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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세화, 한겨레신문 그리고 민주노동당'

한겨레, 홍세화씨 민노당 TV찬조연설에 '직무정지'

현직 언론인의 정당가입은 정당한가, 시기상조인가, 말도 안 되는가.

지난 5일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MBC '100분토론'에 민주노동당 찬조연설자로 출연하자 다음 날인 6일 한겨레 편집국은 홍 위원이 사규를 위반했다며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신문사 내부에서는 '현직 기자의 정당 가입이 옳은 것인가' '징계절차를 밟지 않은 직무정지 결정은 편집국장의 월권이 아닌가'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

논란은 MBC가 이달 초 '100분토론' 프로그램 예고방송을 통해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부국장급)이 민노당 찬조연설자로 출연한다고 알리면서 시작됐다. 한겨레신문은 즉각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고 MBC는 지난 5일 '100분토론' 본 방송에서 홍세화씨를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아닌 격월간지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으로 소개했다.

문제는 다음 날 더 크게 불거졌다. 조상기 편집국장이 6일 출근한 홍 위원을 불러 그가 담당하던 토론면 '왜냐면'의 편집을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며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다. 조 국장은 "민노당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론면인 '왜냐면'의 편집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겨레신문 '왜냐면'은 현재 고광헌 부국장이 임시로 맡고 있다.

***홍세화 위원 "한겨레신문이 낡은 관념을 꿰차고 있다"**

홍 위원은 이에 대해 "충격이다. 한겨레 구성원 사이에 이렇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느냐. 한겨레신문이 진보적 대중지를 표방하며 나태와 타성에 젖어있는 사례다. 진보적 대중지란 말부터 진보와 대중간의 갈등관계에 있음을 암시하는데 이는 세파의 변화에 긴장하고 적응하며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겨레신문이 지난 15년간 낡은 관념을 꿰차고 앉아 있는 것은 수구적인 형태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기본적으로 당 활동이나 당적과 지면에 반영되는 것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다. 이는 기자 개개인의 자율성과 검증성, 양식을 부정하는 처사다. 사규와 실정법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진보적 신문이라면 스스로 문제제기해야지 이를 추종하는 것은 스스로 진보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또 한겨레의 정치적 정체성과 관련해 "지난 7일 한겨레신문 11면에 실린 역사학자 최상천씨의 '누가 옳은가'란 시평은 결론적으로 노무현 후보가 옳다는 것인데 아무 논리가 없다. 논리의 정확성이 없는 글은 가능하고 언론인의 정당가입 문제가 배제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겨레신문 기자가 한나라당원이나 민주당원이 되도 괜찮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기자가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하더라도 논리적 정확성과 공리(公利)를 갖고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홍 위원은 10일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조상기 편집국장 앞으로 보낼 예정이다.

***조상기 편집국장 "편집국 의견 수렴해 내린 편집권 행사"**

홍 위원에게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조상기 편집국장은 전혀 다른 입장이다. 조 국장은 "현직 기자의 정당가입 문제는 현재 한겨레신문 사내 윤리위원회에 계류중이며 이미 윤리위원회에서 민노당에 가입한 기자들에게 자제해줄 것을 수차례 권고했다. 이는 문제가 불거진 상태에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는 스스로 정당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홍 위원에게 내린 직무정지 결정과 관련해 "TV에까지 나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정면으로 사규를 들이받는 형식이 됐다. 홍 위원은 한겨레 간부사원이며 의견란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정성이 요구된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편집국 부국장단의 의견을 수렴해 편집권 행사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아직은 국내 언론문화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데스크를 맡길 정도가 아니다. 진보주의 신문이라고 해도 원칙과 질서는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 국장은 지난 7일자 시평에 대한 홍 위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최상천씨는 정기 칼럼 필진으로서 편집국에서 원고에 일체 손을 대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사규는 아니지만 10조로 구성된 윤리강령을 통해 "우리는 정당에 가입하지 않으며 특정 정당이나 특정 종교 및 종파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한겨레신문사 윤리강령 제7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7월경에도 홍세화 위원을 포함한 일부 기자들의 민주노동당 가입 문제가 불거지자 윤리위원회를 열어 정당활동을 자제해달라는 권고만을 내린 채 아직 명확한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겨레에는 또 다른 진보정당인 사회당 당원 기자도 일부 있다.

***노조 "홍세화씨에 대한 직무정지는 징계절차 어긴 권한남용"**

홍 위원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 한겨레신문 내부에서 일고 있는 논란의 쟁점은 두 가지. 하나는 편집국장이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직무정지라는 인사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직 언론인의 정당 가입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란이다.

일단 한겨레신문 노조(위원장 박상진)는 조합원인 홍 위원에 대한 징계절차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 "조합원과 관련된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 인사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권한남용"이라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성명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노조는 현직 기자의 정당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사내 윤리위원회가 내린 잠재 결론은 대선 이후에 사내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윤리위원회는 일단 민노당 당원 가입 기자들에 대해 정당활동을 중단하라는 권고만 2차례 내렸다. 현재 사내 여러 분야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중인데 논쟁 단계를 거쳐 단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1-2주 안에 논쟁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당수 일선 기자들은 일단 홍 위원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사규를 위반한 것도 아니고 윤리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홍 위원의 주 업무인 '왜냐면' 편집권을 박탈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며 "홍세화 위원이 민노당원인 것은 이미 공언해왔던 사실로서 홍 위원이 한겨레 입사할 때 이미 알고 영입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직 기자 정당 가입 논란: "기자 개인 양심의 문제" vs "비현실적이다"**

한편 현직 기자의 특정정당 가입이 정당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일선 기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입사 10년이 넘은 한 중견기자는 "일단 사내 윤리규정에서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규정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규정상 문제점이 있다면 개정노력이 선행돼야지 위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기자는 "그 같은 논리는 지나치게 형식에 치우친 것"이라며 "정당가입은 언론인 개인의 양심의 문제이지 사규나 윤리강령 등의 규정으로 억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반적으로 한겨레신문 내부에서는 젊은 기자들을 주축으로는 "정당 가입은 기자 개인에 맡겨도 되는 문제"라는 관용적인 입장인 반면 고참과 간부급 기자들은 "원론에는 공감하지만 비현실적이라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한 기자는 "지금이야말로 정당가입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 공론에 붙여볼 계기다. 현실적으로 윤리강령은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규는 이같은 내용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명확한 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언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제에 언론사의 지지정당 공개표명 문제와 더불어 언론인들의 정당가입 문제에 대해 언론계내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 언론문화 발전 선행돼야" 지적도**

현재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기자들의 정당 가입문제는 기자 개인에게 맡겨 두고 있으며 언론사별로 특정정당에 가입한 기자들이 많은 경우엔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립을 지향하는 독일 Westdeutsche Allgemeine Zeitung(WAZ) 그룹의 경우 사민당(SPD) 당원이 지역신문 편집장을 맡기도 한다.

반면 미국은 언론사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사설이나 칼럼을 쓰기는 하지만 기자 개인의 정당가입은 윤리강령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미국에서 정당 가입은 참정권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지만 기사에서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기자들의 정당 가입을 윤리강령 등으로 규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부 유명 앵커들의 경우 보도에 영향을 미칠까봐 투표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계에선 국내 정당문화가 아직 정책정당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반한 천박한 상태이기 때문에, 언론인의 정당 가입을 위해선 먼저 미숙한 정치문화가 성숙되고 공리가 아닌 사익에 따른 교묘한 편들기가 자행되고 있는 언론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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