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복 소년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작문 논란에 대해 1심 재판부(서울지검 형사9단독)가 3일 피고인들의 조선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법 박태동 부장판사는 3일 이승복 사건 조작논란과 관련한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두 가지 핵심 쟁점 중 이승복의 발언에 대한 진위는 관계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따질 수 없는 문제가 됐고,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 취재를 했는지 여부는 조선일보에서 제출한 당시 현장 사진들에 취재기자의 모습이 등장하는 점 등에 비춰 두 피고인의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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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주언 전 언개연 사무총장(한국언론재단 이사)에게 징역 6월,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에게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으나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이 사건에 있어서 양형은 큰 의미가 없지만 피고인들의 행위 결과와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실형을 선고하나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승복 사건은 지난 68년 무장공비에 의해 학살당한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죽어갔다고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하며 불거진 사건으로 피고인들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취재기자와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디어오늘 기사와 '정부수립 50주년 기념 오보전' 등에서 당시 조선일보 보도가 오보임을 주장해 왔다.
조선일보는 재판부 판결에 대해 3일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부가) 근거없는 허위로 본지 명예를 훼손하려 했던 두 사람에 대해 사법부의 준엄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며 "특히 이념과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실제 잇었던 사실을 부정하고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세력에게는 이번 판결이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피고인인 김주언 언론재단 이사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은 재판부 1심 판결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김주언 이사와 김종배 전 편집장은 3일 '법원 판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재판부의 판결내용은 3년1개월여의 재판과정 동안 이뤄진 여러 증인의 증언과 사진 감정결과를 무시한 처사라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라며 "당초 이 사건은 고충정 판사가 2년 넘게 재판을 진행해오다가 올해 3월에 법원의 인사발령에 따라서 현 판사로 교체됨에 따라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나 증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 등은 항소 이유로 첫째 조선일보가 현장사진을 제출하며 당시 취재기자인 강인원 기자가 찍혔다고 주장하나 포토저널리즘학회 의뢰 결과 강 기자가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현장사진에 등장한 강한필 당시 경향신문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법원에서 증언하는 등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제시한 사진은 조선일보가 촬영한 사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피고측은 두번째 이유로 여러 증인들의 증언이 평행선을 달려 판단이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결취지는 피고인들이 제출한 '조선일보 기사는 만들어낸 것'이라는 당시 박주환 한국일보 강릉주재기자의 증언 녹음테이프 등 피고측의 일관된 관련증언이나 증거물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측 증인들의 증언 불일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검찰측 증인들은 서로 엇갈린 증언을 하는 등 범죄사실 입증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피고측 주장과 동일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조선일보와 김 이사 등이 가 각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 전문.
***조선일보 '이승복 보도 관련 사법부 판결에 대해'**
법원이 3일 지난 68년 12월 북한 무장공비들에 의해 살해된 이승복군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며 말했다는 본지 보도를 '오보'라고 주장했던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차장에 대해 각각 징역 6월과 징역 10월 등 실형을 선고한 것은 '근거없는' 허위로 본지 명예를 훼손하려 했던 두 사람에 대해 사법부의 준엄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
두 사람은 지난 98년 서울 부산 등지에서 '오보전시회'를 개최하고, 본지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이승복군과 관련된 본지의 보도에 대해 "조선일보가 현쟁취재 없이 작성한 소설"이라며 이 군의 처절한 외침을 부정했었다.
이번 판결은 본지 보도의 진실성을 입증했음은 물론, 무엇보다도 30여년전 무장공비들에게 무참히 살해된 이승복군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념과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실제 잇었던 사실을 부정하고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세력에게는 이번 판결이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2년 9월 3일
조선일보 사장실
***김주언 이사·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 '법원 판결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서울지법 형사 9단독 박태동 부장판사가 9월 3일, '조선일보 이승복군 보도' 관련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김주언 언론재단 이사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초 이 사건은 고충정 판사가 2년 넘게 재판을 진행해오다가 올해 3월에 법원의 인사발령에 따라서 현 판사로 교체됨에 따라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나 증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판단한다.
재판부는 '이승복 군 발언의 진위여부는 따질 필요가 없으며, 조선일보 기자의 현장 확인 취재 여부에 대한 증인들의 증언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물증으로 제출한 당시 현장사진에 조선일보 취재기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찍혀있고, 이 사진을 조선일보가 보관해왔던 점에 비춰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 확인취재를 하지 않았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내용은 3년 1개월여의 재판과정 동안 이뤄진 여러 증인의 증언과 사진 감정결과를 무시한 처사라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다.
첫째, 조선일보는 현장사진을 제출하면서 이 사진에 당시의 조선일보 취재기자인 강인원 기자가 찍혔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감정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포토저널리즘학회에 의뢰해 조선일보 사진을 정밀 감정한 결과, 조선일보가 강인원 기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강인원 기자의 법정 증언내용-취재 당시 군화를 신고 있었다-과도 일치하지 않는 점에 비춰 강인원 기자가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 내린 바 있고, 이 감정결과는 재판부에 의해 증거로 채택되었다. 더욱이 강인원 기자는 1차 증인 심문에서는 사진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다가 사진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이뤄진 2차 증인 심문에서 자신이 아니라고 증언 내용을 번복한 바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이 당시 경향신문의 취재 기자였던 강한필 기자라는 사실이 감정결과 확인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강한필 기자는 이승복 일가족 피살사건 다음날인 1968년 12월 10일 사건 현장에 가서 취재를 했으나 조선일보 기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강한필 기자의 이같은 증언은 같은 회사 사진기자였던 이봉섭 기자에 의해서도 확인됐으며, 심지어 조선일보의 강인원 기자와 사진기자였던 노형옥 기자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인들의 증언대로라면 조선일보 사진 속에 강한필 기자가 등장할 수는 없는 일이며, 다시 말해 강한필 기자가 등장하는 사진은 조선일보가 촬영한 사진이 아닐 수도 있음을 방증하는 정황증거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사진감정 결과와 증인들의 증언은 판결에 반영하지 않은 채 단지 사진을 조선일보가 보관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서 확인취재를 했음을 입증하는 물증으로 인정한 것이다.
둘째, 여러 증인들의 증언이 평행선을 달려 어느 증인의 증언에도 무게를 실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도 이해할 수 없다. 3년 1개월여간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채택된 주요 증인은 조선일보의 취재기자 강인원, 사진기자 노형옥, 경향신문의 취재기자 강한필, 사진기자 이봉섭, 당시 사건 현장을 수습했던 하일 주임, 한국일보 강릉주재기자였던 박주환 등이었다.
이들 중 검찰측 증인이었던 강인원 기자와 하일 주임의 증언이 상치되고, 역시 검찰측 증인인 박주환 기자의 증언 또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하일 주임의 경우 사건 다음날 사건 현장에서 강인원 기자를 봤다고 주장했으나 강인원 기자는 하일 주임을 비롯한 경찰들한테 취재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측 증인들의 증언이 엇갈림으로써 범죄사실 입증의 근거가 되지 못함을 이 두 사람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박주환 기자의 경우 당시 조선일보 강릉주재기자였던 고 송종헌 기자가 자신에게 '조선일보 기사는 작문기사'라고 말한 바가 있다고 증언했다(당시 조선일보 기사의 바이라인에는 강인원 기자와 송종헌 기자의 이름이 올라있었슴). 더구나 박주환 기자가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에게 '조선일보 기사는 만들어낸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록까지 증거물로 제출된 바 있다(박주환 기자는 김종배와의 인터뷰 당시 이같이 증언했다가 검찰에 출두해 입장을 번복해 검찰측 증인으로 채택됐음).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검찰이 기소하면서 제시한 증거 및 증인이 대부분 '탄핵'됐다는 점이 우선 확인된다. 따라서 형사소송의 기본인 '검찰의 입증책임'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소극적으로만 봐도 검찰의 공소내용이 '증거 불충분'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봐야 옳다.
아울러 명예훼손 판결의 주된 잣대 중의 하나인 '(김종배의)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주언과 김종배는 재판부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히며, 오늘(3일) 중으로 항소할 것임을 천명한다.
아울러 방대한 양의 재판기록을 정리하는 대로 언론매체를 통해 지금까지의 재판 및 취재과정에서 나온 각종 자료와 증언들을 공개해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할 계획임을 밝힌다.
2002년 9월 3일
김주언 언론재단 이사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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