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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식 낙하산 인사는 이제 그만"

연합뉴스 노조 '사장공모제 쟁취 특위 구성'

지난 80년 12월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당시 민간통신사인 합동통신과 동양통신을 주축으로 출범한 연합뉴스 노조가 노무현 정부 출범에 앞서 실질적인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공모방식을 통한 사장 선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노조원들이 지난 2000년 9월 현 김근 사장의 취임에 앞서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장공모제는 언론개혁 정신에도 부합"**

윤근영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 지부위원장은 10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합뉴스의 왜곡된 소유구조로 인해 정부측의 낙하산 인사들이 연합뉴스의 경영을 책임지면서 연합뉴스는 지난 9년간 매해 수십억원씩 손실을 내는 적자경영을 해오고 있다"며 "개혁적인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장 공모방식을 통해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이 언론개혁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6일 구성된 공모방식 사장 선임 특위를 통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청와대측을 상대로 낙하산 인사는 더 이상 불가하다는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며 "만일 사장 공모방식 도입이 실패할 경우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조측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공모방식 사장 선임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오는 3월 21일 주총을 통해 임기가 만료되는 현 김근 사장 후임은 공채방식을 통해 선임된 사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사장 공모방식 추진배경에 대해 ▲경영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장을 뽑을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이자 ▲정치권력에 대한 아부와 충성보다는 성실, 노력, 실력을 중시하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연합>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며, 대통령 입김 하에 있는 언론사들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실질적 소유주는 정부**

노조측이 지적하는 연합뉴스의 왜곡된 소유구조란 지난 80년 12월 19일 탄생한 연합뉴스가 강압적인 방법으로 당시 합동통신(두산그룹 소유)과 동양통신(쌍용그룹 소유), 그리고을 출범시킨데 기인한다.

당시 연합뉴스 설립자본금의 51%는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회원사들이 나눠 출자했으며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은 현물출자방식으로 49%를 댔다. 그러나 두 통신사의 지분을 KBS와 MBC가 각각 3억원에 나눠 인수하며 두 방송사는 74.5%(KBS 42.35%+MBC 32.14%)로 늘어났다. 나머지 지분은 중앙일간지(17.54%)와 지방일간지(7.95%)들이 나눠 갖고 있다.

회사 소유형태는 회원제 통신사이지만 주주로 등록돼 있는 40개 언론사들은 미미한 지분률로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해왔고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주주 KBS와 MBC를 통해 정부의 낙점을 통한 낙하산 인사가 그동안 연합뉴스 사장으로 선임돼왔다.

***주주는 있지만 회사 경영에는 무관심**

형식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주식회사면서도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 연합뉴스의 경영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기이한 회사가 바로 연합뉴스인 것이다. 현재 연합뉴스의 자본금은 20여년 전 출범 때와 똑같은 13억원에 불과하다.

현 김근 연합뉴스 사장은 지난 2000년 9월 김종철 전 사장의 사퇴로 신임사장으로 부임했다. 이에 앞서 1998년 취임한 김종철 전 사장은 2년 후인 2000년 주총에서 재신임까지 받았으나, 2000년 8월 10일 언론전문지 미디어 오늘이 '연합뉴스가 지하철 뉴스서비스를 위한 인포비전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김 전 사장이 관련벤처기업으로부터 리베이트로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바로 사표를 내고 물러난 바 있다.

연합뉴스 노조측은 현 김근 사장에 대해 개혁성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면서도 경영능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4일간 실시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현 경영진은 100점 만점에 49점을 받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지난달 23일 발행한 연합노보를 통해 조합원 10명중 7명(71.3%)은 사장공모제에 찬성하다는 사내 설무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노조는 또 조합원들은 차기 사장의 자격요건으로 66.2%가 경영능력을 꼽았으며 다음으로는 현재 국회 계류중인 연합뉴스사법 제정의지 22.3%, 정치권과의 협상력 5.0%, 도덕성 3.5%, 통신에 대한 이해 3.1%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노조측은 사장 공모제가 추진될 경우 구체적인 사장추천위원회 구성문제는 최대주주인 정부측의 의견을 반영하겠으나 반드시 노조측 대표가 적극 개입해 과거와 같은 낙하산 인사는 배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근 사장 "연합뉴스는 시장 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없다", 사장 공모제 사실상 반대**

사장공모제에 대해 김근 사장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와 대주주(KBS, MBC)가 공모제를 추진하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성을 가진 언론사가 공모제를 통해 CEO를 선택하는 게 효율적인가? 공모제를 이미 시행한 언론사도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연합뉴스는 시장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없다. 공모제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좋은 게 아니다. 공모제가 언론사에 맞는 지 검토해봐야 한다. 연합뉴스는 사실상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경영적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공적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언론으로서의 공익적 기능 수행에 따른 경영손실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합뉴스의 당면과제인 연합뉴스사법은 지난 2001년 9월 국회에 제출된 뒤 아직까지도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문광위에 계류중인 연합뉴스사법의 골자는 '연합뉴스 편집·인사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연합뉴스위원회 설치'와 '국가기간통신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재정안정을 위한 정부와의 구독료 협정 체결' 등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계류중인 연합뉴스사법 통과도 시급**

연합뉴스사법은 프랑스 AFP통신사를 모델로 연합뉴스위원회를 구성해 책임경영과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일례로 연합뉴스가 요구하는 정부와의 구독료 협정체결 요구는 완전한 독립경영과는 거리가 먼 경제적 예속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으며, 연합뉴스사법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은 "외형상 민간 언론사에 대한 법 제정은 특혜"라는 이유로 법 제정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연합뉴스가 갖고 있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위상은 진부한 논란에 휘말려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현실을 용납하지 않는다. 김근 사장의 말처럼 오늘날 한국의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대만과 베트남 기간 통신사의 특파원 수(50-60명선)에 훨씬 못 미치는 20명의 특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나마 영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 서비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련 뉴스가 외국 언론에 자주 오도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연합뉴스사법에 문제점이 있다면 법안 심의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이를 수렴하고 개선해야 하며, 사장공모제 도입이란 문제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할 게 아니라 과연 어떤 방법이 연합뉴스의 개혁과 경영기반 마련을 위한 최선이겠는가를 고려해 정치권과 언론계가 시급히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이다.

***언론노조 "차기 정부 출범 앞둔 지금이 20세기식 낙하산 유산과 결별할 적기"**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는(위원장 신학림)는 지난 4일 '새 정부는 연합뉴스 사장을 공모방식으로 선임하라'는 성명을 통해 "새 정부는 연합뉴스를 놓고 수 십 년 동안 반복돼온 폐습과 과감히 단절해야 한다. 이는 언론노조 뿐 아니라 개혁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들이 바람임을 명백히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연합뉴스 사원들의 이런 개혁열망이 사리사욕에 매몰된 일부 위정자들에 의해 짓밟힌다면 1만8천여 조합원들과 국민들은 새 정부가 쏟아내는 '개혁'이란 단어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또 "전국언론노조의 언론개혁 9개 과제중 하나인 '연합뉴스사 및 연합뉴스위원회법'(이하 연합뉴스사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며 "연합뉴스사법은 연합뉴스의 소유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독립적인 언론사로 태어나려는 열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언론노조가 각별히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실질적 소유주인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연합뉴스 경영진과 언론계가 연합뉴스를 명실상부하게 개혁하고 '낙하산 언론사 사장'이란 20세기식 유산과 결별할 수 있는 적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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