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는가. 최근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과정들은 지난 94년 당시의 핵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마치 당시 상황을 영화로 다시 상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해결방법 또한 당시와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독일 전국지 쥐드도이체차이퉁(SZ)이 8일 '고리짝에서 꺼낸 위협(Drohungen aus der Mottenkiste)'이란 논평기사를 통해 한반도 위기상황을 진단한 관점이 바로 "역사는 반복된다(Die Geschichte wiederholt sich)"는 데서 출발한다.
SZ는 지난 7일 북한 지도부가 미국측의 경제제재 조치 추진과 관련 "제재조치는 전쟁을 의미하며, 전쟁에 자비는 없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은 지난 94년 핵위기 때 최초로 동일한 반응을 나타낸 것의 반복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미국측도 현재의 대결에 있어 고집스럽게도 과거의 행동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994년 당시 위기가 시작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작 군사적 대결 의지는 없으면서 강경한 논조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신문은 "유감스러운 것은 북한이 결코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1994년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90일내에 5만2천명의 미군과 민간인들, 그리고 49만명의 한국인들이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일본 도쿄까지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런데 당시 미 국방부 전략문서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6백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였다"며 그런데도 "모든 외교적 접촉이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은 계속 전쟁을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의 전쟁 계획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서야 저지될 수 있었다.
신문은 "한반도에서는 비무장지대에서 소규모 전투가 발생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경제적 제재조치 또한 북한에게는 과거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부득이한 경우 미국의 양보까지 포함하는 외교적 해결책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김정일이 완전히 오판을 하지 않기를 희망"해야 하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의 직전까지 사태를 고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SZ의 논평기사 결론은 "부시 미 대통령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타협안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훈계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양보는 한국과 전체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 지불돼야 하는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역사의 이 부분도 반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8일자 SZ 논평기사 주요 내용.
***고리짝에서 꺼낸 위협(Drohungen aus der Mottenkiste)/SZ, 8일자**
진부한 위기: 북한과 미국은 과거 경험했던 선례에 따라 새로운 대치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부분적으로는 더욱 그렇다. 최근 북한의 위협은 좋은 사례다. 북한 지도부는 "제재조치는 전쟁을 의미하며, 전쟁에 자비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선전담당부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옛날 고리짝을 깊이 뒤져보다가 1994년 초의 한 문서를 발견했던 것이 틀림없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루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경제제재 위협이 제기됐다. 북한은 당시 처음으로 "제재조치는 전쟁을 의미하며, 전쟁에 자비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미국측도 현재의 대결에 있어 고집스럽게도 과거의 행동을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4년 당시 위기가 시작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작 군사적 대결 의지는 없으면서 강경한 논조를 보여왔다. 미국이 군사적 조치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이 점은 북한도 알고 있다.
북한은 1백만의 무장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병력의 대부분은 한국과의 비무장지대 인근에 전진 배치돼 있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북한 포대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북한은 1994년 당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을 가했다. 아마 이 문장도 조만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북한이 결코 종이 호랑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1994년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90일내에 5만2천명의 미군과 민간인들, 그리고 49만명의 한국인들이 사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일본 도쿄까지 방사능 오염이 우려된다.
그런데 당시 미 국방부 전략문서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6백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쟁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그렇지만 모든 외교적 접촉이 중단된 상황에서 미국은 계속 전쟁을 준비했었다. 당시 미국의 전쟁 계획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를 통해서야 저지될 수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서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김정일은 미국이 이라크 위기에 전념하는 동안은 한반도에서 군사조치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위기상황을 점차 고조시키고 있다. 김정일은 미국측의 정치적ㆍ경제적 양보를 기대한다. 김정일이 이러한 방식으로 다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많은 관전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1994년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단독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후 첫 몇주간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통치자가 완전히 오판을 하지 않기를 희망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득이한 경우 미국의 양보까지 포함하는 외교적 해결책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의 직전까지 사태를 고조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일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비무장지대에서 소규모 전투가 발생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경제적 제재조치 또한 북한에게는 과거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제재 조치는 자국 국민을 냉혹하게 굶주리게 하는 통치자에게는 별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몇년간 적극적으로 전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해왔다.
부시 미 대통령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타협안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훈계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양보는 한국과 전체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 지불돼야 하는 일종의 보험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역사의 이 부분도 반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링크 (http://www.sueddeutsche.de/index.php?url=/ausland/politik/59895&datei=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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