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복제인간 2003년 1월 탄생"**
"사상 첫 인간복제 실험 발표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는 "내년 1월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날 로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복제배아로 임신한 여성이 임신 33주째에 접어들었으며,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는 2.5~2.7㎏으로 정상적인 발육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아가 어떤 기형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자연 임신과 배아 임신 사이에 어떤 차이점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현재 여러 나라에서 인간복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출산 시기가 예고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복제인간 기술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다른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면서 "안티노리 박사가 배아복제에 관한 기술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 탄생할 아이가 정말로 복제인간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002.11. 28)
안녕하세요, hari-hara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복제인간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복제인간이 실생활에 태어나게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리고 있고, 각국에서는 서둘러 이에 대한 법 체계 확립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에 '인간복제금지법2001'이 하원을 통과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월,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인간복제 및 체세포 핵이식을 반대하는 '생명윤리안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제 인간 복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윤리적, 법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지금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입법 예고안을 살펴보면 지나친 공포감에 휩싸여 현실적인 필요성조차 외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간 복제 뿐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체세포 핵치환 기술'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돌리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이유**
그렇다면 과연 체세포 핵치환 기술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기로 하죠.
자, 고등학교 생물 시간으로 돌아가봅시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 몸의 세포는 체세포와 생식세포 두 종류로 나뉜다고 배웠던 거 기억나시나요? 생식세포는 생식에 참여하는 세포, 즉 정자와 난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체세포입니다.
이들은 나누는 기준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염색체의 숫자 차이랍니다. 모든 인간은 –별다른 유전적 이상이 없다면- 하나의 세포에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식세포는 그 절반인 23개 밖에 없지요. 난자나 정자 같은 생식세포는 두 개가 합쳐져(수정) 하나의 세포를 이루게 되기 때문에 서로 염색체를 반씩 나눠갖고 있어야 합쳤을 때 온전한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세포 분열 중에 다른 일반적 체세포와는 달리 염색체의 숫자를 반으로 줄이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게 되는데, 이를 ‘감수분열’이라고 하죠.
자, 복습은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인간의 경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경로는 지금까진 오직 난자와 정자의 결합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플라나리아처럼 몸을 두 개로 잘라내면 각각 재생한다든가, 토마토처럼 가지 하나 뚝 잘라 꺾꽂이하는 것처럼은 번식이 안 된다는 거죠.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등동물들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결과, 온몸의 세포들을 자신이 있는 위치에 맞는 일을 하는 세포들로 변화시켰습니다. 즉, 생식은 생식세포가, 생존은 체세포가 나누어 맡은 뒤, 다시 체세포는 신경세포, 간세포, 근육세포, 골수세포 등등 약 210여가지 종류의 세포로 나뉘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게 되는 것이죠.
기존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된 세포 –이들은 ‘분화’되었다고 표현합니다-는 다시 분화되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여겼었죠. 복제양 돌리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세포의 분화 프로그램을 거꾸로 돌려서 완전히 분화된 세포가 초기 세포 형태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분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는 것처럼 엄청난 충격이었죠. 그리고, 이 사실이 인간에게도 적용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체세포 핵치환 기술 = 복제인간?!!!**
복제인간의 탄생이 두려워진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든 막으려 했고, 급기야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기술조차 통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나머지 유용한 기술을 사장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선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미국 ACT사에서 사용하는 인간배아 복제 방법입니다.
<그림>
위 그림에서도 잘 나와있지만, 체세포 복제는 인간의 성숙한 체세포에서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핵만을 추출한 뒤, 이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즉, 정자(+½)와 난자(+½)가 결합하여 하나의 수정란(+1)을 만드는 과정을, 난자의 핵을 빼고(0) 체세포의 핵(+1)을 넣는 과정을 통해 인공적으로 염색체 수를 맞춰주는 것이죠. 이렇게 한 뒤, 전기 충격 등을 가하면 이 난자는 수정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하고 세포 분열을 시작하게 됩니다.
보통의 수정란은 난자와 정자의 핵이 섞이기 때문에 부모와는 ½의 유전자만을 공유하게 되지만, 이 경우에는 세포 핵을 제공한 사람과 유전자형이 100% 일치하게 됩니다. 즉, 세포 제공자의 복제형인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핵을 바꿔 넣어 주는 것을 핵치환이라고 합니다. 즉, 체세포 핵치환이란, 세포 제공자의 체세포의 핵을 난자에 바꾸어 넣어주는 기술이라는 뜻이죠.
이렇게 체세포의 핵을 복제한 세포가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어 자라나게 된다면 복제인간이 되는 것이고, 실험실에서 그대로 분열만 거듭하게 된다면 배아(수정란에서 세포 분열로 생긴 세포 덩어리)에서 줄기 세포(stem cell)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줄기 세포는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 자칫하면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시도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존재입니다.
인간이 누구나 수정란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아실 테죠. 수정란은 처음에는 단 하나의 세포일 뿐이지만,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세포 분열을 거듭해서 결국에는 몇 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개체를 만들어 냅니다. 발생 초기, 세포들은 어떠한 기준없이 그저 분열만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맡게 되어 기관으로 분열하게 되는 것이죠.
사람의 경우, 이것이 수정 이후 약 14일 정도 지속되는데 이 순간에는 수정란은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라기보다는 그저 마구 분열하는 세포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아직 수정란은 눈도 코도 손발도 신경도 뼈도 심장도 없습니다. 단지, 앞으로 그렇게 분열되어 기관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만을 지닌 세포들이 마구 덩어리져 있을 뿐. 바로 이렇게 어떤 특정 세포로 분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세포들이 바로 줄기세포 입니다.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장기 이식을 받아야만 하는 환자들의 경우 줄기세포는 삶의 희망입니다. 당뇨병을 예로 들어볼까요?
당뇨병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췌장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의 잘못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심하게는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현재 알려진 가장 확실한 당뇨병 치료는 환자의 췌장을 건강한 췌장으로 이식해주는 것입니다. 현재는 사망자가 기증한 췌장을 사용하는데, 이는 다른 모든 장기 이식과 마찬가지로 면역 거부반응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적’으로 규정하여 공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면역체계가 비슷하지 않으면 이식을 받을 수 없고, 이식받는다고 하더라도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요.
그러나,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이용한 줄기 세포 배양은 이런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세포로 핵을 치환해 만들어낸 줄기 세포를 배양해서 췌장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다면 장기 기증자를 찾느라 애타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이식 후의 면역 거부반응에 대한 걱정도 필요없습니다. 애초에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 낸 것이기에 전혀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테니까요.
아직은 줄기 세포를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열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신경세포, 근육세포, 조혈 세포 등 몇가지 세포들로 분열시키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욱더 발전해 원하는 세포로 분열시킬 수 있는 조절 요소를 찾아낸다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인간 장기를 생산해내어 장기 이식만으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말기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하루하루가 기약없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길게 길게 늘어선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자신에게 장기를 기증해 줄 누군가가 나타나길, 누군가가 사망하면서 자신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운이 좋다면 장기를 받아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만, 많은 환자들이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다하고 맙니다.
또한 많은 장기 이식이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서 다른 누군가가 죽어야만 생명을 나눠받을 수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통한 줄기세포 배양 기술은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어 배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다림의 기간도 줄일 수 있고 타인의 죽음을 바라는 비정함도 없습니다. 물론 자신의 세포니까 면역 거부 반응도 없을 테구요.
***체세포 핵치환 기술은 생명 경시의 결과가 아니라 생명 존중의 극단**
사람들은 복제인간에 대해 실제보다는 부풀려진 상상을 합니다. 히틀러 같은 광인이 다시 태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하고, 복제 중에 이상이 일어나 초능력을 가지거나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괴물이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정말로 상상에 불과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연적인 복제인간(?)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바로 일란성 쌍둥이들이죠. 일란성 쌍둥이들은 동시에 잉태되어 동시에 태어나며 얼굴 모습이 똑같은만큼 유전자도 똑같이 일치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복제된 사람들이기 때문이 둘을 같은 사람이라고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사상과 사고를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로 받아들이지요.
복제 인간도 만약 제대로 태어난다면 이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중론입니다. 단지 태어난 시기만 차이가 나는 쌍둥이지요. 과학자들이 복제인간에게서 우려하는 것은 성체의 체세포에서 복제를 했기 때문에 수명이 짧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영혼이 없다거나 자아가 중복되는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는 복제 인간이 장기 이식을 위한 탱크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합니다. 즉,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복제 인간을 만들어 그 장기만 취하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이건 정말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입니다. 단지 심장이나 간 같은 장기 하나만 생산하기 위해 인간 자체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배아에서 줄기 세포를 떼어내어 심장이나 간으로 분화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시간도 덜 걸립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목적으로 복제 인간을 만들어 내어도 갓난아기의 장기를 성인에게 이식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16년은 키워야 장기가 제대로 성장할 텐데, 그때까지 난치병 환자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만약 실험실에서 줄기 세포를 분화시킨다면 아무리 넉넉잡아도 16개월이면 충분할 텐데 말이죠.
사람들은 체세포 핵치환 기술이 자칫하면 인공적인 복제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생명의 경외감을 이유로 들어서 이를 금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자문해보십시오. 복제인간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이 기술을 금지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에요.
백혈병이나 암, 당뇨, 신부전증 같은 치명적이고 완치가 힘든 병에서 가장 좋은 치료는 고장난 장기를 건강한 것으로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통한 줄기 세포 배양은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습니다.
혹자들은 인간은 수정란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수정된 그 순간부터 또는 난자 속에서 분열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생명체이므로,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배아를 사용하는 것은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기원이 수정란이긴 하지만, 14일 이전까지의 배아는 아무런 자아를 가지지 않는 단순한 세포 덩어리일 뿐입니다. 자궁 속에 착상하지 못한 배아는 절대로 생명체로 자라날 수 없으며 단순한 세포 분열만을 계속할 뿐입니다.
저는 단지 장기의 한 부분만이 고장난 사람들이 자신의 세포를 떼어내서 새 장기를 만들어내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렇게 커다란 욕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복제된 세포가 생명으로 자라나는지 확인하고 싶고,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싶다는 이유로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은 결단코 반대하지만,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까지 반대해서는 안됩니다.
도전이 없으면 성공도 없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것은 인류가 지금껏 몸으로 체득해온 진리입니다.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반대하지만, 그 두려움으로 인해 체세포 핵치환 기술 자체마저 금지하는 것은, 인류의 도전 정신에 위배되는 결과일 것입니다.
(지난 11월 26일자 독감 기사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독감 백신을 만들어 내는 부분이었는데, 자료를 더 찾아보고 다음 회에 정정기사를 올리겠습니다. 지적해주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비판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게 직접 메일을 보내시길 원하시는 분들은 neurotoxin@intizen.com’으로 메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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