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경 전 사장의 3연임 저지를 위해 지난 달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기독교방송(CBS) 노동조합이 재단이사회(이사장 표용은)측의 사장 및 이사회 임원진 선임을 위한 서면투표 강행에 항의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위원장 황명문) 2백여명의 조합원은 1일 '전 조합원 무기한 금식기도에 들어가며'란 성명을 통해 '지난 해 6월, 지루했던 9개월 파업을 끝내면서 하나님 앞에서 맺은 약속을 사람들이 뒤집었기 때문에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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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지부는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상식을 외면한 서면투표를 저지하고 이사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차라리 죽겠다는 각오로 자기 희생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식에 들어간 CBS 조합원들은 현재 본사를 비롯해 재단이사를 파송하는 주요교단의 총회사무실과 이사 재직교회 등으로 나뉘어 농성중이다. CBS지부 농성에는 전국언론노조 김용백 위원장 등 집행부 간부들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해 6.26 노사합의 이후 수면 아래로 잠복한 듯이 보였던 CBS 문제가 다시 불거진 배경은 지난 달 30일 사장 선임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재단이사회가 CBS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당일 저녁 표용은 이사장 명의로 서면투표 실시여부를 묻는 투표용지를 포함해 사장 선임과 이사장 등 이사회 임원진 선임을 위한 투표용지 5장을 발송한 데서 비롯됐다.
CBS지부는 "서면투표는 사실상의 공개투표로 서면결의가 부결된 것으로 나올 경우 사장과 이사장 등에 대한 투표자의 속마음만 공개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서면투표는 무효다. 서면투표를 한다면 서면결의를 먼저 하고 서면투표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이번 경우는 이러한 절차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황명문 CBS 지부위원장은 1일 표용은 재단이사장이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는 서대문중앙감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언론사로서의 CBS가 사장을 어떻게 서면투표로 결정할 수 있겠는가. 무기한 금식기도회를 통해 이 사실을 온 교계와 언론에 알리겠다"며 "(노사가) 약속한 대로 청빙형식으로 사장을 공채, 공모한다면 많은 이들이 몰려올 것인데, 왜 이렇게 가야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CBS지부는 현재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면투표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후 만일 이번 서면투표건이 통과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조치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상근 부이사장, 이사회 서면투표 강행에 반발 사퇴**
한편 지난 해 노조 파업 당시 재단이사회 전권을 위임받아 6.26 노사합의를 이끌었던 김상근 부이사장(제2건국위원장)은 합의를 어기고 사장 선임을 강행하려는 이사장에 반발해 지난 달 30일 사퇴서를 제출했다.
CBS측은 2일 "정관에도 긴급하거나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5일까지는 투표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발송방법에 따라 비밀투표는 보장될 수 있다. 또 정관에는 비밀투표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CBS 재단이사회가 5일까지 서면투표 시한을 못박은 것은 표용은 이사장의 임기가 5일로 만료되기 때문이며 지난 2월 권호경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사장 직무대리 체제가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CBS의 한 관계자는 "표 이사장은 서면투표가 부결되더라도 내년 6월까지는 이사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서면투표를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차 서면투표는 부결**
CBS 정관상 서면투표로 차기 사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재적이사 3/4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김상근 부이사장의 사퇴 이후 18명의 재단이사 가운데 최소한 14명이 찬성해야 사장 및 이사진 임원선임이 가능하다. 이번 서면투표는 두번째로 재단이사회는 이미 지난 3월 차기사장을 서면투표로 뽑기 위한 시도를 했었으나 선임에 필요한 득표를 얻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CBS지부측은 이번 서면투표 결과도 부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혹시라도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총파업과 전 조합원 단식농성이란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 CBS 재단이사회의 서면투표가 강행되자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일 성명을 내고 "재단이사회가 노조의 반발과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CBS의 파행을 초래해온 권호경씨의 사장 3연임을 강행하려는 것은 노사합의를 무시하는 몰상식한 행위이자 CBS의 역할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도 30일 성명을 통해 권호경 전 사장의 3연임 저지를 위한 CBS 조합원들의 총력투쟁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CBS(사장 직무대리 한국연)는 간부들과 비조합원으로 비상체제를 가동중이나 노조의 파업이 며칠 더 계속될 경우 파행방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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