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봉인을 제거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재가동을 위해 핵연료봉 저장창고에 있는 새 핵연료봉을 25일부터 이 원자로로 옮기기 시작했다.
또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미국은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데 대해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킨다면 북한 군대와 주민은 일심단결, 무자비한 징벌을 가하겠다'고 맞받아치는 등 북미간의 긴장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25일 2차례나 성명을 발표, 미국과 북한이 다 함께 1994년에 서명한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조치들을 취하지 말라며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한국정부 소식통은 26일 "북한이 25일부터 사용전 연료봉을 원자로로 옮기기 시작하고 있는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확인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얼마나 많은 연료봉을 옮겼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연료봉을 저장창고에서 원자로로 옮기는 일은 하루동안 끝날 일이 아닌 만큼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마크 구어즈데키 대변인은 25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이 영변의 5㎿e 원자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며 "그리고 그들이 새 연료를 원자로로 옮기고 있는 것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구어즈데키 대변인은 북한이 영변에 있는 4곳의 핵시설에서 봉인의 대부분을 제거하고 IAEA의 감시 장비를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어즈데키 대변인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내는 연료재처리 공장에서는 아무런 작업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재처리 공장은 IAEA가 가장 우려하는 시설이다.
북한은 현재 원자로 봉인을 제거한 지난 21일 이후 이 시설에 기술진을 투입해 시설보수와 정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 준비를 본격화할 경우 보수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2개월내에 실제 5메가와트 원자로가 재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IAEA 북한 상주사찰관 3명으로 증원, 활동제약은 없어**
국제원자력기구는(IAEA)는 북한의 핵봉인 제거 후 실질적인 동결해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북한에 상주시킨 사찰관을 2명에서 3명으로 임시 증원조치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현재 이들 3명의 사찰관이 매일 매일 육안으로 핵동결 시설을 점검중"이라며 "이들은 현재까지 활동상 제약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인 IAEA 특별이사회를 앞두고 미국 일본 등 관련국들과 긴급 협의에 들어갔다. IAEA는 이번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동결 해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봉인제거 등의 원상회복을 강력히 촉구하는 특별 결의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이 취할 조치로 ▲5MWe 원자로 재가동 및 연료봉 장전 등 준비작업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 ▲폐연료봉 인출 ▲재처리 강행 등을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재개를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핵동결 해제 이유가 전력생산용임을 강조해왔음을 감안할 때 북한은 향후 예상되는 조치 가운데 일단 원자로 재가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동결 해제선언이 허튼 말이 아니라는 것과 그런에도 비핵화 합의는 계속 준수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면서 동시에 핵개발을 이용한 단계적 조치를 취해 나가면서 시위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원자로 본격 재가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북핵 위기는 지금보다 한단계 높은 수위로 오르게 됐으며 그동안 외교적 설득에 집중되던 한ㆍ미ㆍ일의 대북 전략도 일정 정도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3국은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순간 제네바 기본합의가 완전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며 대북 경수로 공사 중단과 건설인력 철수 등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북한의 핵동결 파기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 안보리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 "2개의 전쟁 동시수행"에 北 "무자비한 징벌 가할 것"**
한편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23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은 하나 이상의 군사적 분쟁에 동시 대처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의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24일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킨다면 북한 군대와 주민은 일심단결, 무자비한 징벌을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이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11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호전세력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우리(북)가 `핵계획'을 추진시키고 있다고 걸고 들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극한점으로 끌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조선반도 정세를 핵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 호전광들에 의해 조국과 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이 최악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오늘의 사태를 절대로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혁명무력은 그 어떤 대적도 격파할 수 있는 현대적인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다 갖추고 주체전법을 소유한 무적 강군으로, 일당백의 전투대오로 강화됐으며 조선에는 인민군대를 핵심으로 하는 전인민적, 전국가적 방위체계가 철벽으로 다져졌다"고 공언했다.
이와 함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도 24일자 논평기사를 통해 미국이 "자기가 지닌 책임을 회피하는 길로 계속 나간다면 그것은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그 무슨 '국제원자력기구'의 노력'을 운운하며 그에 조선반도 주변 나라들이 발을 맞추라고 떠든 것은 우리를 기어이 '핵범인'으로 몰아 국제적으로 고립압살해 보려는 기도"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우리가 이번에 핵동결 해제 조치를 취한 것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핵시설 가동이 다시 동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특히 "조선반도의 핵문제에 절대로 제3자가 끼여들 필요가 없"으며 :그것은 오직 그 직접당사자인 조미사이에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만일 미국이 조미사이의 현안문제를 국제화하면서 자기가 지닌 책임을 회피하는 길로 계속 나간다면 그것은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ㆍ일본 "북한 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 동감"**
이처럼 북미 양측의 긴장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25일 2차례나 성명을 발표, 미국과 북한이 다 함께 1994년에 서명한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고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조치들을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내년 1월 유엔 안보리에 북한 핵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성명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련 당사자들이 94년의 핵합의를 이행하는 기초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을 피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이날 또 별도로 북한이 핵시설 감시 장비와 봉인을 해제한 데 대해서도 성명을 발표,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와 대국을 고려하여 1994년의 핵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이행하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우리는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측의 한반도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된 것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인식을 같이 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이날 전화회담에서 북한이 영변의 5MWe(메가와트)급 원자로에 이어 최우선 감시대상인 8천여개의 폐연료봉 저장시설에 대한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전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또 "북한이 모든 핵관련 시설의 동결을 유지하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인 대응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미국 군사행동 등 강경자세에 반대"**
러시아 외교부는 24일 북한을 압박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3국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는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로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핵시설 봉인제거 및 감시카메라 작동중단 등의 조치에 대해 미국이 군사행동 불사 등 강경 자세를 보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문제는 외교ㆍ정치적 수단으로 풀어가야만 한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전통적인 양국관계를 활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겐나디 셀레즈뇨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북한이 핵 동결 조치를 해제하고 핵시설을 재가동한데는 미국의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 "북한은 위반한 것 없다"**
방송은 셀레즈뇨프 의장이 최근 이타르-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넷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 건설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을 '악의 축'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미국의 이런 태도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지극히 응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속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에 앞서 지난 24일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 동결을 준수하는 대가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을 미국과 중국에 제안했다고 러시아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제안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반대하는 북미 불가침조약의 대안을 제시해 북핵 사태로 빚어진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소식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미-중 지도자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전달했으며, 미국측은 이 제안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2월 초 중국 방문기간 중 장쩌민(江澤民) 주석에게 이같은 계획을 설명했으며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도 전화통화를 통해 이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측의 제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했으나 이러한 조치가 북한의 위협에 물러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에는 반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또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인정 방안에 대해 정치적 선언이나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형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러시아와 중국,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 개발계획의 동결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준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미ㆍ일ㆍ중ㆍ러에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촉구**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의 핵 개발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정세현(丁世鉉) 통일, 최성홍(崔成泓) 외교, 이준(李俊) 국방장관, 신건(辛建) 국정원장,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 대표로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도 회의에 참석해 정부 대응방안을 청취하고 노 당선자와 부시 미 대통령이 합의한 특사교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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