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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전쟁, 북한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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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전쟁, 북한은 외교'

르몽드 등 유럽언론 '부시의 이중잣대' 지적

1백여명의 유엔 무기사찰단원들이 한달 이상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흔적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해서는 무력침공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핵개발이 현실화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위기'가 아니라며 애써 외면하려는 미 부시행정부의 모순된 대외정책을 유럽언론들도 지적하고 나섰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7일 '김정일 체제에 일관성 없이 대처한다고 비난받는 조지 부시'란 워싱턴발 기사에서 북한에 대해 위기라는 단어 사용을 회피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진영까지 포함해 터져 나오는 비난들로 인해 점점 더 불편한 입장이 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무기사찰단 복귀를 허용하고 유엔 결의안에 순응하려고 하는 반면 북한은 그렇지 않은데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는 전쟁을 준비중인 데 반해 북한과는 "위기가 아니다"고만 단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르몽드는 "지난 3개월동안 김정일이 취한 조치들은 부시 행정부를 명백한 모순 앞에 서도록 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 정부의 일관성 결여는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가 북한의 예멘행 스커드미사일 선박을 나포했다가 예멘측의 항의에 맥없이 풀어주면서 이미 백주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르몽드는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북한의 화생방 무기 위협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이러한 위험에 처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결국 "무슨 말을 하든 미국 정부는 적어도 같은 중대성을 띤 두 가지 사안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음은 사실"이라는 게 르몽드의 결론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Focus) 또한 최신호(1월 6일) '이중적 잣대'란 기사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하필이면 송년을 맞아 두 개의 정치적 탄두를 점화했다"며 원자로 재가동, 사찰관 추방 등 "재난을 예고하는 김정일의 메시지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게 우선권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주간지는 "현재 상당히 많은 수의 정부 전략가들이 '악의 축'에서도 '악한' 국가와 '아주 악한' 국가간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백악관에서는 북한은 핵탄두와 이의 운반체제를 보유하고 있어 군사적인 조치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포쿠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북한에 대해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닌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발언처럼 미국은 언제든지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르몽드 7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김정일 체제에 일관성 없이 대처한다고 비난받는 조지 부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위기'라는 언급을 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공화당 진영까지 포함해 터져 나오는 비난들로 인해 점점 더 불편한 입장이 돼가고 있다. 지난 5일 2000년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상대였던 존 멕케인 상원위원은 CBS TV 방송에서 평양에 대처한 워싱턴의 공식 견해를 거부하며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또 다른 공화당 상원위원 척 하겔은 CNN에서 북한 지도층과의 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측은 부시 행정부가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칼 레빈 전 상원국방위원회 의장은 Fox News에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타협안을 '환영'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2년 전부터 주도해 온 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김정일이 취한 조치들은 부시 행정부를 명백한 모순 앞에 서도록 했다.

***더욱 급박한 위험**

다시 말해 평양 체제는 바그다드와 정반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그다드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돌아오는 것을 받아들였고, 사찰단이 요구한 과학자 명단을 제출했으며 유엔의 결의안에 순응하기를 원한다고 확언한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 2월이나 3월 작전 수행에 임할 수 있는 군사 배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북한에 대해서는 외교적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는 위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부시가 적수를 잘못 알고 있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빌 클린턴과 엘 고어는 오사마 빈 라덴이 여전히 자유의 몸으로 있고 알 카에다가 활동 중인 때에 사담 후세인과 맞서 싸우려 한다고 비난했었다. 이제는 북한의 위험이 이라크보다 더 급박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하워드 딘은 대이라크 전쟁에는 무조건 반대적인 입장인데 지난 5일 직무를 다시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가 평양의 위협을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인 워렌 크리스토퍼는 지난해 12월 31일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이라크의 위험과 대치상황으로 인해 미국이 정말 긴급한 북한 문제를 도외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고위직을 맡아본 이들이면 모두 미국 정부가 두 위기를 한꺼번에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도널드 럼스펠드 현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북한 등 "주요한 두 개의 지역전"을 미군이 감당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나 평양을 만류, 억제할 목적이었을 뿐인 럼스벨드의 발언 또한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 발언은 김정일에게 미국이 북한과 전혀 대화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춰졌으며, 이는 민주당 뿐 아니라 멕케인 상원의원과 같은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잘못된 태도로 여겨졌다.

미 정부의 일관성 결여는 지난해 11월 미 국방부가 북한의 예멘행 스커드미사일 선박을 검색한 때에 이미 백주에 드러났다. 이 운송은 8월에 워싱턴이 받아들인 계약에서 기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통해 이라크와 차별적으로 다루는 것의 타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남북한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 평양이 보유하고 있는 포병대, 생화학 무기가 존재할 가능성 등은 실로 미국에게 분명히 억제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국민들을 이러한 위험에 처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 위기 상황은 부시 대통령의 대이라크 정책에 막중한 혼란을 초래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을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표명했다. 이는 김정일이 이라크와의 충돌 상황을 이용해 부시 행정부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계산을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여하튼 무슨 말을 하든 미국 정부는 적어도 같은 중대성을 띤 두 가지 사안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할 입장에 처해 있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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