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무현 대미관, 한국 국민정서에 부합"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무현 대미관, 한국 국민정서에 부합"

독일 FAZ, "여중생 사망사건 부시 사과 미흡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명의 여중생 사망사고가 많은 한국인들을 거리에 나서게 하고 있으며, 그동안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보여온 대미 입장은 이같은 한국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독일 전국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3일 보도했다.

독일 내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정론지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FAZ는 3일자 '호응을 얻지 못한 사과'란 기사에서 '이 비극적 사건은 사고 발생 당시에는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미국도 파장을 과소평가했으나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이 거세지면서 미국의 대 한반도 안보전략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에서는 6개월이나 지나서야 이루어진 부시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너무 늦은 감이 있으며, 그 정도의 사과 표명으로는 사고 발생 이후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보였던 이해심의 결여를 만회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부시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늦고 강도가 약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분노가 3만7천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좌파 학생들의 범주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간 불평등성 부시 정부에서 공공연해져"**

FAZ는 특히 "실제로 한국에서 미군의 존재는 일본에서보다 현저히 느껴지는데, 주일 미군은 수적으로는 4만7천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섬에 주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서울에서 공공연히 자신들의 정치적 비중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시내 중심가의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한 거대한 부지에 머물고 있어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러 유럽인들도 미국인들의 오만한 태도로 인해 한국을 '미국의 나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미간의 동맹은 대외적으로 불평등한 파트너십처럼 보여지고 있는데, 양국 간에는 늘 이러한 불평등한 동맹관계가 유지돼 왔으나 이러한 사실이 부시 행정부와 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기만큼 공공연하게 드러난 적은 드물었다"고 평가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더 이상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취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이 한국에서는 미국의 간섭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심지어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고 미군기지의 존재를 의문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남북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며 '미국은 북한의 한국 공격에 대한 유일한 보호세력이지만 한편으로 미국에게 한국은 중국과 대만해협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 중요 기지라는 점은 미국 비판론자들도 자주 지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AZ는 향후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 "(양국 정부는 그동안 이런 동맹관계가 서로 이득이라는데 의문을 품지 않았으나) 이제 12월 한국에서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향후 역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와 관련해 상황이 다소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유력한 양대 후보의 하나인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이전에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 왔던 정치인이다. 노무현 후보는 현재 선거전에서는 더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임 대통령들과 같이 미국에 대해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현재 한국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내에서 보수적인 언론으로 평가받는 FAZ의 이 같은 분석은 그 동안 한국에 대해 반정부 시위나 파업 등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 독일간 갈등으로 인해 독일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과 한국의 반미감정이 어느 정도 교집합을 형성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3일자 FAZ 기사의 주요 내용.

***'호응을 얻지 못한 사과'/FAZ 12월 3일**

서울에서는 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한 두 여중생의 끔찍한 사진들이 계속 보이고 있다. 이 사진들은 점령 세력으로 느껴지는 미군에 대한 고소이며 저항의 상징이다.

문제의 사고는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양주에서 발생했다. 13살의 두 여중생 심미선양과 신효순양은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길이었다. 이들은 마을의 좁은 도로를 따라 가던 중 미군 장갑차를 피하지 못해 치어 숨졌다. 미군 장갑차는 훈련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는데, 중량이 54톤으로 두 여중생은 현장에서 바로 사망했다.

한국이 월드컵 대회 개최국으로서 자국의 좋은 이미지를 보이고 있던 지난 6월 13일 일어난 이 사고는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고조됐으며, 처음에는 이 사고가 미칠 파장을 과소 평가했던 미국은 이제 더욱 거세어지는 반미감정이 한국과의 안보전략 관계에 심각한 저해 요인으로 부상하게 될 것을 우려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며칠 전 미군 군사법정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던 두 미군 병사, 즉 운전병과 관제병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진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에 대한 항의 물결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미군의 공무상 범죄에 대해 미군이 재판권을 갖도록 규정한 현 한미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노한 시위대들은 미군기지 진입을 시도하고 화염병을 던졌으며, 성조기를 불태우고 미군 시설물의 입구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미군 살인자들은 정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내걸렸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추가적인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워싱턴에서 토마스 허바드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유가족과 한국 정부 그리고 한국 국민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사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에서는 6개월이나 지나서야 이루어진 부시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너무 늦은 감이 있으며, 그 정도의 사과 표명으로는 사고 발생 이후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보였던 이해심의 결여를 만회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주말에도 항의 시위는 계속됐으며 미군 시설물 인근에서 수천명의 인파가 가두 시위를 벌였다.

주한 미군과 한국 민간의 관계는 두 여중생 사망 사건 이전에도 긴장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대한 분노가 3만7천명의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온 좌파 학생들의 범주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 좌파 학생들은 주한 미군을 더 이상 한반도에 안보와 안정을 보장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점령세력으로 여기고 있다. 두 여중생의 비극적인 사망은 많은 한국인들이 느끼는 미군에 대한 불만이 분출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미군의 존재는 일본에서보다 현저히 느껴지는데, 주일 미군은 수적으로는 4만7천명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섬에 주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서울에서 공공연히 자신들의 정치적 비중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시내 중심가의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한 거대한 부지에 머물고 있어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러 유럽인들도 미국인들의 오만한 태도로 인해 한국을 '미국의 나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주한 미군은 일본에서보다 감수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은 정책 조율면에서도 일본보다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고 여기고 있다. 한미간의 동맹은 대외적으로 불평등한 파트너십처럼 보여지고 있는데, 양국 간에는 늘 이러한 불평등한 동맹관계가 유지돼 왔으나 이러한 사실이 부시 행정부와 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기만큼 공공연하게 드러난 적은 드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더 이상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미국이 취하는 강경한 대북 정책이 한국에서는 미국의 간섭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고 미군기지의 존재를 의문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남북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한국 공격에 대한 유일한 보호세력이지만 한편으로 미국에게 한국은 중국과 대만해협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지라는 점은 미국 비판론자들도 자주 지적하지 않는다. 양국 정부는 그 동안 이러한 동맹관계가 양국에 이득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의문시하지 않았다.

이제 12월 한국에서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향후 역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와 관련해 상황이 다소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력한 양대 후보의 하나인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이전에 미국을 강하게 비판해 왔던 정치인이다. 노무현 후보는 현재 선거전에서는 더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전임 대통령들과 같이 미국에 대해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현재 한국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