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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론은 전국시대 최고의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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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평화론은 전국시대 최고의 사상

신영복 고전강독 <115> 제10강 묵자(墨子)-5

다음으로 묵자의 반전(反戰) 평화론(平和論)에 대하여 읽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묵자의 반전평화를 읽으면서 반전평화의 문제가 참으로 오래된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잊고 있지만 반전평화는 한반도의 가장 절박한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착찹한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묵자는 어느 편(篇)에서나 대단히 많은 예화를 열거해 가면서 자기의 주장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비공편(非攻篇)도 예외가 아닙니다만 일부만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묵자는 공격전쟁을 반대하는 논리를 펴기 전에 먼저 당시의 일반적 관념을 비판합니다. 상투화된 사고를 반성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묵자는 비공편에서 먼저 기존의 잘못된 관념을 깨뜨립니다. 본문을 모두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내용을 따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묵자다운 논리전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서 복숭아를 훔쳤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를 비난할 것이고 위정자는 그를 잡아 벌할 것이다. 왜? 남을 해치고 자기를 이롭게 하였기 때문이다.

남의 개, 돼지, 닭을 훔친 사람은 그 불의함이 복숭아를 훔친 사람보다 더 심하다. 왜? 남을 해친 정도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남을 더욱 많이 해치면 그 불인(不仁)도 그만큼 심하게 되고 죄도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남의 마구간에 들어가 말이나 소를 훔친 자는 그 불의함이 개, 돼지나 닭을 훔친 자보다 더욱 심하다. 남을 해친 정도가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남을 해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불인도 그만큼 심하게 되고 죄도 무거워지는 것이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옷을 뺏거나 창이나 칼을 뺏는 자는 그 불의함이 말이나 소를 훔친 자보다 더 심하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천하의 군자들이 모두 그것의 옳지 못함을 알고 그것을 비난하고 그것을 불의라고 부른다."

그러나 열 명, 백 명을 살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명을 살인하는 전쟁에 대해서는 비난할 줄 모르고 그것을 칭송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고 있다. 묵자는 바로 이것을 개탄합니다.

그 집단적 허위의식에 대하여 묵자는 나중에 언급하겠습니다만 소염편(所染篇)에서 국가도 물드는 것이라는 논리로 비판합니다.

至殺人也 罪益厚於竊其桃李 殺一人謂之不義
今至大爲攻國 則弗知非 從而譽之謂之義
此可謂知義與不義之別乎?(非攻)

罪益厚(죄익후) : 죄가 더 크다.
弗知非(불지비) : 잘못인 줄을 모른다.
義與不義之別(의여불의지별) : 의와 불의의 차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복숭아를 훔치는 것보다 죄가 더 무겁다. (그래서) 한 사람을 죽이면 그것을 불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크게 나라를 공격하면 그 그릇됨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칭송하면서 그것을 의로움이라고 말한다. 이것을 의와 불의의 분별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관념체계에 대하여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국시대는 이름 그대로 하루도 전쟁이 그치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묵자는 전쟁의 모든 희생을 최종적으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기층민중의 대변자답게 전쟁에 대해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것을 정면에서 반대합니다.

전쟁은 수천 수만의 사람을 살인하는 행위이며, 수많은 사람의 생업을 빼앗고, 불행의 구렁으로 떨어트리는 최대의 죄악일 뿐입니다. 단 한 줌의 의로움도 있을 수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따라서 비공(非攻) 즉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사상이지요. 그런 점에서 반전평화론이야 말로 전국시대의 최고의 사상이며 도리(道理)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전쟁을 용인하는 한 그것이 어떠한 논리로 치장하고 있든 상관없이 그것은 기만(欺滿)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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