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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 '김정일 만나겠다'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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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 '김정일 만나겠다'고 한 이유"

"반북ㆍ친미로는 표 얻기 어려워"-美 타임 분석

'12월 19일 한국대통령선거의 화두는 대북정책과 반미감정'.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최신호(12월 9일자) 양강구도로 치러지는 한국 대선에 대해 이회창ㆍ노무현 두 후보의 대북정책과 한국내의 반미감정 등을 분석하며 내린 결론이다.

타임은 9일자 도널드 매킨타이어 서울특파원이 쓴 '두려움의 요소(Fear Factor)'라는 기사에서 "강경 보수주의자인 이회창 후보가 지난 주 대학생들과 가진 TV 질의응답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북한 독재자 김정일과 '만날 준비가 돼있다'라고 청중들에게 말했다"며 그의 발언은 "북한의 핵 야심에 맞서 한국 국민들이 강경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창해온 정치인으로서는 의외의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한국 대선이 양강구도로 재편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후보는 선두주자로 간주됐으나 노ㆍ정 후보단일화를 통해 노무현 후보와의 2파전이 전개되며 지지율이 떨어지자 이 후보가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젊은 층의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어쩔 수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의 인기도가 떨어진 것은 그의 강경 일변도 대북 접근책이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너무 궤를 같이하고 있어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타임은 반면 "올해 56세로 인권 변호사를 지낸 노무현씨는 김 대통령의 정책을 지속함으로써 한국의 안보는 확보될 수 있다고 말한다"며 "이 점에서 (이ㆍ노) 두 후보는 스펙트럼의 정반대쪽에 서있으며 금년 67세인 이회창씨는 불리한 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타임은 또 "한국은 지금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두 명의 치사 사건과 관련, 두 명의 미군이 지난달 무죄평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불타기 시작한 주기적인 반미 열기에 휩싸여 있다"며 "(미군 부대에 대한 화염병 투척같은) 폭력은 북한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3만7천명의 미군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믿음이 한국에서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내 냉전의 전사들은 이 후보가 발언수위를 낮춤으로써 자신의 호소력을 넓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 후에 그들은 북한문제에 햇볕을 줄이고 채찍을 더 가하는 방식의 논리를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타임의 결론이다.

다음은 타임 최신호 한국대선관련 기사의 주요 내용.

***두려움의 요소(Fear Factor)**

12월 19일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이회창씨는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메시지를 바꾸고 있다. 지난주 대학생들과 가진 TV 질의응답을 통해 강경 보수주의자인 그는 화해와 협력의 정신으로 북한 독재자 김정일과 "만날 준비가 돼있다"라고 청중들에게 말했다.

북한의 핵 야심에 맞서 한국 국민들이 강경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창해온 정치인으로서는 의외의 발언이었다. 이회창씨는 북한에 대해 유화적이지 않다. 그에 관해 비판적인 책을 쓴 이태준씨는 "이것은 쇼며 마지막 순간에 표를 끌어 모으려는 위장된 시도"라고 말했다.

이회창씨는 물러나는 김대중 정부가 애용해온 햇볕정책을 빌려 진보적인 경쟁자들의 색깔을 걸쳐서는 결코 안됐었다. 대법관 출신으로 한나라당 소속인 그는 몇 주일 전까지만 해도 선두주자로 간주됐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돼 선거유세 과정에서 한방 맞은 것이다. 지난 달 24일, 대한축구협회의 인기 있는 회장인 정몽준씨가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탈락함으로써 대부분 3파전으로 보았던 선거 양상은 2파전으로 변모했다. 이회창씨와 내년 2월, 5년 임기가 끝나는 김 대통령의 후계자로 내정된 새천년민주당 후보 노무현씨가 맞붙게 됐다.

교육, 정치적 부패, 국내경제 등 대부분의 이슈에서 두 경쟁자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난 10월 북한이 국제협정을 어기고 핵탄두 개발을 추진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한 뒤, 위험한 북한을 다루는 방법은 유권자들에 대한 주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선거유세의 중심이슈가 됐다. 이 점에서 두 후보는 스펙트럼의 정반대쪽에 서있으며 금년 67세인 이회창씨는 불리한 편인 것 같다.

올해 56세로 인권 변호사를 지낸 노무현씨는 김 대통령의 정책을 지속함으로써 한국의 안보는 확보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제공하는 연간 약 2억5천만 달러의 공적ㆍ사적 자금 지원이 중단되지 않는 가운데 핵무기 계획을 폐기토록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회창씨는 당근보다 채찍을 선호하며 핵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하자는 생각이다. 그는 "(햇볕정책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핵무기를 갖다 주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정치 전문학자인 함성득 교수는 "김정일은 자신의 정권이 얼마나 예측불가능하고 소름끼치는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보여줌으로써 이회창씨에게 표를 끌어주고 햇볕정책을 순진한 유화책으로 보는 그의 시각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한 강경 자세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아직도 기억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회창씨의 선거유세는 처음에 유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들어 힘을 잃고 있다. 한 여론조사는 지난달 중순 그의 지지도는 48%로 노무현씨의 36%를 앞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주 노 후보는 44%로 올라서 이 후보의 39%를 앞질렀다. 이 후보의 인기도가 떨어진 것은 그의 강경 일변도 대북 접근책이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너무 궤를 같이하고 있어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에게 잘 먹히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게 유엔 무기사찰단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던 것과 똑같은 무거운 압력을 결국 북한에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미 대북 중유공급을 중단키로 했으며 지난 주 유엔의 핵감시 기구는 김정일에게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고 사찰요원들의 입국허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만약 북한이 내년 3월까지 응답을 하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가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 지금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두 명의 치사 사건과 관련, 두 명의 미군이 지난달 무죄평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불타기 시작한 주기적인 반미 열기에 휩싸여 있다. 미국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한 수 많은 유감표명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쓰고 있으나 시위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달 26일 적어도 10개의 화염병이 서울시내의 한 미군부대에 던져졌다.

이러한 폭력은 북한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주둔하는 3만7천명의 미군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믿음이 한국에서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노 후보도 과거 이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김정일이 아직도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를 강조함으로써 정치적 점수를 따는 대신, 어쩔 수 없이 온건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내 냉전의 전사들은 이 후보가 발언수위를 낮춤으로써 자신의 호소력을 넓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을 따름이다. 그런 후에 그들은 북한문제에 햇볕을 줄이고 채찍을 더 가하는 방식의 논리를 시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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