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그동안 시비가 많았고 지금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언론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을 행정부ㆍ입법부ㆍ사법부에 이은 제4부라 불러왔지만 언론은 분명 권력이고 일부 언론은 그것의 행사에서 탈선을 일삼았고 오만했다.
금년에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정부를 전복하는 군사쿠데타가 있었고 그 기도는 며칠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그 사태에서 베네수엘라의 우파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고, 막후에서 미국이 어떠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나 하는 것은 외국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되었다. 베네수엘라가 아니더라도 언론이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종종 부당하게 미친다고 하는 것은 많이 연구되었고 상식이 되었다.
작년에 언론계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사찰로 메이저 언론과 정권과의 싸움이 극도에 이르렀을 때 나는 언론전문 잡지인 <관훈저널>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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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상호비판은 패싸움이 되고, 패싸움은 마침내 파괴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사단이 나고 만 것이다. 큰일이 벌어지면 양시론ㆍ양비론이 나오게 마련이다. 진실은 흑이나 백이 아닌 회색 계통의 어느 색깔에 있다고 볼 때 양시론ㆍ양비론이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여당의 고위층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국제언론인협회 사무총장도 그 편지에서 한국의 세금제도는 복잡하여 선의의 기업인들도 때론 법에 걸리게 돼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없다'는 전래의 속언도 있다. 그런 식이라면 정치권에서도 다치지 않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탈세 자체를 옹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무조사의 지나침은 너무나 분명하다.
또 송월주 스님 등 32인의 성명은 '세무조사가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언론사 간부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오만하게 군림'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만한 군림'이 분명 느껴진다. 정권의 세무조사를 두고 야당의 고위 당직자라는 이가 비헌정적 조치가 예견된다고 했는데 오히려 오만한 군림에 대한 방어적 측면이 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로간에 지나침에서 물러나자. 누구의 어린애냐를 두고 다툼이 있었을 때 친부모는 어린애가 다칠까봐 잡아당기지 못했다는 서양의 옛 이야기가 있다. 언론자유는 사실 그 어린애처럼 다치기 쉬운 것이다. 정권은 여야 대립의 정권이면서도 동시에 국가(나라)를 떠맡고 있는 정권이 아닌가. 언론창달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말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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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미국의 언론자유위원회가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이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허친스(Hutchins) 위원회로 알려진 위원회의 결론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언론 성원간에 활기찬 상호비판을 할 것을 권고한다. 언론 성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과오, 착오, 사기, 범죄가 언론의 다른 성원에 의해 묵과돼버리는 한, 언론의 전문적 수준은 달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언론의 일탈을 처벌하기 위해 정부권력이 발동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언론이 책임을 지는 것이 되려면(자유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언론 성원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유일한 수단, 즉 공개된 비판으로 상호규율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허친스 보고서가 말하는 상호비판은 매우 중요하다. 전에는 언론사끼리 동업 운운하는 납득할 수 없는 전근대적 의리로 서로를 감싸왔으나, 근래 특히 5,6년 전부터는 상호간에 비판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그 상호비판이 언론의 자체 정화작용이다. 오만하게 군림하는 매체를 견제하는 대항매체가 있어야 하며, 이미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서도 '언론의 자유시장' '사상의 자유시장'을 정말 자유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언론개혁의 주요목표 가운데 편집권의 독립과 신문사의 소유지분 제한을 법제화하는 것이 있다. 둘 다 법제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편집권의 독립은 경영자와 기자들 간에 때로는 협의하고 때로는 싸우고 하여 자율적인 협약으로 이루어질 일이라고 본다. 선진 외국의 예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지금 사장을 선출하는 회사, 편집국장을 선출하거나 임명동의 투표를 하는 등의 방법을 따르는 회사가 많다. 그러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고 본다.
마치 노동운동의 역사처럼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노력을 통해 확립될 수 있는 편집권의 독립이란 목표를, 법제에 의해 일거에 해결하려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고, 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성취하였다 하여도 부작용이 많을 것이다.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의 법제화 문제도 어려운 일이다. 일부 학자들은 그러한 법제화가 헌법위반이라고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발표한 바 있는데, 방송사의 지분을 제한하는 현행 법제가 있고 보면 헌법위반 운운할 일은 아니다. 차라리 신문은 민간 것이므로 자유시장에 맡기고(공정거래만 정부 몫으로 하고) 방송 등 공공성이 강한 매체는 민간에 넘기기보다는 철저히 공익성을 담보하면서 공공의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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