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시작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아프간전쟁 1주년을 맞아 7일 밤(현지시간)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며 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력사용이 불가피함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 국방부는 이번 주안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은폐에 관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유엔이 이라크 무기사찰을 재개해 본들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증거를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즉 '유엔사찰 무용론'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미 의회도 이번 주안에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일부 상원의원들이 이라크 군사공격을 반대하고 있지만 법안은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제2 걸프전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계 주요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후세인 축출을 위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이미 심리전 등의 형태로 시작됐으며 이라크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공격은 내년 1월말-2월초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표1> 걸프지역 미군기지 배치도
***11월, 미 중부군 사령부 카타르로 이전**
제2 걸프전은 사실상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6일(현지시각) ‘미군의 후세인 공격은 1월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라크 전쟁을 위한 미국의 준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현재 미군의 준비상황을 고려할 때 이라크 공격이 내년 1월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군사작전이 필요한 경우에만 시작되는 미 공군의 정밀무기 생산이 최근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과 이라크 공격에 대비해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오만, 바레인에 위치한 미 공군 기지의 활주로에 대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91년 걸프전 이후 쿠웨이트에 주둔중인 미군 병력은 최근 2천명에서 6천명으로 늘어났으며, 훈련중인 2천명의 미 해군병력이 쿠웨이트에 주둔 중이다.
특히 이라크 공격을 지휘할 미 중부군 사령부는 다음 달 전쟁 기획요원 6백명과 함께 카타르로 본부를 옮길 예정이다. 미군측은 본부 이전이 '훈련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과 함께 사령부 본부가 이전한다는 것은 제2차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90년에도 당시 노만 슈바르츠코프 장군이 지휘하는 미 중부군 사령부가 사우디로 이전했으며 몇달후(91년 1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된 바 있다. 이번에는 사우디가 이라크 공격을 위한 미국의 자국내 기지 사용을 거부하고 있어 사령부를 카타르로 옮긴 점이 다를 뿐이다.
***군사전문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후세인 제거를 위한 이라크 전쟁은 간접적인 형태지만 이미 시작됐다는 게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비행금지구역내의 지상목표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강화된 공격과 최근 미국의 삐라공세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심리전이 이미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현재 미국의 공격은 증가하는 이라크의 비행기 공격에 대한 불가피한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보복 횟수만이 아니라 공격수단까지 변경시켰다.
이전에는 미국 및 영국 전투기를 공격하는 이라크의 이동포대와 전투기비행장에 대해서만 보복공격을 가했으나 수개월전부터 군 지휘사령부와 통신시설까지 공격하고 있다. 이는 제2 걸프전이 발발할 경우, 이들 군사시설의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난 주 시작된 서방 전투기들의 공격을 경고하는 수천장의 삐라공세에 대해 미 국방부는 전투비행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삐라공세가 이라크 군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격시 저항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된 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라크 군인들에 대한 삐라공세의 목적은 사담 후세인이 그들을 자살하도록 보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려는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같은 미국의 심리전술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슈피겔은 미국의 전술중에는 이라크의 전직 고위군인들이 자신들의 과거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돌아설 것을 설득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라크 전쟁이 가능한 한 짧고 피를 덜 흘리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이라크 군부내 쿠데타 일어날 것" WP 7일자 보도는 심리전 일환?**
미국 언론을 통한 심리전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7일자 기사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라크 공격 받으면 쿠데타 일어날 것(U.S. predicts coup if iraq is attacked)'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미 고위 정보관리들의 말을 빌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해지면 현 이라크 군부 내에서 반후세인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지난 96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반후세인 봉기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외부로부터의 군사 압력이 없었다는 점을 꼽으면서 이번처럼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이 계속될 경우 이라크 내부에서의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전망에는 미국의 군사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후세인 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미국측의 은근한 소망(wishful thinking)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군의 피를 흘리지 않은 채 후세인을 제거할 것을 미국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해외 반체제세력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해외 반후세인 세력의 집결체인 이라크국민평의회(INC)를 지원하고 있으나 INC 자체가 사분오열돼 있는 데다 지도자인 아메드 찰라비도 이라크 국민은 물론 미국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찰라비를 후세인 이후 이라크 신정권의 책잉자로 할 것인가를 놓고 미국 정부 내의 의견이 갈려 있다. 국방부는 찰라비를 옹호하는 입장인 반면 국무부와 CIA는 찰라비의 정권 장악력에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현 이라크 군부의 실력자가 후세인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해야 이라크의 정치적 안정적도 유지하는 친미정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기사는 이라크내 반후세인 음모를 부추기기 위한 심리전의 요소를 강하게 띠고 있다. 이 기사를 쓴 월터 핀커스는 지난 60년대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CIA 등 미국 정보기관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이번 기사는 미국 정보기관의 의도적인 정보유출(leak)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표2> 제2 걸프전을 둘러싼 외교노력과 군사행동 진행상황
***"부시, 지난 9월 10일 구체적 전쟁시나리오 보고 받아"**
한편 미국의 민간 군사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뉴햄프셔대)는 시사주간지 '네이션' 10월 21일자 기사(War Plans and Pitfalls)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 9월 10일 이라크 공격을 위한 자세한 공격 계획을 보고 받았으며 전쟁의 기본적 골격은 이미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엔을 중심으로 이라크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노력이 진행중이만 제2 걸프전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클레어 교수는 여러 상황으로 보아 부시 행정부가 이번 군사작전의 암호명까지 정한(가칭 Operation Desert Cyclone) 것이 틀림없다면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늦어도 내년 2월 2,3번째 이전에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다수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11월말부터 1월 하순까지는 이라크에서의 군사작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시기가 우기(雨期)이기 때문이다. 또 10월까지는 기온이 너무 높아 군사행동이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군사공격의 적기는 11월 초ㆍ중순, 아니면 내년 1월 하순 이후이다.
단기전의 경우 11월에도 군사공격은 가능하지만 후세인 제거를 목표로 할 경우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며 이 경우 내년 1월 하순 이후 2월 상반기 사이에 공격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지난 91년 걸프전은 1월 21일에 시작됐다.
클레어 교수는 이라크 공격 방법에 대해 고위 군장성들은 걸프전 때와 같은 정규전을 주장하는 반면 월포비츠 등 국방부내의 민간인 출신 전략가들은 첨단무기를 활용한 기습전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후자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규전의 경우, 최소 25만명의 병력과 관련 군장비를 동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사우디, 요르단 등 지역내 우방국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군력과 첨단무기를 앞세운 기습전은 필요 병력 규모도 작고(약 5만 정도) 공격 준비기간이 짧은 데다 쿠웨이트, 카타르 등 미국에 고분고분한 소국들의 군사기지만으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강경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온갖 신기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한다.
<표3-1> 제2 걸프전 가상 시나리오 1 - 이 시나리오는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가 작성한 것으로 클레어 교수의 전망과는 관계없음
<표3-2> 제2 걸프전 가상 시나리오 2 - 이 시나리오는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가 작성한 것으로 클레어 교수의 전망과는 관계없음
<표3-3> 제2 걸프전 가상 시나리오 3 - 이 시나리오는 스페인 신문 엘파이스가 작성한 것으로 클레어 교수의 전망과는 관계없음
***제2 걸프전, 3단계 기습공격으로 진행될 듯**
클레어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단계에서는 이라크의 방공망, 군 및 경찰본부, 통신망, 대량살상무기 개발공장, 대통령궁 등 이라크의 핵심시설에 집중적 공습을 가한다.
2단계에서는 미국 및 영국의 특수군이 투입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공장과 미사일 발사대, 바그다드의 군본부, 후세인 대통령궁을 확실하게 파괴한다. 또한 이 단계에서 북부의 쿠르드 반군과 남부의 시아파 반군이 후세인 공격에 가담한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미 육군과 해병의 정예 요원들을 동원해 바그다드로 진격해 후세인 축출에 나선다. 이 모든 단계들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수주내에 작전이 끝날 수 있을 것으로 클레어 교수는 전망했다. 운좋게 초기 공습에서 후세인이 사망한다면 전쟁은 매우 일찍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제2 걸프전은 과연 테러리즘과의 전쟁인가**
그러나 후세인이 제거되면 국제테러의 위협은 과연 줄어들 것인가. 클레어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우선 후세인이 국제테러와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희박하다. 게다가 지난해 9.11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생사도 묘연한 데다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는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암약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진정으로 국제테러와 싸우기를 원한다면 지금의 최우선 목표는 알카에다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알카에다를 제쳐둔 채 이라크와의 전쟁에 골몰하고 있다. 바로 이라크의 엄청난 석유자원 때문이다.
제2 걸프전이 부시 행정부의 소망대로 손쉽게 끝날지도 의문이다. 이라크군이 초기에 무너지지 않고 바그다드를 사수하면서 미군측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일 경우 엄청난 민간인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 미군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미사일이 일부 살아남아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무시무시한 미사일 전쟁도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는 이미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공격할 경우 보복할 것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석유자원에 눈먼 부시행정부의 제2 걸프전이 어떤 참화를 불러올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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