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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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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 징후

신영복 고전강독<140> 제12강 한비자(韓非子)-8

다음 예제는 망징편(亡徵篇)에 있는 구절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일곱 가지 징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 역시 위에서 전개한 논리와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현실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하겠습니다.

凡人主之國小而家大 權輕而臣重者 可亡也 簡法禁而務謀慮 荒封內而恃交援者 可亡也 群臣爲學 門子好辯 商賈外積 小民右仗者 可亡也 好宮室臺榭陂池 事車服器琓好 罷露百姓 煎靡貨財者 可亡也 用時日 事鬼神信卜筮而好祭祀者 可亡也 聽以爵不待參驗 用一人爲門戶者 可亡也(亡徵篇)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는 크고, 임금의 권세는 가벼운데 신하의 세도가 심하면 나라는 망한다. 법령(法令)을 완비하지 않고 지모와 꾀로서 일을 처리하거나, 나라를 황폐한 채로 버려 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한다. 신하들이 공리공담을 쫓고, 대부의 자제들이 변론을 일삼으며, 상인들이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면 나라는 망한다.

궁전과 누각과 정원을 꾸미고, 수레, 의복, 가구들을 호사스럽게 하며, 백성들을 피폐하게 하고 재화를 낭비하면 나라는 망한다. 날짜를 받아 귀신을 섬기고, 점괘를 믿으며 제사를 좋아하면 나라는 망한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의 말만 따르고 많은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한 사람만을 요직에 앉히면 나라는 망한다.”

이 망징편에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역조명할 수 있는 대목이 많습니다. 나라는 작은데 대부의 영지가 크다는 것은 국가는 채무가 많고 기업이나 개인에게는 돈이 많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 특히 금융부문의 채무를 나라에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나라를 황폐하게 내버려두고 동맹국의 도움만 믿고 있으면 망한다는 구절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구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인들이 그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아놓고 백성들이 곤궁하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구절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세계화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까?

소위 개발독재기간동안 국민들이 비싸고 질이 좋지 않은 국산품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여 자본축적을 한 것이 재벌입니다. 불법으로 유출시킨 자본은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제경쟁력을 이유로 해외투자와 해외 이전에 열중하는 오늘의 경영방식을 생각하게 합니다.

문제는 상품논리, 세계화논리,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말미암아 우리에게는 실물적 측면을 직시하는 관점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머지 않아 제조업은 해외로 이전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의 제조업기반은 공동화될 것입니다. 한편으로 외자는 국내로 유입됩니다.

중간기술수준밖에 보유하지 못한 한국자본은 국내시장을 내주고 해외시장으로 이전합니다. 결국 한국은 자본주의국가로서의 자본의 토대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노동자와 소비자로써만 국민경제를 구성하게 됩니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처럼 신기술과 신상품을 선도적으로 창출할 수 있거나, 거대자본으로 금융시장을 독점적으로 경영할 수 있거나, 아니면 막강한 군사력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거나, 전쟁특수를 만들어내고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별문제이지만 그렇지 않는 한 경제는 망하는 것이지요.

제1세계의 중하위에 매달려 그 추락을 지연시키는 것이 고작이지요. 재물을 다른 나라에 쌓는 일은 2천 5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경제적 의미가 다른 것일 수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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