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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미군만 없다면 북한을 박살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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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한에 미군만 없다면 북한을 박살낼 텐데"

NYT 칼럼니스트 새파이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본질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수파 논객 윌리엄 새파이어가 26일자(현지시간) '북한은 중국의 자식(N. Korea: China's Child)'이란 칼럼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인질로 잡혀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파이어, "미국 고마움 모르는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하라"**

새파이어는 이 칼럼에서 미국정부에 대해 두 가지 주문을 했다. 첫번째는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하라"는 것이며, 두번째는 "북한 통제의 책임을 중국에 지우라"는 것이다.

새파이어는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핵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라며 "만약 우리의 지상군이 비무장지대(DMZ) 너머로부터의 대규모 반격으로 인한 인질이 돼 있지 않다면 위험한 북한 핵시설 문제를 다루는 데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양의 비합리적인 독재자도 (남한) 현지의 미국 목표물(주한미군)이 지닌 효용성을 결코 모르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아시아의 테러 무기창고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새파이어는 "지난 반세기동안 미군의 도움으로 자유를 향유한 과반수의 한국 유권자들은 3만7천명의 미군이 한국 땅에 계속 주둔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며 "그들은 지난 주, 1994년 클린턴의 소득없는 굴복을 되풀이하기를 원하는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최근 한국의 대선 결과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개감을 드러냈다.

요컨대 "미국은 제국주의적인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을 원치 않는 국가에는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는다"는 위협조의 주장이다.

그는 또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도움을 받은 북한을 '중국의 자식'으로 묘사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위협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파이어는 "부시 행정부는 중국 포용 차원에서 신장 자치구 탄압, 첩보행위, 군비증강 등을 눈감아주면서 세계무역의 길을 열어주고 수출 증대를 도왔으나 (이같은 미국의 선의는) 이제까지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공갈은 13억 중국인의 새 지도자가 된 후진타오의 첫 시험대가 됐으나 후진타오는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중국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반도가 미국 핵 실험장이 되란 말인가**

이같은 새파이어의 주장은 주한미군의 주둔 이유를 왜곡하며, 북한 핵문제와 중국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상당한 기여를 해왔고 지금도 그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 많은 한국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선출을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과대망상인 것이다.

또 주한미군은 한국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부시 독트린이 구현하려는 유일 초강대국이자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데 매우 필요하다. 주한미군과 일본, 대만에 주둔중인 미군을 통해 미국이 가상적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카터 전 대통령이 70년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가 철회한 것도 바로 이 같은 미국의 국익에 대한 판단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새파이어의 주장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주한미군을 북핵 위기의 인질로 보고 주한미군만 없다면 북핵 위기를 해결하는 데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전쟁까지를 포함한 군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끔찍한 편의적 발상이다. 주한미군 3만7천명만 없으면 한반도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군 몇만명이 한반도 7천만명의 생명보다 소중하며 미국은 이를 위해 핵을 이용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북한은 지난 90년대말부터 '북한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는 재일본 군사평론가 김명철의 입을 빌어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북한은 미사일로 남한과 일본의 원자로를 폭격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공격에 패망하겠지만 한국과 일본에 있는 10만 가까운 미군을 비롯한 미국인들도 상당수 희생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김명철은 이같은 북한의 입장을 '전갈'에 비유하고 있다. 북한은 비록 미국의 군화발에 밟혀 죽겠지만 미국의 발을 물어 상당수 미국인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명철의 이같은 위협을 미국측은 상당히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김명철은 하와이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고 미 정보기관과도 대화를 갖는 등 주로 미국내 보수파들과 일정한 대화채널을 갖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도 몇달 전 김명철의 말을 빌어 칼럼을 쓴 바 있다.

새파이어가 주장했듯이 미국이 북핵 위기의 군사적 해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이같은 북한의 위협 도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한국대선을 계기로 미국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온 것은 새파이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슈뢰더'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가끔씩 유권자들도 실수를 한다"고 말해 한국민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시사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축하 전화통화에서 미군은 원치 않는 곳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노씨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미국 보수파들이 얼마나 당황해 하고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중국 책임론 또한 지극히 미국적인 이기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중국과 미국의 가상적은 북한이 아니라 바로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에 아프가니스탄이나 걸프전 때 어쩔 수 없이 미국 편을 들어줬던 것이지 미국이 내세운 명분이 정당하고 좋아서였음은 아니라는 점을 새파이어는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으나 현재 위기를 몰고온 당사자중 하나인 미국이 여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나머지는 중국이 책임지라는 주장은 마치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핵군사력을 과시해 한반도 주변국들을 미국 의도대로 쥐락펴락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새파이어는 왜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ㆍ민주 양당 지도부는 26일 부시 행정부에 대해 북한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북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는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한다. 조셉 바이든(민주당, 델라웨어) 의원은 "윈스턴 처칠 경이 말했듯이 '말 말 말이 전쟁 전쟁 전쟁보다 낫다'면서 전쟁은 '매우 매우 아찔한 대안이며 매우 현명치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정치인보다 이성적이지 못하다면 문제가 아닌가.

다음은 윌리엄 새파이어의 26일자 뉴욕타임스 논평 기사 주요 내용.

***북한은 중국의 자식(N. Korea: China's Child)/NYT, William Safire**

순진한 지미 카터를 대리인으로 삼아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북한의 핵 공갈에 굴복해 50억달러의 보상에 동의했다. 보상 내용은 주로 원유였다.

우리가 검은 황금을 제공했으나 공산주의 착취자들은 비밀리에 핵 시설을 구축해왔다. 부시 행정부가 제시한 명백한 증거에 직면한 북한은 자신들의 이중성을 뻔뻔스럽게 시인하고 새로운 달래기(appeasement)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번 덴 적이 있는 미국은 거절했다. 대신 우리는 불량국가의 이웃인 한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중국으로 눈을 돌려 북한에 압력을 넣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웃과 상대하기를 거부한다. 북한 정부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선반도의 핵문제에 절대로 제3자가 끼여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 신문이 미국이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북한 인민무력부장은"무자비한 응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 구축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위협을 받고 있는 이웃나라들은 어떠한가? 우리의 아시아 우방국들은 미국 혼자서 위협에 '대처하는(engage)' 데 전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북한) 달래기가 그들에게는 갑자기 근사하게 비쳐진다. 햇볕도 들어오게 하라고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미군의 도움으로 자유를 향유한 과반수의 한국 유권자들은 3만7천명의 미군이 한국 땅에 계속 주둔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주 1994년 클린턴의 소득없는 굴복을 되풀이하기를 원하는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일본은 야단법석을 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푸틴은 이란 이라크 북한 같은 불량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는 데 무관심하다. 중국은 어떠한가? 외교부가 "우리는 관련 당사자들이(물론 중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게 고작이다. 마치 "우리는 그 싸움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북한이 아시아의 테러 무기창고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적 목표라면 다음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첫째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시작하라.

미국은 제국주의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나라에 있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미 지상군은 1백만이 넘는 군대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침략을 저지하는 한국군이 미국의 해ㆍ공군력을 이용하도록 돕기 위한 인계철선(tripwire)으로서 한국에 주둔해왔다.

과거의 (전쟁) 억지력이 역전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서울을 지상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인계철선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핵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지상군이 비무장지대(DMZ) 너머로부터의 대규모 반격으로 인한 인질이 돼 있지 않다면 위험한 북한 핵 시설 문제를 다루는 데 우리는 훨씬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평양의 비합리적인 독재자도 (남한) 현지의 미국 목표물(주한미군)이 지닌 효용성을 결코 모르지 않고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을 통제하는 책임을 중국에 지우는 것이다.

북한은 1950년 한국전에 참가한 미군에 의한 패배를 구출해 준 중국군의 도움으로 오늘날 지구상에 살아남아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 이후 중국은 이 검은 정권의 주된 지원자였다. 오늘의 불량국가 북한은 중국의 자식인 셈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가) 자신과 무관한 척 해서는 안된다.

부시 행정부는 과거 중국을 포용했다. 이를 위해 신장 자치구 탄압, 첩보행위, 군비증강 등을 눈감아주면서 세계무역의 길을 열어주고 수출 증대를 도왔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선의는) 이제까지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왔다.

북한의 공갈은 13억 중국인의 새 지도자가 된 후진타오의 첫 시험대가 됐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도쿄는 물론 베이징까지 박살낼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바그다드의 위험을 중지시킬 것이다. 과감한 세대가 이란의 위험으로부터 권력을 잡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중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코앞의 위기부터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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