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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새로운 이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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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새로운 이브의 탄생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6> 복제인간 탄생과 유전자 검사

사상 최초로 복제 인간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라엘리언 무브먼트 산하의 인간복제 회사 클로네이드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최초의 복제아기 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CNN, 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클로네이드의 회장인 브리지트 부아셀리아 박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제 아기는 지난 26일 오전 11시55분 무사히 출생했다"며 아기의 이름은 '이브(Eve)'라고 전했다.

부아셀리아 박사는 복제 아기 '이브'는 출산 당시 3.2kg의 건강한 상태였으며 미국인 산모(30)를 비롯한 가족들도 모두 행복해 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괴물처럼 여기는 등 혐오스런 존재로 보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부아셀리아 박사는 그러나 아기의 사진 등 복제 아기의 출산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미 ABC 방송의 과학전문 기자 마이클 귈렌에 의뢰, 복제 아기의 진위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만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부아셀리아 박사는 이어 아기는 3일내에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며 이후 집에서 아기가 정말 복제 인간인지를 가리기 위한 DNA 검사 등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검사 결과는 1주일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02.12.28 한겨레신문)


<사진 1> 인류 최초의 복제아기 ‘이브’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종교집단 라엘리언 창립자 클로드 보리옹(右)과 클로네이드사 대표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


***클로네이드, 복제인간 탄생 주장**

어허… 드디어 클로네이드가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지난 주,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에 뒤이어 날아온 최초의 복제 아기 ‘이브(EVE)’의 탄생은 전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현재 클로네이드 측은 아기와 산모의 보호를 위해 철저히 이들에 대한 공개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 아기가 실제로 복제인간인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발달한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지라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난 주, 신문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종교 윤리니 인권 보호니 하는 문제들을 들먹거려도 과학의 발전은 항상 앞으로 내달리는 쪽으로만 달려왔기 때문에 근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은 거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지요.

다만, 좀더 많은 논의와 토론 끝에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 아기가 진짜 복제인간인지를 밝히는 것과, 이후 복제인간에 대한 사회적 정의를 내리는 데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생물학적으로 엄마와 아빠, 두 명의 부모를 가지는 데 비해 복제인간은 최소 한 명에서 최대 세 명의 생물학적 부모를 가지게 됩니다. 복제아기를 만드는 데는 일단 유전적 구조물이 될 세포핵과, 이를 받아들일 난자와, 복제된 세포를 키워줄 자궁을 가진 대리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가지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서 얻을 수도 있고, 겹쳐서 얻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한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태어난 이브는 어머니의 핵을 그녀의 난자에 이식해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켜서 얻은 완전한 복제인간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거의 대부분 핵에 들어있지만, 소수의 유전자(1% 이하)는 핵 외부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있답니다. 따라서, 여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난자를 사용할 수 있어서 완벽한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성의 경우 다른 여성에게서 난자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핵은 동일하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자연상태에서도 모계 유전되기 때문에, 남성은 자신의 모계 쪽 –어머니, 외할머니, 이모, 자매들- 여성들과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가집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이들의 난자를 이용하면 남성도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까지 똑 같은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이 경우 또 하나의 엄청난 금기인 ‘근친상간’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문제죠. 미토콘드리아 모계 유전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쪽에서 다시 한 번 설명하겠습니다).

어쨌든 각설하고, 어제 신문에 복제아기 이브와 어머니(이자 자매인)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클로네이드 측은 이들의 집이 어디인지 밝히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이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복제 여부를 밝히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실제 유전적 쌍둥이인지 구별하는 검사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흔히 유전자(gene)와 동일시되는 DNA(deoxyribose nucleic acid)는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을 표지하는 설계도로서,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꼭꼭 접혀져서는 세포 내 가장 깊숙한 핵 속에 보관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DNA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와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에도 존재한답니다(인간은 광합성을 하지 않으니까 여기서 엽록체 DNA 이야기는 잠시 보류하기로 하죠). 즉, 비교하자면 핵의 DNA는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로 모든 데이터를 다 저장하고 있는 곳이고, 미토콘드리아 DNA는 이거 말고 따로 쓰이는 프로그램을 저장해 놓은 CD에 비유할 수 있겠죠.


현재 유전자 감식법은 상당히 많이 발달해 있고, 이 기술을 이용하여 상업적인 상품으로 둔갑시킨 벤처들이 많아서 누구라도 약간의 유전자 샘플(주로 입 안 상피 세포나 혈액)과 돈(보통 1인당 30-60만원 정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검색 엔진에서 ‘유전자 검사’ 또는 ‘친자 확인’을 입력하면 현재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곳이 꽤 많이 나옵니다. 이들은 고객의 신분을 보장하며, 직접 방문하지 않고 샘플만 보내도 검사를 해주는 곳도 여럿 됩니다). 현재 이 기술은 친자 확인, 시체 신원 감식, 미아나 고아의 부모 찾기 등에 쓰여지고 있지요.

DNA가 유전 물질로 알려진 것은 이미 1950년대이지만, 이를 이용해 인체 식별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입니다. 1985년, 영국의 유전학자인 알렉 제프리스(Alec Jeffreys)는 사람의 근육세포 유전자(myoglobin gene)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이 유전자에는 33개의 염기쌍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했죠.

그는 연구를 거듭해서 우리의 DNA에는 어떤 유전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염색체 순서가 의미없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는 이러한 부분을 초위성(minisatellite) DNA 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이후 연구된 바에 의하면 이러한 특징적인 염기서열들의 반복은 개인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마치 지문과 같이 사람마다 반복 횟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유전자 지문(DNA fingerprint)이라고 명명했답니다.


<그림 1> 유전자 분석 모식도

이후 발견된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DNA 증폭법)에 의해 이 유전자 검사법은 실생활에 쓰여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PCR은 DNA를 엄청나게 증폭시킬 수 있는 실험법으로서, 이로 인해 한 가닥의 머리카락이나 한 방울의 피에서도 DNA를 추출해서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이로 인해 이 분야는 주로 범죄 수사나 법의학적 감식에 많이 사용되어, 현재는 용의자의 DNA 검사 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1991년부터 범죄 수사에 유전자 감식을 도입해서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답니다.


이에 비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검사법은 도입된 시기는 늦지만 여러가지 편리한 점이 있어서 현재 개인 식별에 많이 이용되고 있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길이가 핵보다 훨씬 짧아서 분석하기 쉽고, 미토콘드리아는 모계유전이므로 계통을 밝히기 쉬운데다가, 핵은 세포 내에 하나밖에 없지만 미토콘드리아는 수십 개가 존재하므로 사체의 부패가 심각하더라도 표본을 얻을 수 있거든요.

이 장점들에 대해서 좀더 살펴볼까요?

첫째, 핵 DNA는 약 3000Mbp(1Mbp=1,000,000bp, 1bp는 DNA 1개, 즉 30억개)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16.6kbp(1kb=1000bp, 16600개)정도로 매우 짧거든요. 게다가 이 중에 약 1.7kpb에 해당하는 부위는 돌연변이가 매우 잘 일어나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위는 워낙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 조사해보면 사람마다 배열이 틀릴 정도랍니다. 그러나, 같은 직계 가족에게서는 바로 전대에 유전받았기 때문에 같거나 매우 비슷한 패턴을 보이므로 식별에 이용할 수 있죠.

둘째, 미토콘드리아 DNA는 오직 엄마한테서만 받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될 때, 정자는 핵이 들어있는 머리 부분만 똑 떨어져 난자 속으로 들어가서 난자 핵의 DNA와 만나서 수정이 되는데, 수정과정 중에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태어난 아이의 핵 DNA는 아빠와 엄마 것이 고루 섞인 형태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엄마에게서만 받은 거랍니다. 그래서, 친자식이라면 위에서 얘기했던 돌연변이 DNA 부위가 엄마와 일치하거나 거의 비슷하게 나오거든요. 따라서, 엄마와 자식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같을 수 있지만, 아버지는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이용하면 모계 계통의 가계도를 그릴 수 있답니다.

<그림 2>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유전 방식

셋째, 미토콘드리아는 핵 내에 수십 개가 존재합니다. 단 하나밖에 없는 핵보다는 숫자가 많아 구하기도 쉽지요. 게다가 세포가 죽으면 핵 내 DNA는 짧은 길이로 조각조각 잘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미토콘드리아 DNA는 워낙 길이 자체가 짧기 때문에 이런 짤림에서 비교적 해를 덜 입을 수 있죠. 지난 번, 11년만에 발견된 개구리 소년 사건에서도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낸 것은 그들의 대퇴골에서 분리해낸 미토콘드리아 DNA 덕이었습니다 (대퇴골, 즉 허벅다리 뼈는 우리 몸에서 가장 길고 가장 튼튼한 뼈랍니다. 이 뼈는 웬만해선 부러지지 않고, 부러지는 경우에는 충격으로 기절할 정도로 강한 뼈라서, 사체의 훼손과 부패가 심해서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에도 이 대퇴골 내부는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훼손되지 않은 DNA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해요. 이를 이용해서 빙하에 갇힌 맘모스와 미이라화된 수천년 된 시체에서도 DNA를 얻을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위의 이브의 경우에는 어머니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해서 복제를 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검사법만으로도 충분히 복제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좀더 정확한 복제 여부를 알려면 핵 유전자 검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모계 유전이기 때문에, 반드시 복제인간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낳은 아기라면 모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핵 유전자 검사에서도 동일하다면, 이브와 그녀의 어머니는 모녀이자 태어난 시기가 엄청 차이나는 유전적 쌍둥이 자매이며, 복제된 또 하나의 자신으로 판명나는 것이죠.


아직 정확한 복제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브는 인류 최초의 복제아기라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 태어남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만큼 이브의 인생도 아마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작은 아기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 아닌, 난자에서만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편견과 냉대 속에서 불편한 삶을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기 역시 인간이고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누가 이 어린 아기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생존하고자 하는 욕구로 세상에 나온 어린 생명을.

우리가 쌍둥이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듯이 이브 역시 인위적인 쌍둥이일 뿐, 그녀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아니며, 결코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작은 아기가 자신의 세계를 이루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이 기술과 현상이 잘못된 일에 쓰여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길 뿐일 것입니다.


hari-hara (neurotoxin@intizen.com, harihar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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