸다.>

노무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슈뢰더가 추구하는 이라크 전쟁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닌 제3의 평화안은 북한 핵문제로 국가신용등급 전망까지 하락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도 귀중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이끌어낼 경우 노무현 정부는 탄탄한 국제사회의 입지구축을 통해 새로운 한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와 국내 정치지형에서도 안정적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나 실패할 경우에는 한미갈등과 정치적 파국 등 김대중 정부 임기말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것이다.

***슈뢰더의 정치적 도박 '도 아니면 모'**

슈뢰더 독일 총리가 부시 행정부에 대해 큰 소리로 "이라크 전쟁은 안 된다"며 '노(No)'를 외치고 있는 본질은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식의 정치적 도박이자 전범국 독일이 다시 세계정치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도전이다. 그는 현재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데나우어 초대 총리로부터 독일이 취해왔던 미국 주도의 서방세계 편입이라는 방향을 선회해 독일이 전쟁의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세계적 평화운동의 선봉에 서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이미 국제사회 일부에서는 슈뢰더를 올해의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슈뢰더는 지난 10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한 사찰연장과 강화를 촉구하는 3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은 "러시아·독일·프랑스는 평화적인 이라크 무장해제를 위해 모든 기회를 부여하려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3국 공동선언은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가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이라크전쟁에 대비한 미국 주도의 터키 방위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미국의 이라크 전쟁 준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3개국은 또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던 이라크 무기사찰 강화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슈뢰더가 가고 있는 평화적 해결방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지만 독일 정부는 유엔 안보리내의 대다수 국가들이 독일을 지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11일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1개국이 이라크 무기사찰 연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 4개국만이 독일 프랑스 러시아 3국이 공동 제안한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안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즉 독일 정부의 평화안은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결코 독일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관리는 "독일의 입장은 안보리의 압도적 다수가 공유하는 것임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외에 무기사찰 연장을 반대하며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나라는 스페인과 불가리아 2개국에 불과하다. 이들도 전적인 지지가 아니라 부분적인 지지에 그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14일 사찰단의 2차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독일 등 3국의 공동제안 등을 포한한 여러 주장들을 검토, 이라크 문제 해결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독일은 현재 순서에 따른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독일과 같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러시아와 프랑스는 상임이사국이라 이들이 반대할 경우 미국의 이라크전 승인 요청은 통과되기 어렵다.

***독일 총리와 부총리간의 입장 차이와 배경**

물론 '전쟁은 안 돼'라는 슈뢰더 총리의 분명한 자기 목소리에 대해선 독일 내에서조차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설적인 반대가 아니라 외교적인 수사를 구사하며 유연한 입장을 취해야지 '도 아니면 모'식의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독일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불거진 대표적인 사례가 슈뢰더 총리와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부총리, 녹색당)간의 갈등이다. 슈뢰더가 '독일의 독자적 노선'을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 피셔는 외교적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접근방법을 강조한다. 이같은 입장차이에는 슈뢰더가 이미 재선에 성공해 다시는 총리후보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운 반면 피셔는 더 큰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준비중이라는 현실적 계산법도 깔려있다.

***독일 총리실은 유엔 안보리의 슈뢰더 평화안 채택 자신**

슈뢰더로서는 70년대 동방정책을 이끈 빌리 브란트와 같이 역사적 결단을 통해 성공한 지도자로 역사에 각인되고자 하는 숙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1일 이에 대해 슈뢰더가 솔로를 선택한 문제의 핵심은 전쟁과 평화라는 극단의 상황에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굴복해 복종의 과실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여러 국가들이 발언권을 갖는 다원주의적 국제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슈뢰더는 지난해 총선을 통해 독일 국민들로부터 자신이 이끄는 적녹연정(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의 평화정책이 인정을 받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슈뢰더는 현재 자신의 정치적 도박을 성공시키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말이 통하는 친구들을 동원해 14일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전쟁 결의안을 거부하고 평화안이 채택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슈뢰더의 구애대상에는 이라크 문제에 대해 다소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도 포함된다.

독일 총리실은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로 슈뢰더의 평화안이 채택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외에는 미국의 이라크전쟁 승인안을 찬성할 나라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가 평화적인 이라크 무장해제안을 채택하고 이라크에 대한 사찰연장과 강화를 결정할 경우 슈뢰더는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았던 빌리 브란트의 뒤를 잇는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 슈뢰더의 추락은 어디가 끝일지 아는 사람은 아직 없다.

***"노무현과 슈뢰더의 어깨에 한국과 독일의 미래가 달렸다"**

노무현 정부의 출발은 묘하게도 슈뢰더의 현 정치적 상황과 여러가지로 비견된다. 즉 노 차기 정부가 추진중인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성공할 경우 노 당선자는 당장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될 것이 분명하나 실패한다면 국내 보수층은 물론 한미관계, 남북관계 등에서 엄청난 치명타를 입고 조기에 좌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슈뢰더와 노무현의 어깨에 독일과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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