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 봉인제거에 이은 영변 원자로 재가동,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방사화학실험실 재가동 발표, 북한군의 휴전선 집중배치 등 북한의 대미대화 촉구시위가 핵을 이용한 위기고조전략을 통해 점차 폭발 일보 직전의 데드라인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로 치우친 상태에서 북한이 지난 10월 켈리 미 특사에게 핵개발계획을 시인하고, 미국은 대북중유지원을 중단하는 조치로 보복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문제의 핵심은 제네바합의의 최종 당사자인 미국이 북한의 핵전략에 대해 '선 핵포기 후 대화재개'라며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무시하는 상황에 있다.
현재 미국이 주력하고 있는 이라크는 넓은 아랍 주변국들에 둘러싸여 북한에 비해 덜 고립돼 있으며 UN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위기를 해결할 방법이 차라리 많은 편이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란 열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철저히 고립돼 있으며 통제할 수단과 방법이 거의 전무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다자간 대화, 혹은 쌍방간 대화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고립상태를 해제시킴으로써 북한이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제어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북한 핵위기는 중동지역의 패권과 석유를 놓고 벌이는 이라크 사태보다 훨씬 더 위험하며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은 동북아시아와 세계 전체를 냉전시대로 회귀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당면한 경제위기와 체제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카드를 내놓은 것은 말 그대로 체제유지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더 타임스 "국제공조없는 미 패권주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영국 더 타임스(The Times)가 27일 지적한 대로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그들이 가진 유일한, 그러나 중대한 거래 수단"인 것이다. 타임스는 '북한 위기, 이라크보다 더 위협적(North Korean crisis is more menacing than Bagdad)'란 기사를 통해 북한 위기가 이라크 위기보다 중요한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북한은 핵무기들을 획득할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국경으로부터 수백 마일 거리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설도 개발해 왔다. 인접한 한국과 일본이 희생국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둘째,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은둔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이다. 반면 이라크는 한 사람에 의한 개인적 독재에 의해 지배된다. 이 정권은 사담이 떠나면 사라질 것이다. 북한은 반세기 이상 자국을 세계와 차단시켜왔다. 북한은 우방이 거의 없으며, 넓은 아랍 세계의 일원인 이라크와는 달리 신의를 지킬 동맹도 없다. 북한의 행동은 전횡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
셋째, 북한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북한은 실패한 국가이다. 대량 기아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들이 있으며, 북한 경제는 심각한 혼란 상태이며, GDP는 자본주의 한국보다 수광년 뒤쳐져 있다."
타임스는 "(북한과 같은) 국제 위기는 국제적 대응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공조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 선택권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위협하고, 때로는 뇌물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 혼자서는 뇌물제공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그러므로 다극적 세계로의 복귀와 미국의 패권 제한을 이룰 수 있는 지역은 아마도 중동보다는 극동지역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임스는 또 북한 문제와 관련, "백악관과 국방부의 매파들도 미국은 스스로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시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공조없는 미국의 패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SZ "국제사회의 계약과 경제지원으로 북한과의 고리를 만들어라"**
독일 쥐드도이체차이퉁(SZ)도 28일 '한국의 시도(Die koreanische Versuchung)'란 논평에서 "북한의 핵댄스는 이미 예견됐던 일로 국제원자력기구 무기사찰단원의 추방조치는 놀랄 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북한 문제에 대해 해결방법을 제시하지도 않고 비판하는 것은 '혼자 치는 고스톱'"이라며 "북한이 핵댄스를 추며 대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정책은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변경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신문은 또 "한반도에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중에 한국인 수백만명의 목숨을 놓고 도박을 벌이지 않는 한 군사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주변국가들인 중국과 일본 등 어느 나라도 한반도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SZ는 "북한이 위험한 핵전략을 구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폐한 경제상황에 있다. 북한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벽에 등을 대고 있다(배수진을 친 상태)"며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적ㆍ경제적 보상을 통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 공조가 포괄적인 핵사찰을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치상황을 심화시켜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보다는 계약과 경제지원 등을 통해 북한과의 고리를 만들어 놓는 것이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투자"라는 것이다.
SZ는 "북한이 추고 있는 스트립쇼는 화산 위에서의 댄스"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러한 위기를 냉정한 머리로 종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링크 http://sueddeutsche.de/ausland/politik/59632/index.php)
다음은 영국 더 타임스 27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북한 위기, 이라크보다 더 위협적(North Korean crisis is more menacing than Bagdad)**
문 하나가 닫히자 다른 문이 얼굴을 때린다. 미국과 국제 사회가 이라크의 핵무기 획득을 방지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에 북한은 더 심각하고 심지어 더 급박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과 같은 급의 독재자가 한 명 있다면 그는 사악한 김정일로서 그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거의 없지만 그의 복장과 모습은 제임스 본드 007 영화의 과대 망상적 폭군의 이미지가 된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이 위기는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북한은 몇달의 시간만 주어지면 핵무기를 취득할 수 있으며, 미국과 세계는 이라크 문제와 비교해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의 수가 매우 적다.
북한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 아니다. 8년 전 클린턴 정부는 북한이 핵 발전소 프로그램을 파기하고 국제 무기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도록 설득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경수로 2기 건설과 매년 중유 50만톤 공급을 위한 50억달러 짜리의 약속과 교환된 것이다. 이 사업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고 있었다.
상호간에 수많은 의혹이 있었다. 북한은 적절한 사찰을 허용하지 않았다. 당근 정책을 사용했던 미국은 큰 채찍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북한 관리들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도 있는 별도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미국은 전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에 중유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대응했다. 김정일은 이제 중단된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 함으로써 보복했다. 이것은 단순히 협상을 위한 흥정일 수도 있지만 전략상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가? 북한은 우리가 거의 아는 바가 없는 먼 나라가 아닌가? 우리는 이 문제를 미국 일본 한국이 해결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가? 몇 가지 중대한 이유들 때문에 문제가 된다. 첫째, 북한은 핵무기들을 획득할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국경으로부터 수백 마일 떨어진 거리까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설도 개발해왔다. 인접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은둔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이다. 반면 이라크는 한 사람에 의한 개인적 독재에 의해 지배된다. 이 정권은 사담이 떠나면 사라질 것이다. 북한은 반세기 이상 자국을 세계와 차단시켜 왔다. 북한은 우방이 거의 없으며, 넓은 아랍 세계의 일원인 이라크와는 달리 신의를 지킬 동맹도 없다. 북한의 행동은 전횡적이고 예측할 수 없다.
셋째, 북한은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 북한은 실패한 국가다. 대량 기아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들이 있으며, 북한 경제는 심각한 혼란 상태이며, GDP는 자본주의 한국보다 수 광년 뒤쳐져 있다.
이 모든 요인들이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은 국경에 1백만명 이상의 무장병력를 갖고 있다. 그들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생존에 필사적일 것이다. 필사적인 인간은 위험하다. 그들의 핵무기 능력은 그들이 가진 유일한, 그러나 중대한 거래 수단이다.
미국과 국제 사회의 반응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대응은 수사보다는 전통적이고 민감한 외교에 의존해야 한다. 내년 미국은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 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의 확신에 찬 주장은 너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무시돼서도 안 된다.
이라크 전쟁 동안 만약 북한이 도쿄나 서울을 공격한다면, 미국은 이에 반격하기 위해 바그다드 전투를 포기하지 않은 채 대규모 병력을 동원할 것이며 또 그런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방적 차원의 전쟁은 다른 문제다. 현재 미국은 평양에 대해 군사력이 아닌 압력을 사용할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김정일과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중기적이라는 것을 고려할 것이다. 향후 10년에서 20년 내에 북한은 붕괴될 것이 분명하며 공산주의 정권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 다음 점차적인 한국 통일은 큰 경제적ㆍ사회적ㆍ인도적 임무가 될 것이다. 북한의 심각한 빈곤과 60년이라는 분단의 세월, 그리고 많은 인구 때문에 남북한의 통일은 독일 통일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반면 군사적 해결방법의 부재는 미국이 김정일로부터 책임 있는 행동을 얻어 내기 위해서 러시아 중국과 함께 훨씬 더 긴밀히 공조해야 할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핵이 없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한반도에 대해 미국보다 더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백악관과 국방성의 매파들도 미국은 스스로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시인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 위기는 국제적 대응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이 공조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 선택권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위협하고, 때로는 뇌물을 제공할 수 있다. 미국 혼자서는 뇌물제공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다극적(多極的, to a multipolar world) 세계로의 복귀와 미국의 패권 제한을 이룰 수 있는 지역은 아마도 중동보다는 극동지역일 것이다.
관련링크 http://www.timesonline.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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