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5일 '신보도지침' 파문과 관련해 유감표명을 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유감표명은 기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5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한나라당 방송탄압 규탄 및 언론자유수호 결의대회'를 가진 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는 "오늘 밝힌 한나라당의 유감표명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사진: 5일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방송탄압 규탄대회에 참석한 방송사 노조 등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한나라당의 신보도지침과 MBC 국감 피감기관화 시도를 비판하며 언론자유 수호 결의를 다지고 있다.(크레디트 전국언론노조)>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8월 14일과 27일 발송한 이른바 협조공문이 과거 5공 군사정권의 보도지침과 맥을 같이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방송장악 음모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공문 소홀'과 '일부 표현의 매끄럽지 못한 이유'라고 폄하하여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행위는 현재의 사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유감 발표형식에 있어 당 대변인이나 대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유감표명으로 대신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며 당 대표의 공식적인 사과와 이번 사태를 주도한 언론특보와 관련 당직자의 엄중한 문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언론노조는 '한나라당 방송탄압 규탄 및 언론자유수호 결의대회'에서 발표한 결의서를 통해 "굳이 언론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금에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방송보도에 대한 대응들은 전제적 군주시대에나 나올 법한 논리들"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차원을 넘어 공정한 '게임의 룰'마저 저버린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5일 발표한 성명서와 결의서 전문.
***성명서: 한나라당의 유감표명은 기만이다**
한나라당이 지난 2주간에 걸쳐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위한 신 보도지침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오늘(5일)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현경대 공정방송특위 위원장이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고 김영일 총장은 "당의 직인이 찍혀나가는 공문을 소홀히 관리한 데 대해 경위를 철저히 조사,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용백)은 오늘 밝힌 한나라당의 유감표명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한나라당이 지난 8월 14일과 27일 발송한 이른바 협조공문이 과거 5공 군사정권의 보도지침과 맥을 같이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며 방송장악 음모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공문 소홀'과 '일부 표현의 매끄럽지 못한 이유'라고 폄하하여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행위는 현재의 사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한나라당이 의도적으로 사태를 말단 당직자에게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저급한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우선 발표형식에서도 드러난다. 전 언론인과 시민, 시청자단체들의 비난의 소리가 비등함에도 당의 대변인이나 대표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유감 표명으로 대신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한 공식적인 유감의 이유가 한나라당이 보여준 언론탄압 행위 자체가 아니고 당내 결재라인의 실수라고 얼버무리며 모든 책임을 해당 실무자의 책임으로 일관한 데에서도 드러났다.
원내 제1당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가진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언론탄압을 자행하고도 그 지위에 걸맞지 않게 책임회피에 급급한 오늘의 유감 표명은 누가 보더라도 공식적인 사과가 될 수 없다.
또한 특히 MBC의 방송보도에 불만을 갖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감사원법을 개정하여 MBC를 국회 피감기관으로 하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이는 여전히 MBC에 대한 통제의사를 갖고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한나라당의 핵심관계자가 "사전 홍보도 없이 감사원법 개정 추진이 발표되고 대표 등에게 사전보고도 없이
공문을 보내 역풍을 자초했다"고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MBC에 대한 표적입법을 자인하고 즉각적인 철회와 사과가 있어야 했다. 감사원법 개정은 사실상 특정 방송사에 재갈을 물리려는 보다 조직적인 방송장악 음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언론탄압 사태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 앞에 사과하려면 당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며 이번 사태를 주도한 언론특보와 관련 당직자의 엄중한 문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광범위한 언론자유 수호 투쟁에 나설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이 져야 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02년 9월 5일
전국언론노조
***결의서: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음모를 규탄한다**
오늘 우리는 역사를 퇴행시키고 제 허물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오로지 대권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언론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굳이 언론의 자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작금에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방송보도에 대한 대응들은 전제적 군주시대에나 나올 법한 논리들이다. 대선을 앞두고 비판언론을 길들이는 차원을 넘어 공정한 '게임의 룰'마저 저버린 만행이다. 손발을 묶어놓고 싸우자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이회창 후보는 방송 4사의 보도를 나무라기 전에 제 아들부터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한 정당한 보도에 대해 "이회창 후보 아들"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이정연의 얼굴을 내보내지 말며 또한 검찰이 발표한 내용만 보도하라는 등의 신 보도지침을 방송사에 보내는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MBC에 대해서는 법을 바꿔서라도 국정감사를 실시하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같은 행위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방송을 장악하려 했던 독재정권 시절 준동했던 보도지침에 다름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또한 MBC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시도 또한 대선을 앞두고 특정 방송사의 보도를 통제하려는 방송장악 음모로 규정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공보처 관료를 역임하며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을 획책하던 자들이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간판을 바꿔 달고 또다시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언론노조는 지난 세기 엄혹한 군사정권의 서슬퍼런 칼날 아래서도 언론자유를 위해 싸워왔다. 수많은 언론노동자가 해고되고 투옥됐어도 우리는 중단없는 언론자유 수호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다시금 한나라당이 과거 자신들이 자행했던대로 보도지침을 남발해 정권을 잡겠다는 저급한 구시대적 발상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 2만 언론노동자들은 기꺼이 한나라당에 맞서 뒤돌아보지 않고 '언론자유 수호의 성전'을 펼칠 용기와 지혜로 무장돼 있다.
그 길에는 5천만 겨레가 늘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언론인과 시민, 사회단체들은 한나라당의 언론탄압에 대해 다시 한번 규탄하며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수호할 것임을 천명한다.
하나. 한나라당은 언론탄압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
하나. 한나라당은 방송장악음모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우리는 언론보도에 대한 정치권의 어떠한 부당한 압력도 거부한다.
하나.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고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
2002년 9월 5일
한나라당 방송탄압 규탄 및 언론자유수호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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