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시가 대북 군사공격을 배제하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시가 대북 군사공격을 배제하는 이유'

"인명피해 1백만ㆍ전비 1천억달러ㆍ경제손실 1조달러"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가져가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만일 미국이 유엔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가할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의 존재조차 의문시되는 이라크에 대해서는 전쟁을 서두르는 반면 핵무기 개발 측면에서 이라크보다 훨씬 앞선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는 달리 대북 정책에 있어 이처럼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북한의 "근접성의 독재" 극복(Overcoming North Korea's "Tyranny of Proximity")'이란 기사를 통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근접성의 독재'란 북한군이 서울과 가까운 휴전선 근방에 군사력의 대부분을 배치시켜 놓고 미국의 공격 등 유사시 남한에 대한 치명적 보복을 노리고 있는 한반도의 현 군사상황을 북한이 이용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북한군의 대규모 보복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공격할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이미 지난해 가을 북핵 위기가 불거졌을 때부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제공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미 국방부의 한 장교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북한에 대해 한계선(red line)을 설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즉 군사적 해결방법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나 위협을 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미국이 대북군사공격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반도 전쟁발발시 발생할 인명피해와 경제적 비용 때문이며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모두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밝혔다. 개리 럭(Luck)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1994년 북한과의 핵 대결 당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인명피해 1백만명과 1천억달러 이상의 미 군사비 지출, 그리고 1조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예측한 바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부시 행정부가 최근 보여주는 대북 유화제스처는 뚜렷한 해결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문제를 돌출시켰다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 20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북한의 "근접성의 독재"를 극복(Overcoming North Korea's 'Tyranny of Proximity)'**

미 국방부 전략가들은 수년간 북한과의 전쟁계획 'OPLAN 5027'을 손질하면서 땅속 깊숙이 숨겨져 있는 북한 포대를 파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나 정밀유도폭탄의 개발 등 기술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존 틸렐리(John H. Tilelli)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말한 소위 "근접성의 독재(tyranny of Proximity)"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략가들의 고민이다. "근접성의 독재"란 40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서울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휴전선 부근의 강력한 북한 포대와 로켓 발사대를 의미한다.

이러한 군사적 제약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북한이 비밀 우라늄농축을 이용한 핵개발계획을 시인한 후 백악관은 외교적 제약을 받았다. 이후로 북한은 플로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유엔 무기사찰단원들을 추방했으며 핵비확산협약인 NPT를 탈퇴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19일 부시 대통령은 현 위기의 초기부터 군사력보다는 외교를 해결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미국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 공격과 전쟁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서울에서는 20일 한 대변인이 노 당선자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의 발언이 언론에 잘못 이해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노 당선자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위급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의 결과가 "가공할 만한 것"이라는 결론을 초기에 내렸다. 한국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이 장교는 "한국전쟁의 결과는 명백하게 끔찍할 것"이라면서 "대도시 부근에서 전쟁을 할 경우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잠재적 위협에 있어, 북한은 이라크보다 더 강력하다. 북한은 대규모 화력을 보유하고 최근 몇년간 이를 비무장지대 부근의 미군과 한국군 기지 부근으로 이동시켜 왔다.

북한군 1백만 명 중 70%는 국경의 1백마일 이내에 있으며 이들은 8천문의 포와 2천대의 탱크로 무장하고 있다. 화학무기를 장착한 5백문의 1백70밀리 '곡산'포와 2백문의 다연발 로켓포들은 서울을 사정거리안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 3차례 근무한 로버트 H. 스케일스 2세 퇴역 소장은 북한 화력의 대부분이 동굴속에 은폐돼있어 파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이 극단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산이 많은 지세이며 둘째는 그들의 잔혹함이다. 여기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한국인(남북을 포함)들이 갖고 있는 전투능력이 대단히 탁월하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판단에 따르면 북한의 군사 전략은 한국군을 압도해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개전 초기) 집중적인 포격과 함께 대규모 특공대를 투입하는 전술에 입각하고 있다. 존 E. 맥로린(McLaughlin)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최근 연설에서 북한은 "세계 최대의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침략전략은 화학무기 사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4백-6백기의 스커드미사일에 화학무기를 장착시켜 한국 내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1백기의 로동미사일도 있다. 또한 제3 세계 국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일부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도 개발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이 한 두 개의 핵폭탄을 이미 보유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에 매달리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도 이라크가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스케일스 소장은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다"며 "이것이 모든 상황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1993년 북한 핵 야망으로 촉발된 위기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과 전쟁을 치를 경우 60만명 이상의 한국군과 3만7천명의 주한미군에 50만명을 증강한 미군, 다시 말해 미 전투병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미군이 4개월 동안 '매우 치열한 전투'를 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 것으로 비밀 해제된 문서에서 밝혀졌다.

지역 전쟁기획자로 지난 95년부터 9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브루킹스연구소의 딘 A. 노워위스키(Nowowiejski) 대령은 그 이후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더욱 많은 병력과 포대를 비무장지대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도널드 H.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달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걸프 만에서의 병력 증강과 아프가니스탄, 지부티, 보스니아, 코소보 등에서 진행되는 군사력 증강으로 미루어 추기로 한반도에 50만명의 병력과 12개 전투 편대를 배치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지난해 가을 북핵위기로 불거진 교착상황에서 좋은 군사적 해결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쟁발발시 확전될 위험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미군 장교들은 북한 정부에 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위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장교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달 중순 북한에 대해 한계선(red line)을 설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우리가 대응할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북한은 이 한계선을 빨간 깃발로 보고 마치 돌진하는 황소처럼 (그 선을) 지나쳐 버릴 것이다... 우리는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도 선제 군사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한국문제 전문가 빅터 차 교수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이 "작전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 희생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리 럭(Luck)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1994년 북한과의 핵 대결 당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인명피해 1백만명과 1천억달러 이상의 미 군사비 지출, 그리고 1조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예측한 바 있다.

1994년 5월 럭 장군과 국방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한반도 전쟁에서 개전 첫 90일 동안 5만2천명의 미군이 사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돈 오버도퍼(Oberdorfer)는 그의 저서 "두개의 코리아"에서 밝혔다.

오버도퍼 전 기자는 당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방사능을 확산시키지 않고도 영변 핵 시설을 효과적으로 폭격할 수 있다는 자세한 보고를 받았으나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우려해 공습을 포기했다고 썼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