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이라크 공격 등으로 대테러 전쟁의 외연을 확대중인 미국의 일방주의 세계정책을 거부하며 독자적인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 등 동북아시아 지역안정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9.17 북일정상회담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협력 강화 등 북한의 외교적 고립상태를 탈피시켜 한반도의 전쟁가능성을 희석시켜려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노력은 노골적인 반미주의가 아니라, 평화정착을 위한 독자적인 외교적 해결방안을 추구하는 모델로서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동북아시아의 독자적 평화노력과 관련, 28일자 '미국을 우려하는 대화의 아시아'라는 장문의 도쿄발 분석기사를 통해 '9.11의 여파에서 교훈을 얻은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끊지 않으면서 북한의 위협을 상쇄시키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 몽드는 아사히신문의 외교 담당 대기자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의 말을 빌어"동아시아는, 대안 없이 미국의 동맹국으로 머문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 됨을 자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북아의 이같은 노력은 전쟁을 통한 해결책을 중시하는 워싱턴과는 다른 새로운 타개책을 출현시킴으로써 국제사회에 풍성한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미소를 주축으로 양분된 냉전이데올로기에 지배됐던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9.11 이후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의 악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전쟁이 아닌 포용적인 원동력들을 통해 아시아 지역사회의 균형과 안정을 강화시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르 몽드 28일 기사의 주요 내용.
***미국을 우려하는 대화의 아시아**
동북아시아로서는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이 '강 건너 불'로 감지되는 것이긴 하지만 조지 W. 부시에 의해 '깡패국가들'로 분류된 북한이 위치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그 충격 여파를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평양은 '포환의 바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동북아시아 지역에 긴장을 재발시켜 반항할 염려가 있는 것이다.
최근 준이치로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큰 중요성을 띤)은 일본과 그 배후의 아시아 주요 관계국들(중국, 한국 그리고 러시아)이 동아시아에 위협이 아닌 협의에 기초한 균형을 부상시키려는 배려를 보여 주는 증거다. 이 독자적인 움직임은 코펜하겐 아셈 포럼에서 유럽연합(EU)가 찬성한 전쟁의 필연적 귀결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악의 축'에 포함된 것은 한국과 일본(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긴밀한 두 동맹국)에 위기감을 조성했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9월 11일 사태의 여파에서 교훈을 얻었다. 이는 미국 정책에 대한 그들의 공식적 지지 뒤에 암암리에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인 그들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관한 언쟁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탯줄을 끊지 않으면서도 한반도 내에 북한이 내포하고 있는 위협을 상쇄시켜 군사적 선택을 배제할 수 있는 안정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일 이 시도가 성공할 경우 워싱턴에서 구상된 해결책과 다른 타개책을 출현시킴으로써 풍성한 교훈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 대기자는 "동아시아는, 대안 없이 미국의 동맹국으로 머문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 됨을 자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동경이 2001년 9월 11일의 여파로부터 얻은 큰 교훈은 미국의 국내 정견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워싱턴의 이해 타산이 다른 어떤 동기보다도 앞서며, 동맹국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떻든 간에 미국의 이해를 따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은 자신들의 이해와 배치되더라도 그들의 견해가 반영되지도 않은 정책들을 지지하도록 요구당할 우려도 있다.
월드컵 당시 한국 여론에 반미주의 동향이 높아진 것이 감지됐는데, 이에 가세해 일본에서도 일종의 반감이 확산돼 가고 있어 일본 우파조차도 이제는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한다. 워싱턴이 온실효과 방지를 위한 교토협약을 기각한 것, 국제형사재판소와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해 특례를 주장하는 것(많은 사람들이 이를 독단적이고 정당성이 없다고 인지) 등이 9월 11일 사태에 동반됐던 연민의 감정에 흠집을 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일본인 75%가 이라크를 상대로 한 군사행위에 반대했다.
***제2전선**
북경 서울 동경의 어느 누구도 북한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시험장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김정일 후속 정권은 아마도 불안정으로 인해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과 동경은 워싱턴에 이라크 공격이 논란의 소지를 많이 안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도 않은 이 때, 동아시아에 제2전선을 열 시기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이 평양에 특사를 급파할 예정인 것을 볼 때 이 논거들은 명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워싱턴의 지지 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고이즈미의 방북은 동경을 이제까지의 종속적 역할에서 사실상 벗어나게 해준다. 한편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의 완강함을 제압 혹은 더 나아가서 "미국을 고립"시키려고까지 한다는 게 워싱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케네스 키노네스(Kenneth Quinones)씨의 분석이다.
오랫 동안 일본은 북한의 양수겸장 전략에 말려드는 것을 꺼려왔다. 1994년 북한 핵개발 동결의 대가로 두 개의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으로 핵 위기의 타결을 보았을 때, 일본은 뒤로 물러나 관련건설 비용의 4분의 1을 부담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일본은 이라크 공격의 위협으로 인해 한반도 전략에 가담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국익에 반대되는 정책을 지지하도록 요구받을 우려가 있는)을 깨닫게 됐다. 북한의 미사일들이 일본의 상공을 날아다닌 것을 고려할 때 평양의 잠재적 위협에 일본은 우선적으로 연관된 국가다. 그러나 람보식의 정면 충돌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인식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워싱턴은 안보와 관련된 북한 문제가 힘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서울과 동경은 북한의 경제적 발전이 위협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고 주민들이 굶주리는 나라에서 첫째 근심거리는 체제 자체의 생존 문제이며, 유일한 희망은 외국의 원조이다. 북한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줌으로써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용하는 위협을 상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선택 대안**
한반도의 테러를 막기 위해 전쟁의 필연적 결과를 예방하려는 서울과 도쿄의 이 시도는,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적 비중에 이중으로 근심하는 중국 인근국가들에 의해 고무돼 아시아지역의 상호의존성 강화라는 더욱 폭넓은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를 아시아지역에 통합시켜 중국의 번영과 안정이 타국들과의 관계에 더욱 의존적인 것이 되도록 함으로써 지배적 경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2001년 9월 11일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안보상의 차원에서 뿐 아니라 외부 판로 개척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헤아려 따져 보기 시작했다. 이들은 포용적인 원동력들(테러리즘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특히 북한이 전쟁이 아닌 대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 통합시키는 것)로 아시아 지역사회의 균형, 안정을 강화시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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