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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직접 사과하고 한국 대선 중립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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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 직접 사과하고 한국 대선 중립 선언하라"

뉴욕타임스ㆍLA타임스 등 미 언론 부시 행정부에 충고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에 이어 북한이 핵시설 가동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밝혀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6일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신북풍은 한국내 반미기류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대선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대선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 언론들 역시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주목하면서도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미군 피의자에 대한 무죄평결로 한국내 반미감정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12일 '북한 미사일 수출의 해독'이란 사설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저지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한미간 긴밀한 협력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그의 개인적 유감을 한국인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한국 대선과 관련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또한 워싱턴이 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고 당선자와 북한의 비재래식 무기의 생산과 수출을 종식시키는 일을 긴밀히 협의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12일자 '한국의 정치를 또 다시 어지럽히는 북한'이란 서울발 기사에서 "'노무현과 한국의 반미주의'라는 두 가지 문제를 없애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 선박 나포를 이용하고 있다"는 문화일보 만평을 인용하며 한국내에서 "두 여중생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진정시키고 대선의 마지막 순간에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설이 파다하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1일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와 마이클 오'핸론(Victor Cha & Michael O'Hanlon)의 논평 '미국의 서툰 행동, 대한(對韓)관계 위태롭게 해'에서 "한반도의 위기발생이 눈에 두드러진다"며 "그것은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계획이나 한국의 12.19 대선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미관계를 심히 잘못 다루고 있는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번지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LAT는 "여중생사망사건의 사건의 처리는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 두려워 동맹국과의 법적 문제에서 양보를 피하도록 임무가 주어진 미 국방부의 법률가들과, 내려진 결정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맹국간의 결속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는 전략가들 사이의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고압적인 태도와 비밀주의가 이처럼 한데 섞이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이는 강대국들이 약소 동맹국들에게 통상적으로 하는 태도다. 미군은 특징상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지난 80년대의 반미주의 상징이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화염병을 든 과격학생이었다면, 오늘날의 상징은 가정주부나 은행직원"이라며 "다행히 항구적인 이익과 굳건한 우호관계 그리고 경험의 공유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책임을 받아들이고 사실대로 나올 때 회복은 더욱 빨라지고 그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 신문이 지적하는 요지는 한미관계가 위태로워지고 한국내 반미감정이 들끓고 있는 현실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잦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니 부시 대통령은 한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고 대선중립을 선언하는 방법으로 현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 같은 미국 언론들의 충고를 얼마나 귀담아 들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12일자 사설과 기사, LAT 11일자 논평기사의 주요 내용.

***북한 미사일 수출의 해독(North Korea's Missile Export Mischief)/NYT 사설**

비재래식 무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 불량국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폭발성이 높은 지역의 한 곳에 위험한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 국적기도, 선명 표시도 없이 아라비아 해를 항해하던 북한 화물선의 시멘트 포대 밑에 숨겨진 스커드미사일이 발견됐다. 발견된 스커드미사일은 예멘 정부가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밝혀져 그 나라로 인도되고 있다. 최종 행선지가 예멘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이 알 카에다로 가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멘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제한적이나마 협조를 했다. 예멘은 평양과의 무기 거래를 중단하고 북한의 무기 수출사업을 중지시키려는 세계적 노력에 동참한다면 워싱턴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식량을 조달할 수 없는 나라가 미사일 핵폭탄 기타 비재래식 무기 개발에 그처럼 많은 재능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일은 불쾌하다 못해 불가사의하다. 평양의 전략은 돈을 제일 많이 주는 자에게 무기와 무기기술을 팔아 필요한 현금을 얻거나 아니면 무기의 생산 및 공급 라인을 폐쇄하는 대가로 서방으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거래가 지켜질 것이란 신뢰감은 최근 북한의 행동으로 감소됐다. 농축 우라늄 계획의 은폐와 이번의 미사일 수출 같은 게 그것이다.

효율적인 저지는 한미 간 긴밀한 협력에 달려 있다. 지금 한국에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반미감정이 높다. 이 사건에 관련된 2명의 미군은 최근 군사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음 주에 있을 선거 열기도 대단하다. 이번 선거에서 선두 후보들은 앞으로의 대북 관계에서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그의 개인적 유감을 한국인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는 또한 워싱턴이 이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고 당선자와 북한의 비재래식 무기의 생산과 수출을 종식시키는 일을 긴밀히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다짐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를 또 다시 어지럽히는 북한 (Once Again, North Korea Unsettles South Korea's Politics)/NYT 서울발 기사**

좌우파간의 접전속에서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운반선을 나포한 후 풀어준 미국의 조치는 유권자들에게 북한의 위협을 다시금 일깨워줌으로써 보수파 후보에게 도움을 줄지 모른다고 서울의 정치 분석가들은 밝혔다.

TV뉴스 화면에 북한 선박을 점거하는 스페인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움직임이 계속 비쳐지면서 갑자기 몰아친 '북풍'은 주한미군에 대한 여론의 발에 채인 선거유세를 관통했다. 과거 선거에서 보수파 후보들은 북한의 안보위협, 즉 북풍이 나오면 도움을 받았었다.

11일자 문화일보에 '노무현과 한국의 반미주의'라는 두 가지 문제를 없애기 위해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 선박 나포를 이용하고 있다는 만평이 실렸다. 한국 내 반미 추세는 두 미군의 무죄평결이 내려진 후 급물살을 탔다. 한국의 민감한 선거전에 영향을 미치려는 미국의 막판 노력을 본 이 신문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문제가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음모설이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는 한국에서 한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는 미국이 약 한달 동안이나 이 선박을 추적한 후 검문을 하고, TV 뉴스에 잘 먹힐 정도로 기동성 있는 제임스 본드식 선박제압 작전이 전개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한 분석가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현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그 의도는 두 여중생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감정을 진정시키고 대선의 마지막 순간에 미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주한대표는 "이회창씨의 집권을 돕고 반미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라는 이야기가 국내에 파다하다"며 "한국은 세계의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이곳의 일과 연관짓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파인 노무현 후보는 11일 북한 미사일 선박 문제를 애써 평가절하하려는데 반해, 보수파의 이회창 후보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자세였다. 이 후보는 "북한은 핵위기 속에서 미사일 수출이라는 무모한 도박을 중단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 관계는 붕괴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대북 현금원조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후보는 북한의 미사일 판매금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 후보는 "북한은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들 무기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언론은 선거일을 앞두고 여론조사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도록 돼있는데 지난 주 실시된 4개의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서툰 행동, 대한관계 위태롭게 해(A Clumsy U.S. Risks Ties to Seoul)/LAT 논평**

한반도의 위기발생이 눈에 두드러진다. 그것은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계획이나 한국의 12.19 대선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한미 관계를 심히 잘못 다루고 있는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번지는 위기다. 그것은 일상의 유대 활동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오랜 친구들 사이에 반미감정을 북돋을 뿐 아니라, 한국사람들 눈에 미국을 한낱 외국 점령군과 같은 존재로 보이도록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의 긴장으로 동맹관계가 당장 손상되지는 않을지 모른다. 북한의 위협이 아직도 너무 현실적이고 한국이 극적인 조치를 취하기에는 한미동맹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제휴함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고 미국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만5천명의 사람들이 지난 7일, 수년 이래 최대규모의 반미시위에 참가했다.

현 상황은 2년 전의 정치적 선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한 강경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는 햇볕정책간의 차이로 한반도 화해노력이 손상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한미관계는 지난 여름 발생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군사훈련 도중 굽은 도로를 가던 미군장갑차가 두 명의 여중생을 치었다. 사고 당시 두 미군은 공무수행 중인 관계로 시대에 뒤떨어진 기존의 주둔군 지위협정에 따라 비밀 미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두 미군은 무죄방면됐고 재판을 받거나 인책된 상급 장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수개월 후, 부시 대통령은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을 한국인들에게 보냈으나 성의가 담기지 않고 때늦은 제스처는 한국민과 언론, 정부의 커지는 분노를 누그러뜨리는데 별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

두 미군에 대한 무죄평결은 옳은 결과라고 하겠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이 눈에 띈다. 첫째, 사고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는 두 미군에게 불리하고 그들이 유죄인 관점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사고에 관한 추가정보가 너무 늦게 발표됐다.

이번 사건의 처리는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 두려워 동맹국과의 법적 문제에서 양보를 피하도록 임무가 주어진 미 국방부 법률가들과, 내려진 결정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맹국간의 결속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는 전략가들 사이의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압적인 태도와 비밀주의가 이처럼 한데 섞이는 것은 중대한 일이다. 이는 강대국들이 약소 동맹국들에게 통상적으로 하는 태도다. 미군은 특징상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감각 부족은 운동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전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내의 넓은 계층에 반미감정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지난 2주일 동안 주한 미군기지 주변에서 발생한 일련의 항의시위는 1980년대의 급진 이념세력들에 의한 반미주의와 유사하지 않다.

오늘날의 정서는 덜 급진적이긴 하지만 교육을 받고 인터넷을 아는 비정부조직과 민간행동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는 폭넓은 사회운동으로, 한국인들 사이에 호소력을 갖는 미군의 발자취(반미주의)를 민군관계의 현실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의 반미주의 상징이 머리에 끈을 동여매고 화염병을 든 과격학생이었다면, 오늘날의 상징은 가정주부나 은행직원이라 하겠다. 미국의 고압적인 자세로 인해 생긴 이번의 반미주의가 보다 위험한 반미급진 이데올로기로 한국사회에 폭넓게 확산될 경우, 한미 동맹관계의 장기적인 미래는 한층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내포한 의미는 미군의 장래 주둔권한을 협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경제적 수출과 시장의 차원을 떠나, 세계적인 군사작전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민주적 제도와 군사기지, 그리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한국은 전략적으로 미국에 엄청난 가치가 있다.

비극적인 군사사고는 동맹관계에 항상 주름살을 가져온다. 다행히 항구적인 이익과 굳건한 우호관계 그리고 경험의 공유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그 책임을 받아들이고 사실대로 나올 때 회복은 더욱 빨라지고 그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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