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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안게임이 남북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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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안게임이 남북을 이었다"

세계 언론 '부산에선 모두가 친구'

16년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국 언론들은 특히 이번 대회가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 소속 44개 회원국 전체가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 최대의 대회라는 점과 남북간의 화해무드에 초점을 맞춰 스포츠를 통한 화해의 장이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

'아시아를 하나로 부산을 세계로'를 표어로 내걸고 지난 달 29일 개막식을 가진 부산아시안게임에는 현재 44개국 9천9백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하고 있으며, OCA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 보도진을 합친 대회관계자는 모두 1만8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경기내용보다는 선수단과 응원단을 포함해 모두 6백65명의 대규모 인원을 파견한 북한의 정치적 의도와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한 동시입장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한반도의 급격한 정치상황 변화다. 미주와 유럽언론들의 보도내용을 중심으로 부산아시안게임의 의미를 살펴보자.편집자

***WP "부산아시안게임은 국제적 우의의 모델"**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월 30일 '아시안게임이 남북한 연결의 장소를 제공했다'는 기사를 통해 "과거 전쟁의 숙적을 대표하는 남북한 선수들이 29일 저녁 수백명의 북한 응원단이 주경기장에서 환호하는 가운데 같은 깃발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 온 6백여명의 북한 사람들은 한국 전쟁이 종식된 1953년 휴전 이후 한국을 방문한 최대의 방문단"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세계의 관심은 가속화되는 북한의 정치적 이니셔티브에 맞춰져 있다"며 "그러나 이날 행사는 폐쇄된 나라를 가장 빨리 개방하는 길이 체육분야에서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88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스포츠행사를 기피한 전력에 비추어볼 때 부산아시안게임 참가결정은 '한반도기'로 상징되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4년마다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이 올해에는 국제적 우의의 모델이 됐다"고 평가하고 참가선수들 가운데는 아프가니스탄 동티모르 팔레스타인 등 폭력으로 얼룩진 아시아 각국의 선수들이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자비드 로디 파키스탄 사격팀 매니저는 "모든 국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두 장소가 있다. 하나는 유엔인데 거기서는 모두가 싸운다. 또 하나는 스포츠인데 여기서는 모두 친구가 된다"고 이번 대회의 의의를 평가했다.

WP는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아직도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 위축돼 남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부산에 온 이후 단체로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LAT "부산대회가 인공기 게양 등 금기사항 파괴"**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30일 '3백여명의 북한응원단이 자국임을 응원'이란 기사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 선수들, 개막식 행사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대부분 20대 여성으로 이뤄진 북한 응원단이라고 보도했다.

LAT는 역사적인 부산아시안게임이 인공기 게양과 북한여객선 만경봉호의 한국입항 등 많은 금기사항을 파괴시켰다며 많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만경봉 92호는 많은 한국인들이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는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응원단이 미국응원단과는 달리 한복을 입고 북한기를 흔들거나 노래를 부른다며 한국 TV들은 끊임없이 북한응원단에 추측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계순희 선수와 한국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선수가 함께 성화 최종주자로 트랙을 돈 것은 "남북한의 역사적 만남과 통일을 향한 첫번째 매듭을 묶는 것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물론 세계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북한 이명훈 농구선수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재통일을 정말로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FT "북한선수단 참가로 북한 개방 가능성에 대한 희망 높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안게임을 위한 남북한의 화합'이란 기사에서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후 북한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스포츠행사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 선수단 참가를 결정한 평양의 결정은 최근 수주간 벌어진 일련의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세게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가 개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FT는 개막식의 남북한 동시입장 장면을 "양측팀이 통일 한국을 상징하는 기를 앞세우고 손을 맞잡고 입장하자 관중들은 우렁차게 환호했으며 남북한에서 동시에 불려지는 민요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고 묘사했다.

***SCMP "남북해빙무드 알리는 데 최적의 장"**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자 '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기회' 제하의 기사를 통해 "스포츠는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하는 속담이 29일 한국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개막된 제14회 아시안게임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선수들의 참가로 부산대회의 의미는 곱절로 의미심장하다며 분쟁지역 카슈미르 국경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참가,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가니스탄 축구팀의 참가 등을 함께 평가하고 "남북관계의 해빙 변화를 소개하고 정치적 무게를 보태는데 이보다 나은 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아시안게임이 올림픽만큼 인기는 없을 것이지만 이번 대회는 특별한 것이라며 남북화해의 진행과정은 점진적이지만 앞으로 15일간은 분단상처의 치유시기를 앞당길 것이고 이번 대회는 아시아를 어느 때보다 단결시킨 행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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