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마비 사태]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전국 비상**
유선 인터넷은 물론 무선인터넷, 행정전산망이 완전히 불통되는 사상 초유의 재난이 25일 전국을 강타했다. 특히 이번 인터넷 마비 사태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 보안업계 "신종 웜 때문" 보안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신종 웜의 공격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 www.ahnlab.com)는 이날 오후 9시40분 경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이 해킹에 의한 것이라는 초기 추측과 달리 신종 웜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MS-SQL 서버에 신종 웜이 감염되어 DNS에 계속 접속을 시도하기 때문에 과부하로 인해 DNS가 다운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연구소 측은 이번 인터넷 불통 사태는 DNS 서버가 직접 공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MS-SQL 서버간 공격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DNS 서버가 다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하우리(대표 권석철, www.hauri.co.kr) 역시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마비시킨 주범은 분산서비스거부 공격(DDos) 공격이 아니라 SQL 서버를 공격하는 신종 웜 슬래머(Worm.SQL.Slammer)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하우리 기술연구소 측은 "이 신종 웜은 SQL 서버의 취약점을 이용해 1434포트로 유입되는 형태로 전파된다"면서 "일단 감염되면 무작위로 서버 IP 주소를 선정, 초당 1MB이상의 과도한 패킷을 날려보냄으로써 서버 부하를 일으켜 시스템을 다운시킨다"고 설명했다.
2003년 1월 26일 inews24.com 안녕하세요, hari-hara입니다. 지난 주말 내내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신종 웜(worm)에 의한 인터넷 서비스 마비로 시끄러웠지요. 정보통신부는 '대국민 행동요령'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어의 행동 지침을 발표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구요(도대체 '대국민 행동요령'이라니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네요. 게다가 개인 PC가 아니라 서버를 다운시키는 웜이어서 가정용 PC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말이죠. 이런 혼란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더 동요하게 만들다니... 마치 인터넷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패치를 다운받아야 하는 것처럼 팝업 창을 계속 띄워 정작 꼭 필요한 서버 운영자들은 접속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합디다…).
컴퓨터 바이러스, 웜, 스팸메일. 우리는 이런 단어에 매우 익숙합니다. 체르노빌 바이러스니 트로이의 목마니 하는 악성 바이러스들의 이름은 한 두번쯤 접해 보았을 겁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일종의 악성 프로그램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몰래 침입하여 기존의 프로그램을 망가뜨리거나 데이터를 지워버리는 작용을 하는 것이 마치 바이러스가 생체 내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키는 현상과 닮았다고 하여 바이러스라는 명칭이 붙었지요. 그렇다면 원래 진짜 바이러스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이러스(Virus), 흔히들 비루스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바이러스는 생물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무생물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중간 존재입니다(현재는 바이러스가 생물체에 가깝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러고보니 대학교 때 미생물학을 가르치시던 교수님은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시곤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생물과 무생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번식'일 겁니다. 생물은 하나가 둘로 갈라지든(이분법), 혹을 만들어서 떼어내든(출아법), 섹스를 해서 유전자를 섞든(유성생식) 간에 어쨌든 번식을 하여 원개체를 닮은 존재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무생물은 그럴 수 없죠.
(재미있는 일화 하나,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한 과학자가 말했습니다. '생물은 결국 정교하게 고안된 기계일 뿐입니다. 마치 저 벽시계처럼 말이죠.' 그러자 여왕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저 벽시계에게 새끼 시계를 낳게 해 보게.')
그런 점에서 이 바이러스란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 증식하지는 못합니다. 순수한 바이러스를 분리하면 단백질로 된 껍질(캡시드,capsid)을 가진 핵산 (DNA 또는 RNA) 덩어리일 뿐이고, 그 속에서는 어떠한 생물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 분자 덩어리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접속해서 내부로 유입되면,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 상황이 바뀝니다.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는 증식하지 못하지만, 어떠한 생명체 내로 유입되면 이 숙주의 시스템을 사용하여 자신을 복제해냅니다. 즉, 숙주 세포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시스템 속으로 교묘히 끼어 들어가서 대신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복제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쳐서 충분한 숫자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제하게 되면 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은 다시 단백질 껍질을 뒤집어쓰고, 하나, 둘, 셋, 펑~! 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기생하던 세포를 터트려 버리고 처음에 들어갔던 숫자보다 훨씬 불어나서 외부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운좋게 다시 다른 세포 내로 들어가게 되면 이 과정을 반복해서 숫자가 늘어나고, 만약 외부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면 다시 무생물처럼 생명현상을 정지한 채, 자신을 늘려줄 다른 숙주 세포를 만날 때까지 죽음 같은 기다림을 반복하는 것이죠. 즉, 스스로는 번식하지 못하지만, 다른 생명체에 침입하면 번식이 가능하므로 생물과 무생물을 오가는 중간자적인 존재인 것이죠.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발견되었을까요?
바이러스의 발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바로 담배입니다. 담배 재배 농가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담배잎에 생기는 모자이크병이죠. 이 병에 걸리면 담배잎에 황녹색의 반점이 생기다가 말라 죽어버리게 되는데 잎을 이용하는 담배 농사의 특성상 이 병이 유행하면 그 해 농사는 망친 거나 다름없었죠. 1892년 러시아의 D.I.이바노프스키는 이 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병에 걸린 담배잎에서 즙을 짜내어 이 즙을 세균여과기(세균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걸러내는 기구)를 통과시킨 여과액을 건강한 담배잎에 발랐더니 바로 모자이크병에 걸리는 것이었죠. 이 세균여과기를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의 세균은 보고된 바가 없었고, 혹시나 해서 여과액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는 이 담배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존재는 세균여과기를 통과할 만큼 작은 물질이라는 보고를 했었지만, 도무지 이 물질의 존재를 증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40여년이나 지난 1935년에 와서야 미국의 스탠리가 담배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순수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이 연구는 거듭되어 1952년에 허시 & 체이스가 이들이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 핵산 부분이 생명체 내로 침투하여 자기 증식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내어 바이러스의 존재를 밝혀내는 데까지 이르렀죠.
바이러스는 ① 핵산의 종류(DNA냐 RNA냐), ② 캡시드의 배열 상태(정이십면체형이냐, 나선형이냐), ③ 외피(envelop, 캡시드 외부에서 다시 감싸고 있는 껍질)이 있느냐 없느냐, ④ 캡시드의 구조와 형태가 어떠하냐, ⑤ 바이러스의 크기와 형태가 어떠하냐, ⑥ 그 밖에 기타 등등으로 나뉘어 구분합니다. 그렇지만, 바이러스의 이런 구분보다 우리가 더 관심이 있는 것은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일테지요.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의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으로는(식물은 제외하고) 일본 뇌염, 유행성 출혈열, 간염, 광견병, 독감, 홍역, 풍진, 천연두, 소아마비 등이 있고, 에이즈와 에볼라 출혈열 역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균성 질병과는 달리 바이러스성 질병은 이렇다할 특효약이 없는 실정입니다. 세균성 질병보다는 대응하는 약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는 생체와 접촉하지 않은 경우에는 '죽은 것과 진배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진짜로 죽이는 ' 항바이러스 제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지요(현재는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에 인터페론(interferon) 이 주로 쓰이고 있고, 항바이러스제제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항바이러스제가 나온다면 그 시장성은 수백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대책으로는 치료제보다는 백신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한 번 걸리면 다시는 걸리지 않도록 면역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그 특징을 이용한 것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질병들 대부분(에이즈와 에볼라는 제외)은 혈청이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어서 널리 쓰이고 있답니다.
1월 27일자 뉴스에 보니 이제 인터넷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전세계 서버 다운 사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하네요. 컴퓨터 바이러스는 놀랄 만큼 실제 바이러스의 형상을 닮아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는 기능하지 못해서 남들에게 기생하여 살아가면서 결국 숙주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의 속성을 말이죠. 또한 이들은 진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것을 닮아 끊임없이 변화하고 모양을 바꾸어 끈질기게 사이버 공간에 스며듭니다. 이들을 모두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언제쯤이나 완벽하게 구축될 수 있을까요…?
hari-hara(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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