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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대화론에 대한 환상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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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대화론에 대한 환상은 금물

부시 국정연설 어떻게 읽어야 하나

2003년 1월 29일 미국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밝혀진 대북정책의 중심은 결국 강경정책의 지속이다. 전략적 기조의 변화 없이, “미국은 평화적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전술적 포장만 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 개시에 우선적인 역점을 두면서 시간을 가지고 차후 보다 강화될 북한에 대한 공격적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가 준비된 내용이었다.

같은 날,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 다음이 누구냐?”는 질문에, “북한”이라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현재 대 이라크 동맹전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전쟁 이후 어떤 전략적 태세를 마련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는 미-영 동맹체제에서 이라크 문제해결의 연장선에 있는 대상인 것이다.

***북한 문제, 이라크 모델의 연장선에 있다**

부시 대통령의, “핵무장 금지약속을 깨고 온 세계를 속인 무법자 국가 북한의 핵무장 공갈 위협에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은 협상의 배제를 시사함과 함께, 약속 위반에 대한 무법자의 응징을 위해 북한을 계속 조여 나갈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시는 북한의 핵 위협 교훈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이라크에 대한 선제 공격론을 정당화했다.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론이 언제 또다시 보다 강력하게 부상, 주장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부시는 북한에 대하여 자진 무장해제를 촉구함과 동시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을 이라크 이후 해방전쟁, 정의로운 전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논지를 미리 펼친 셈이다. 북한이 핵무장만 포기하면 여건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그것은 아무런 확증도 없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고, 아무런 사후 보장도 없이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말로는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대화의 상대를 무법자 국가, 전 세계를 속인 나라, 공갈과 위협을 하는 나라로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규정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외교적 존중의 여지가 전혀 없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의지가 과연 진실로 있기나 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부시는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 국정 연설대로라면, 미국으로서는 현재 다른 나라들과 할 일을 다 하고 있는데 북한만 그 책임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사태해결의 모든 책임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청산하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이미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낙인찍고 선제공격 전략으로 안보상의 위협을 먼저 가해놓은 뒤, 이에 대한 자위조처의 권리가 있다는 발언을 공격적 위협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적반하장에 가까운 일방적 프로파갠다가 아닐 수 없다.

***이라크 다음, 북한 명백**

기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정책을 철회할 의사를 전혀 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 정권의 성격이 매우 억압적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런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지금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이번 연설은 지난해 <악의 축>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넘어서, 매우 구체적으로 <무법자 국가>라는 보다 노골적이고 대화나 협상의 여지가 없는 상대라는 의미를 지닌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법을 유린하고 공갈협박을 일삼는 정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를 이라크 전쟁의 경우에서 보여줄 것이고, 이러한 기조에 따라 북한 문제도 처리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엔 안보리 회부 조처는 이라크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라크 모델은 유엔 안보리 회부, 결의안 채택, 사찰, 사찰결과 문제제기, 응징 불가피, 전쟁 정당화의 수순이 될 수 있다. 유엔의 결의나 의사는 현재 우리가 다 보다시피 전혀 미국에게 구속력이 없고, 다만 미국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해주는 요식절차가 되어버렸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전쟁에 우리는 끌려들 수 없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은 현재의 부시정권의 자세가 그대로라면 달라질 가능성이 없고 이라크 전쟁 이후 도리어 강화되어가기 쉽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국제사회의 여론 조성이 대단히 필요하다.

미국의 대화론은 그 목적이 대화를 해서 문제를 풀려는 것에 있지 않고 북한붕괴전략의 외교적 포장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부시의 국정연설이 의구심과 불확실성만 증가시켰다는 미국 언론들의 평가는 바로 이러한 기조와 관련이 되어 있다. 미국은 날이 갈수록 세계여론과 맞서 죽음의 구덩이 속으로 인류의 생명을 밀어놓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끌려 들어갈 수는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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