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 프레시안 창간을 준비하면서 선배 한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수십년간 사회운동 외길을 걸어온 그 선배께서는 “살아남아야 할 텐데...”를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자본이 제1의 생존요소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도, 인력도 별로 없는 프레시안이 과연 살아남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지를 걱정하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창간 1주년이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첫아이 돌을 맞는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번쯤은 지나온 1년을 되짚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프레시안을 탄생시키면서 다음 3가지를 목표했습니다.
그 하나는 과거의 눈으로 오늘을 보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서 오늘을 조망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냉전의 종식, 더 가깝게는 IMF사태를 거치면서 국제사회의 역학구도나 한반도 내부의 작동방식도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날그날의 사건과 정보 중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씨앗들을 발견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기존의 대립구도, 기존의 패러다임에 집착하는 것은 엉뚱한 곳에서 내용없는 소모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미경인 동시에 망원경이 되고자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 민족의 앞날을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광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10명도 채 안되는 상근기자들만으로 7천만 겨레의 나아갈 길을 비추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기 때문입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는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판’이 되고자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독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다만 말보다는 행동이, 계획보다는 실천이 몇십 배 어렵다는 세상사의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깨우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아, 우물안 개구리였구나’라는 뼈아픈 자탄이 저절로, 그것도 몇 번씩이나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든 조직이든 그런 시련을 통해 단련되고 성숙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식구 15명과 고문, 편집위원, 기획위원, 필자 등 여러분이 지난 1년간 3천4백여건의 기사를 생산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의 뼈대는 갖춰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그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눈으로, 미래를 생각하며, 여러 뜻있는 분들의 만남의 장이 되겠다는 애초의 각오는 계속 견지해 나갈 것입니다.
항상 서늘한 눈빛을 느끼게 하는 독자 여러분과 뒤에서 뜨거운 격려를 보내주는 후원회원 들께 감사드리며 변함없는 관심과 참여, 그리고 가차없는 비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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