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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으로 검증된 법가사상을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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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으로 검증된 법가사상을 집대성

신영복 고전강독<133> 제12강 한비자(韓非子)-1

1) 미래사관으로서의 법가(法家)

법가(法家)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사상입니다. 법가는 부국강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고 6국을 통일하였습니다. 다른 학파, 다른 사상에 비하여 그 사상의 현실적합성이 실천적으로 검증된 학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가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법가의 현실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입니다. 현실성이란 점에 있어서 다른 학파와 어떠한 차별성을 갖는 것인가에 대하여 주목하는 일입니다.

‘한비자’에서 예제를 뽑아 함께 읽어가면서 법가의 성격을 이해하고 다른 제자백가들과의 차별성을 확인해 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한비자’는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宋人有耕者 田中有株 兎走 觸株折頸而死 因釋其耒而守株 冀復得兎 兎不可復得 而身爲宋國笑 今欲以先王之政 治當世之民 皆守株之類也(五蠹篇)

“송나라 사람이 밭을 갈고 있었다. 밭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토끼가 달리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 후로 그는 쟁기를 버리고 그루터기만 지키면서 다시 토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토끼는 다시 얻지 못하고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되었다. 지금 선왕의 정치로써 오늘의 백성들을 다스리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그루터기를 지키고 있는 부류와 같다.”

유가(儒家). 묵가(墨家). 도가(道家)는 다같이 농본적(農本的) 질서를 이상적 모델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복고적(復古的)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과거의 이상적인 시대로 돌아갈 것을 주장합니다. 선왕(先王)의 정치로 돌아갈 것을 주장합니다.

여기에 비하여 법가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식의 정책대응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가의 사관을 미래사관(未來史觀) 또는 변화사관(變化史觀)이라 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송나라 농부의 우화인 수주대토(守株待兎)는 어제 일어났던 일이 오늘도 또 일어나리라고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있는 우화입니다. 이 우화는 농부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다른 제자백가들을 비판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변화하는 현실을 낡은 인식틀로써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며, 대응방식도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이지요. 시대를 보는 눈이 없다(無相時之心)는 것이지요. 법가는 그런 점에서 다른 모든 학파와 구별되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 학파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변화하면 도를 행하는 방법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인민이 적고 재물에 여유가 있으면 백성들은 다투지 않는다. 반대로 인민이 많고 재물이 적으면 힘들게 일하여도 먹고 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투는 것이다.” (世事變 而行道異也 人民少而財有餘 故民不爭.....是以人民衆而 貨財寡 事力勞而供養薄 故民爭 : 五蠹篇)

“요임금과 순임금이 천하를 양보하였다고 하지만 당시의 임금이란 오늘날의 노복(奴僕)보다 힘든 자리였다. 천자의 자리를 양위하는 것은 이를테면 노복을 그만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현령(縣令)같은 낮은 벼슬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치부하는 자리가 되고, 자손 대대로 잘 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남에게 양보하기는커녕 한사코 그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법가의 현실인식입니다. 법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현실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의(仁義)의 정치는 변화된 현실에서는 적합하지 않는 사상이라는 것이지요.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인의의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고삐 없이 사나운 말을 몰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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