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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게 모두 석유 때문이지"

<이라크 현지르포> 미 군사공격 앞둔 이라크 현지 표정

다음 두 글은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한 독립적 보도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웹사이트(www.iraqjounal.org)에 실려 있는 글이다. 미국 출신의 프리랜서 언론인 제레미 스카힐과 영화제작자 재키 수헨은 현재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으면서 이라크의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앞의 글 "이게 모두 석유 때문이지(It's all about oil)"는 이라크 정부 고위관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테러 척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라크의 막대한 석유자원을 손에 넣기 위한 것이라는 이라크측의 상황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사는 지난 10월 28일 작성된 것이다.

두번째 글은 이라크 남단의 주요 석유수출 항구이자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바스라 현지 취재를 통해 미국의 군사침공을 앞둔 현지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3일 작성된 이 기사의 원 제목은 'REPORT FROM BASRA: IRAQ'S OIL BELT PREPARES FOR WAR'이다.

이라크 현지 상황에 관한 객관적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라크 정부 및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전해주는 두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이게 모두 석유 때문이지"**

바그다드/10월 28일-이라크 석유부 계획국장인 팔레 알-키야트 박사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석유장악 음모를 비판하며 "미 행정부를 지배하는 텍사스 출신들은 그들의 손에 이라크를 넣기 위해 우리를 아마겟돈으로 보내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키야트 박사는 이라크저널(www.iraqjounal.org)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이 이라크 정부 전복과 꼭두각시 정권 옹립을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라크 남부의 미개발 유전지 두 곳을 지적하며 이 곳들은 "세계 석유산업계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전리품"이라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두 곳은 이라크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마즈눈(Majnoun)과 서쿠르나(West Qurna, 이라크에선 '자이언트'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다. 루코일(Lukoil) 주도하의 한 러시아 석유 컨소시엄은 바그다드와 쿠르나 유전지대에서 1백50억 배럴을 개발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아미르 모하메드 라시드 이라크 석유장관은 러시아의 태만, 그리고 미국의 압력에 대한 굴복으로 유전개발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프랑스도 마즈눈 유전의 2백억배럴에 대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알-키야트는 이라크가 스스로의 힘으로 유전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라고 말한다. 그는 쿠르나 유전은 현재 하루 20만배럴을 생산중이며 마즈눈 유전은 하루 3만에서 5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싱턴은 두 곳의 잠재 매장량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알-키야트는 "우리는 최소한 각 유전에서 50만 배럴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두 곳을 합치면 하루 1백만배럴인데 이는 많은 OPEC회원국들이 생산해내는 양만큼의 규모다"고 밝혔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유전지대는 알라스카의 미개지나 카스피나해의 고립지대가 아니라 걸프만 끄트머리의 평평한 땅이다. 카스피나해에서 지중해까지 석유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시추장비를 기초로 여러 나라와 산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1백50억배럴의 석유가 서쿠르나 유전지대의 저층(second field)에 매장돼 있는 것이다.

알-키야트는 이라크는 계속 외국투자자들과 합작사업을 협상하고 있으나 워싱턴은 미국 기업들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을 막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바로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즉 "미국이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며 특히 부시 행정부는 몇몇 석유재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석유매장량을 가진 나라다. 확인된 매장량만 1천2백20억배럴에 달하며 잠재 매장량은 2천억배럴을 넘는다. 이라크는 여기에 1백10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다.

알-키야트는 증가하는 세계 석유소비에 따라 원유생산국들은 생산량을 늘리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디서 원유를 구할 것인가? 사우디아라비아는 매장량에 맞춰 적절한 양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는 더 많이 생산하고자 하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알-키야트는 "보유한 석유매장량을 빠르고 값싸게, 안전하게 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바로 이라크밖에 없다. 이라크가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라크의 미확인 석유매장량은 세계 최대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아이들에게 전쟁은 매일 먹는 빵처럼 일상적인 일'**

바스라/11월 3일-이라크 남부 산유지대는 임박한 워싱턴의 군사공격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바스라로부터 북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모래주머니와 철조망, 그리고 기관총으로 무장된 군사참호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지난 수백년간 바스라는 '동방의 베니스'로 불려 왔다. 신드바드의 모험이 시작된 곳도 바로 바스라 주변의 해안이었다. 바스라에서 샤트 알 아랍은 다리와 운하들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 샤트 알 아랍은 지난 1천3맥년간 아랍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이곳은 오스만터키 제국과 대영제국의 오랜 지배와 지난 20년간의 전쟁을 묵묵히 견뎌냈다.

이라크 최대의 항구도시답게 바스라의 부둣가는 아침부터 밤까지 장삿꾼들로 북적인다. 부둣가 한쪽에는 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때 전사한 이라크 장병들을 기리는 1백1개의 거대한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각각의 동상들은 독특한 형태와 표정을 짓고 있으며 보도를 따라 1마일(약 1.6km)에 걸쳐 전시돼 있다. 공통점은 모든 동상들이 두 팔을 들어 한 곳을 비난하듯이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약 10km 동쪽에 있는 이란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군사협박이 계속된 지난 수개월간 이 1백1개의 동상들에는 검은 페인트가 칠해졌다.

어린 꼬마들이 동상 밑에 좌판을 벌여놓고 담배와, 펩시·세븐업 등의 유사품을 팔고 있다. 노인네들은 골판지 위에서 도미노게임을 하고 있으며 운하를 따라 배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1백1개의 동상들은 바스라가 더 이상 '동방의 베니스'가 아님을 고통스럽게 일깨워준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분주한 무역루트인 샤트 알 아랍의 초입에 있다는 바스라의 전략적 위치가 이 도시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다.

바스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이 치러진 지역 중 하나이다. 이 도시는 이란과 쿠웨이트에서 엎어지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 때문에 이란-이라크전쟁은 물론 걸프전때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길거리의 많은 건물에는 총탄 자국들이 흉하게 남아 있다.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투기들은 비행금지구역을 강제한다는 명목으로 바스라 시내와 주변에 정기적으로 폭격을 가하고 있다. 전투기 출동에 대해 부시행정부가 내세우는 공식적인 이유는 이 지역의 시아파 회교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바스라의 어느 누구도 미군의 미사일 덕택으로 자신들이 더 안전해졌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국제법상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유엔의 어떤 기구로부터도 승인을 받은 바 없다. 이라크정부는 미군의 폭격으로 이 지역에서만 1천3백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스라의 주민들 모두는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골목마다에서 트랜지스터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이라크 국영방송 외에도 영국의 BBC, 몬테카를로 라디오 등의 외국의 아랍어방송도 듣고 있다. 물론 이같은 모습은 이라크 전역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바스라 주민들은 전쟁이 터질 경우 자신들이 최전방에 있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공포와 정기적인 공습 및 공습경보로 말미암아 많은 주민들이 신경쇠약에 걸려 있다.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미·영 제트기 폭음으로 말미암아 정서적·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현재의 상황과 유엔에서의 논란을 잘 알고 있었지만 워싱턴의 기습공격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라크 전역에 걸쳐 '재난구호팀'이 결성돼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남부지역 재난구호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이라크인은 기자들에게 매주 정기회합을 하고 있으며 미군 공습이 시작될 경우 재난구호팀 요원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비상운송체계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재난구호팀의 교육요원들은 공장과 학교, 시청 등을 다니면서 전시 대처 요령 등을 가르치고 있다. 예컨대 지난 91년 걸프전때처럼 상수도처리장이 폭격을 맞아 깨끗한 식수가 없게 될 경우의 대처방안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미군의 지상공격에 대비한 '민방위' 훈련도 행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들은 바스라 근교의 몇몇 농촌지역에서 무장 민병대원들을 볼 수 있었다. 트럭에 탔거나 길가에 모여 있는 사나이들이 이라크 전통의상을 입은 채 자동소총을 들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이라크 가정에는 총이-권총뿐만이 아니라-있다. 몇몇 민간인들은 자신들의 집에 M-16이나 기타 기관총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는 후세인정권이 자국 국민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부시행정부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 소총들이 반정부봉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민간인의 총기 보유는 정권 안보에 불리하다고 판단했다면 쉽사리 이를 금지시킬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라크 국민들이 사담 후세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건간에 미국이 공격해 올 겨우 외국인 침략자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는 점을 이라크 정부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무장 민병대가 이라크 남부 지역에도 있다는 점이다.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군사공격이 시작될 경우 반후세인 봉기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라크 남부를 꼽았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걸프전때 남부지역의 시아파 회교도들은 부시 전 대통령의 촉구에 호응해 반정부 봉기를 일으켰었다. 수일간 치열한 전투가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바트당원 및 '배신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처형됐다.

당시 시아파 회교도들은 수차례에 걸쳐 미국측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후세인의 군대가 반정부 봉기를 무참히 진압하는 동안 노먼 슈바르츠코프 장군의 미군 병력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오히려 미국은 당시 이 지역에 대한 비행금지 조치를 해제해 이라크 정부군의 헬리콥터가 반란군을 진압하는 것을 도왔다.

그 역사를 남부지역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피 어린 역사, 그리고 이후의 공습과 경제제재 등을 감안한다면 미군이 공격을 시작하기만 하면 북부동맹의 궐기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아프간전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기대는 한낱 백일몽임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하나 무시할 수 없는 요소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 지역이 상상할 없을 정도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걸프전 당시 미군은 바스라 인근지역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병원들은 어린이 시체안치소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걸프전 이후 기형아 출산이 얼마나 늘어났던지 바스라의 한 의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모들은 더 이상 (신생아가) 딸인지, 아들인지를 묻지 않는다. 정상인지, 기형인지를 묻는다."

바스라는 가난하고 피폐한 지역이기는 하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자존심과 품위를 지니고 있다. 가장 가난한 빈민굴에서도 사람들은 미국 침략자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수도도, 전기도 없이 쥐들이 들끓는 움막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은 겁 먹고 긴장해 있다. 군대와 민병대는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지난 수세기동안 바스라에 수없이 닥쳐온 전쟁의 운명 앞에서 아이들을 꼭 껴안고 있다.

한 이라크인은 앞으로 닥쳐올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필요조차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에게 전쟁이란 매일 먹는 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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