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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론조사 은폐, 사설은 비판 일색"

중앙ㆍ동아일보, 후보단일화 왜곡보도 심각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흔히 '과학적 민심읽기'라 불린다. 언론사들이 결코 적잖은 돈을 들여 수시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특히 정치시즌이 도래하면 여론조사는 빈번해지고, 정치현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 주말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극적인 후보단일화 합의후 신문ㆍ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민심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가 궁금해서다. 그 결과 '민심'이 드러났다.

궁금했던 '민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후보단일화가 될 경우 어느 후보가 유리하며, 후보단일화는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였다.
다른 하나는 후보단일화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16~17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곳은 조선ㆍ중앙ㆍ동아ㆍ한국ㆍMBC 등 5개사이다. 이들은 조사결과를 대서특필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첫번째 궁금증, 즉 후보단일화가 될 경우 어느 후보가 유리하며 후보단일화는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항목에 대해선 상세히 보도하면서,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두번째 궁금증에 대해선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후보단일화를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며 후보단일화 방식인 TV토론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는 궁금증 차원을 뛰어넘어, 한나라당 주장의 정당성을 재는 대단히 중요한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이같은 중요한 항목을 조사해놓고도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왜?

***후보단일화, 다수의견이 "바람직"**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우선 동아일보 조사결과다. 동아일보는 17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함께 성인남녀 6백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동아일보는 우선 "00님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결과 이회창 후보 지지자까지 포함한 전체응답자의 59.4%가 찬성, 16.2%가 반대였다. '상관없다'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나머지 24.4%였다. 전체의 6할 가까이가 찬성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응답자들은 70.3%가 찬성, 10.4%가 반대했다.상관없다/모르겠다는 19.3%였다.

동아일보는 또 "그럼,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이회창후보 지지자까지 포함한 전체응답자의 63.2%가 적절하다고, 19.7%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모르겠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이는 17.1%였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응답자들은 71.5%가 '적절하다'고, 12.3%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모름 또는 무응답은 16.2%였다.

조사결과는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는 지배적 여론이 후보단일화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국민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법론에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16일 영어신문 중앙데일리와 함께 1천39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항목중 하나가 "00님께서는 민주당 노무현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후보가 합의하여 한 사람만 출마하는 후보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그 결과는 '매우 바람직하다'가 24.9%, '다소 바람직하다'가 33.9%로 '바람직하다'고 보는 쪽이 58.8%로 집계됐다. 반면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14.2%, '다소 바람직하지 않다'는 20.7% 등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쪽은 34.9%로 집계됐다.

대선후보 지지자별로는 이회창 후보 지지자는 35.7%만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반면에,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82.1%가, 정몽준 후보 지지자는 77.5%가 바람직하다는 압도적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사 결과는 기사화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후보단일화는 야합, TV토론은 선거운동"**

중앙일보는 18일 '여론조사로 대선후보 뽑는 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사설의 요지는 한마디로 후보단일화는 '야합'이며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특정후보를 띄우기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적 동질성이 없는 후보의 단일화는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노-정 두사람은 단일화 합의 직후 "낡은 정치의 틀을 깰 정치혁명"이라고 했지만 명분없는 행위는 오히려 낡은 정치의 답습이다. 과거 몇차례의 단일화 논의에선 노선의 유사점이 있거나 추구하려는 정책목표가 있어야 하지만 노-정 단일화에선 '반(反)이회창 후보' 연대 이외의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정인 당선 저지만을 위한 지지율 2,3위 인사의 연대는 정치를 희화화하기 쉽고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일찍이 우리 정당사에 전례가 없는 노-정 단일화 합의는 추진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국민경선이라는 소속 정당의 결정을 백지로 돌리고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자체가 자기부정. 자기비하다. 이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거 60일 전에는 후보나 정당이 관여된 여론조사를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에 어긋날 소지도 있다."

"선거법은 TV대담ㆍ토론을 장려하고 있으나 공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특정 두 후보의 단일화를 위해 지상파 TV방송이 3~4회씩이나 집중방송을 한다면 그것 자체가 특정후보를 띄우기 위한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엊그제 TV의 정당 방송연설에 나온 노 후보가 특정후보 비난만 늘어놓은 경우에서 보듯 일단 방송된 내용과 파급효과를 되돌릴 수 없다. 선관위나 방송사도 혼탁ㆍ비방사태 예방을 위해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 그치지 않고 '김현일의 정치 프리즘/이런 게 정치?'이라는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노골적으로 후보단일화를 비난했다. 김 위원은 여기서 후보단일화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여권의 고위관계자 P씨, 청와대와 가까운 민주당 고위당직자 H씨 등의 발언을 인용하며 '청와대 음모론'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김 위원은 이 칼럼을 "지난 6월초 본 칼럼은 여권의 후보선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전제, '제3후보' 등장을 예고한 바 있다. 음모와 비정상이 판치는 곳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고 했거늘 한나라당이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했다면 한심할 따름이다"고 개탄조로 끝맺었다. 이 신문과 칼럼니스트의 정치적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동아일보, "TV토론은 대선 공정성 해쳐"**

동아일보도 '단일화 합의, 짚고 넘어갈 게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단일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앙일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았으나 같은 맥락의 문제를 지적하기란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먼저 단일화가 당사자들의 문제이고 그 정당성 여부는 최종적으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방법과 절차 및 조건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론에 의한 단일화'는 대선의 의미를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 공약이나 이념에 간단히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는 두 후보가 그런 식으로 단일화하면 정체성만 더욱 헷갈리는 '점박이후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대선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공식선거운동 개시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특정후보들만의 TV토론은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후보들의 참여를 보장한다 하더라도 특정후보간의 '단일화 흥행'을 위한 TV토론은 그 자체로 다른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므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셋째, 단일화의 조건은 두고두고 정국에 불씨가 될 것이다. 이면합의의 유무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두 후보 진영간에 단일화에 따른 흥정이나 거래가 이뤄질 게 틀림없다. 97년 DJP연대의 조건이 이후 5년동안 국정파행의 주요인이 됐듯이, 이번 단일화 조건도 향후 정국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유권자는 우중(愚衆)이 아니다**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이같은 사설 및 칼럼의 논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열흘 전 후보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입장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두 신문은 대외적으로 '정치중립'과 '객관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후보단일화 및 후보단일화 방법론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화하지 않고, 사설과 칼럼을 통해서는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로 후보단일화의 '문제점'과 '부당함'만을 강조한 18일자 두 신문의 보도태도는 '정치중립'과 '객관성'이라는 사시와 어긋나는 것이라 하겠다.

언론은 다수 여론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여론'이라는 판단이 들면 정면으로 이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언론의 용기'이다.

그러나 이럴 때에도 하나의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여론이 무엇인지를 숨김없이 밝힌 뒤 이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8일자 중앙, 동아의 보도태도는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만에 하나,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만약 여론조사 결과 다수 여론이 후보단일화 자체를 반대하거나, 후보단일화 방법론에 비판적이었을 경우에도 두 신문은 이 조사 결과를 꽁꽁 숨기고 보도하지 않았을까...

후보단일화는 두 신문이 지적하듯, 앞으로 검증해야 할 적잖은 과제를 안고 있다. 과연 후보단일화의 정치적 명분은 무엇인가, 후보단일화를 통해 두 후보의 정치적 차별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향후 정치적 뒷거래를 하지는 않을까 등등.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후보단일화 TV토론 등의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할 점검사항이다.

두 신문이 걱정하듯 유권자는 그렇게 멍청한 '우중(愚衆)'이 아니다. 만약 앞으로 일주일간 진행될 후보단일화 토론과정에 두 신문이 걱정하는 '문제점'들이 속출한다면 유권자들은 후보단일화에 싸늘하게 등을 돌릴 것이다. 유권자는 정치인보다도, 언론인보다도 현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두 신문이 크게 우려하는 TV토론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7일 밤 MBC TV는 MBC가 실시한 후보단일화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간의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 대해서는 국민적 관심사이므로 '방송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 다른 후보와는 형평성이 맞지 않아 '반대한다'는 등답이 21.4%로 찬성이 많았습니다. 또 후보단일화가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9%로 '공감한다'는 응답보다 배 정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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