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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에 기자만 출입이 안된다구요?"

[현장] 한미 FTA 처리를 앞둔 국회, 경찰이 점령하다

완연한 가을이다. 평소 같았으면 국회 잔디광장을 산책하러 나온 시민이 곳곳에 보였을 터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여야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처리를 놓고 대치하고 있는 3일, 국회는 정문부터 경비가 삼엄했다.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을 걸어 잠궜고, 국회 벽을 따라 경찰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명박산성'을 연상케 하는 '차벽 바리케이트'였다. 더 나아가 국회 본청엔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출입 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의원을 제외하고는 본청 출입증이 있는 직원과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보좌진들도 출입을 막았다. 이날 본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한미 FTA 관련 기자간담회를 취재하기 위해 본청을 찾았던 기자도 당연히 출입구에서 제지를 받았다.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진경)

문제는 오전 9시 이후, 출입 제한 조치가 해제된 뒤였다. 여전히 기자의 국회 본청 출입은 허락되지 않았다. 일반 방문객들은 방문증을 발부 받아 본청에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취재 기자는 방문증을 내 줄 수 없다"고만 했고, 미디어담당관실에 문의하라고만 했다. "우리도 이유는 모른다"는 것이었다.

구내전화로 미디어담당관실에 전화를 걸었다. "다른 방문자들은 출입하는데, 왜 기자에게는 허락하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국회 미디어 담당관실 관계자는 "오늘은 임시 취재증을 발급해줄 수 없다. 저희도 잘 모른다. 들어오실 수 없겠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윗선의 조치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만 출입 못하는 조치가 있느냐. 그 조치는 어떤 규정에 의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그게..."라며 얼버무리는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단순한 행정 착오였을 수도 있다. 국회 방문객들의 출입은 허락됐지만, 공보 쪽 계통에 전달이 미처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할 수는 없었다. '민의의 전당'이라면서 기자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은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출입증을 가진 기자만 취재하면 되지 않느냐"는 관계자의 설명은 "우리가 확보한 기자 리스트에 있는 등재된 기자 외에는 기사를 쓰면 안 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 관련 취재를 막으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중에 들으니 오늘 오후 2시에 열릴 본회의를 앞두고 "외부 세력이 국회로 난입할 수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통제를 강화했다"고 한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취재하려던 기자는 '내부 세력'들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말아야 할 '외부 세력'이었던 것이다. 여의도에 있는 33만㎡짜리 국회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은 외부 세력이다. 국회 사무처 서버에 등록된 기자만 '허용된' 외부세력일 뿐이다.

국회의 이런 태도는 독소조항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려는 여당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진경)

이날 국회 본청 앞에는 형광색 옷을 입은 경찰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멀리서 보면 '도미노' 같기도 하고, 볼링장의 '볼링 핀' 같기도 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부신 가을 풍경 속에서 굳은 표정을 한 경찰들의 모습은 더욱 이질적이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평소보다 3배 이상의 병력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왜 국회는 한 줌 잔디 마당조차 국민에게 내놓지 못하는 걸까? 그런 국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한·미 FTA는 국민의 이익에 100% 부합한다"고 말한들 누가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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