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에게 미국은 북한이 가난으로 인해 핵무기를 판매하기 전에 평양과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그 파장이 주목된다. 또한 유럽연합은 북핵 위기 해소를 위해 독자적으로 북한에 특사를 파견키로 해 향후 북핵위기 타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클린턴, "미국은 북한과 불가침조약 체결해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중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만일 북한이 모든 핵개발계획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생산에 있어 이라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자체적인 식량 공급능력은 부족하다. 따라서 북한은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사일과 폭탄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더 무책임한 행동을 하기 전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과의 빅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로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은 원하는 식량과 연료를 공급받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북미불가침조약 체결에 대해 "그들이 원한다면 불가침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북한이 협정을 위반하는 일이 없는 한 그들을 절대 공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 최근 북한이 취한 행동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재임기간 막판에 북한을 방문해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2000년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후보가 당선되면서 백지화됐었다. 클린턴은 그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 기존의 모든 대화를 백지화한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수차례 비판해왔다.
클린턴의 이번 발언을 과연 정적인 부시 정부가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장소가 다름아닌 세계 굴지의 CEO와 금융인, 정치수뇌부들이 집결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상당한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요컨대 부시의 일방주의적 대북외교에 또하나의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EU 15개 회원국, 한국 요청받고 대북특사 파견키로**
클린턴의 불가침협약 체결 압박과 동시에,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엠마 우드윈 EU 대변인이 27일(현지시간) 밝혀 주목된다.
우드윈 대변인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EU 외무장관 회의 협의 내용에 대해 "(대북 특사 파견을 위한) 구체적인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순번제 의장국인 그리스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사절단을 구성한다는 데 장관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우드윈 대변인은 대북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로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을 거론했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솔라나 대표는 북한의 공식적인 초청을 받은 적이 있는 인물이다. 솔라나 대표가 28일 중 구체적인 특사 파견 방식을 외무장관들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윈 대변인은 특사파견 배경에 대해 "특사 파견 제안은 한국 쪽에서 나왔다"며 "남북한 모두 EU를 중립적인 중재자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EU의 중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U의 한 관리는 "EU가 중추적인 중재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러나 한국과는 전반적인 범위에서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오성철 북한 외무성 국장은 지난 23일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노무현 당선자의 중재노력을 거론하며 "우리는 주변 나라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똑바로 보고 핵문제가 옳게 풀려나가도록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며 미국외 다른 나라들의 중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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