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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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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

신영복 고전강독 <105> 제9강 장자(莊子)-10

<예제7>

齊桓公讀書於堂上 輪扁斲輪於堂下
釋椎鑿而上 問桓公曰 ‘敢問公之所讀者 何言邪’
公曰 ‘聖人之言也’
曰 ‘聖人在乎’ 公曰 ‘已死矣’
曰 ‘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桓公曰 ‘寡人讀書 輪人安得議乎 有說則可 無說則死’
輪扁曰 ‘臣也 以臣之事觀之 斲輪徐 則甘而不固
疾則 苦而不入 不徐不疾 得之於手 而應於心
口不能言 有數存焉於其間 臣不能以喩臣之子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 古之人 與其不可傳也 死矣’
然則 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外篇 天道)

斲(착): 깎다. 椎鑿(추착): 망치와 끌. 邪(야): 耶와 同字. 의문사.
糟魄(조박): 지게미와 재강.
數存焉於其間: 그 사이에는 정확한 치수가 있다. 또는 비결(數)이 있다.
喩(유): 깨우쳐 주다. 行年(항년): 享年과 같음.
與其(여기): 그와 마찬가지로. 與는 如.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당상(堂上)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목수 윤편(輪扁)이 당하(堂下)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당상을 쳐다보며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만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책은 무슨 말(을 쓴 책)입니까?’
환공이 대답하였다. ‘성인(聖人)의 말씀이다.’

‘그 성인이 지금 살아 계십니까?’
‘벌써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전하께서 읽고 계신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군요.’

환공이 말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데 목수 따위가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신은 신의 일(목수일)로 미루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깎음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더 깎고 덜 깎는)그 중간에 정확한 치수가 있기는 있을 것입니다만, 신이 제 자식에게 그것을 말로 깨우쳐줄 수가 없고 제 자식 역시 신으로부터 그것을 전수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흔 살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

위의 예제를 읽으면 무대의 한 장면 같은 그림이 떠오릅니다. 당상에 환공이 앉아서 책을 읽고 당하의 마당에는 백발의 노목수가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사가 시작되는 그런 연극무대 같은 그림이 떠오릅니다.

눈앞에 펼쳐 보이듯이 자기의 주장을 매우 쉽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는 장자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사실은 우리 강의도 이처럼 쉽고 비근한 예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고 반성하게 하는 예제입니다. 내용에 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교재에 소개된 본문은 天道 13절의 일부입니다. 그 앞 부분에서 ‘책’의 한계에 대하여 명쾌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만 소개하기로 하지요.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에서 도(道)를 얻기 위하여 책을 소중히 여기지만 책은 말에 불과하다. 말이 소중한 것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뜻이 소중한 것은 가리키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그 뜻이 가리키는 바를 전할 수가 없다. 도대체 눈으로 보아서 알 수 있는 것은 형(形)과 색(色)이요 귀로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은 명(名)과 성(聲)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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