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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사상 초유의 세습 시도하나

윤세영 회장, SBS 최대주주 (주)태영지분 외아들에 증여

민영방송 SBS의 최대주주인 (주)태영의 최대주주가 윤세영 SBS 회장(66)에서 윤 회장의 외아들 윤석민 SBSi(SBS인터넷)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뀜에 따라 SBS의 최대주주도 바뀌면서 방송사상 초유의 세습작업이 시작된 분위기다.

하지만 윤석민 사장의 나이가 38세인 점을 고려하면, 거대 공중파 방송의 대표가 되기에는 여러 모로 아직 검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또한 SBS 노조등은 윤석민 사장이 과거 SBS 재직시절 미국식 경영기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려다 사내 분란을 일으킨 대목 등을 문제삼아 '방송 세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제로 세습이 이뤄지기까지에는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세영 회장은 지난 22일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SBS 지배주주 (주)태영의 소유지분 14.82% 전량을 아들 윤석민 사장에게 증여했다. (주)태영은 현재 SBS 주식 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석민 사장은 이에 따라 기존의 (주)태영 보유지분 10.16%를 포함, 지분률 24.98%로 태영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필요할 경우 SBS 주주총회를 소집해 대표이사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확보했다.

방송계는 윤 회장의 (주)태영 주식양도를 사실상의 SBS 경영세습 착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 회장의 나이가 올해 66세로 아직은 한창 활동할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증여를 단행한 이면에는 연말 대선과 내년으로 예정된 사옥 이전 등 어지러운 사내외 상황을 이용해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을 비켜가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BS 직원들은 애초 지배주주(주) 태영의 최대주주가 바뀐 사실을 몰랐다가 지난 23일 증권거래소에 최대주주 변동사항이 공시된 이후에야 알았다는 후문이다.

SBS 직원들은 윤석민 사장이 지난 96년 경영기획실장으로 입사해 SBS의 분사와 구조정을 총지휘했었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SBS 본사로의 경영일선 복귀가 이뤄질 것이며, 대선 결과에 따라 빠르면 내년쯤 회장 교체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방송사상 최초로 30대 방송사장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윤세영 회장이 수십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증여세를 물고 아들에게 주식을 양도한 것은 세습반대 여론의 빌미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SBS 내부에서는 사실상 세습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다.

그러나 세습 자체와 SBSi를 운영하는 과정에 보여주었던 윤석민 사장의 경영능력, 방송철학 부재 등에 대한 내부비판여론이 높아 세습 과정이 순탄할 수 있는 의문이다.

윤석민 사장은 SBS 재직시절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노조가 만들어지고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등 노사갈등이 심화되자 지난 98년 SBS를 떠나 (주)태영의 부사장을 거쳤고 현재 SBS 자회사인 SBSi 사장을 맡고 있다.

SBS 노조측은 윤 사장에 대해 “미국식 경영기법을 억지로 적용시켜 96년 사내 분란을 일으켰고, SBSi 경영에서도 SBS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윤사장의 경영능력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발행하는 PD연합회보에 따르면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현 회장이 노골적인 경영간섭을 자제해 왔다면 윤 사장은 이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영효율과 수익증대를 최우선의 가치로 강조해 왔고 실제 스타일도 그렇다. 방송철학과 공영성이 요구되는 언론사 경영인으로서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인 제재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방송사상 초유의 세습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더 지배적이다. SBS의 한 직원은 "이미 간부들 사이에서는 회장교체에 따른 줄서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방송법 개정과정 등에서 막지 못한 것을 현재 노조의 역량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회의론에 대해 SBS 노조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지 모르나 방송은 신문과 달리 국민의 재산이자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 실질적인 세습이 이뤄질 경우 노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BS 노조와 기자협회, 프로듀서협회, 자회사 노조들은 이와 관련 28일 '(주)태영 대주주지분 변동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을 내고 "향후 지상파방송 SBS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강력히 반대하며 투쟁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 73년 설립된 (주)태영은 지난 해 토목·건축공사 시공능력에서 17위를 기록한 종합건설업체로 윤세영 회장의 처남인 변탁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89년 상장됐으며 실질적인 경영은 윤세영 회장 일가와 윤 회장의 처가인 변씨 집안이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태영은 지난 90년 민방선정 당시 서울방송(SBS)의 지배주주로 선정됐는데 지배주주의 선정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과 동시에 '6공 최대의혹'으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다음은 SBS 노조와 기자협회 등이 공동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주)태영 대주주지분 변동에 대한 우리의 입장**

(주)SBS의 지배주주인 태영의 1대주주 윤세영 회장이 아들 윤석민 SBSi 대표에게 태영의 소유지분 전체를 증여했다. 이같은 주식 증여는 지난 몇 달간 꾸준히 추진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하나, 우리는 윤세영 회장이 이미 언급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을 재확인한다. (90년 12월 국정감사)

하나, 따라서 사기업 태영의 소유권 이전 문제와 공공성을 강조해야 마땅한 SBS의 경영권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

하나, 향후 지상파방송 SBS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강력히 반대하며 투쟁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2002년 10월 28일

SBS노동조합 SBS아트텍노동조합 SBS뉴스텍노동조합 SBS기자협회 SBS프로듀서협회 SBS기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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