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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5공으로 돌아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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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5공으로 돌아가려는가

이효성의 언론마당 <10>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 27일 지상파 방송3사와 케이블 TV 뉴스 전문채널인 YTN에 '불공정 시정촉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①"지난 8월 14일 방송사에 공정방송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들이 여전히 검찰의 흘리기 보도와 김대업의 일방적 주장에 의존하여 보도하는 등 방송이 '병풍'을 주도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주장하면서, ②'이정현씨 얼굴'을 방영하고 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라며 이의 자제를 요청했고, ③"검찰의 공식 발표도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흘린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방송하는 것은 불공정 방송"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 특히 그 종사자들과 노조, 언론단체, 언론운동시민단체들이 '방송장악 기도', '방송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방송 4사의 노동조합은 "한나라당은 군사정권적 신보도지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도지침'이란 5공정권이 언론의 보도를 정권에 유리하게 조정하기 위해 매일 언론사에 내려보낸, 구체적인 보도관련 지시사항들이었다. 예컨대, 1986년 1월 23일자 보도지침 가운데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김근태 공판. 사진이나 스케치 기사 쓰지 말 것.
-조순형, 박찬종 공판. 사진ㆍ스케치 기사 쓰지 말 것.
-신문 제목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개헌' 또는 '1,000만 명 서명운동'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

방송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요청은 특정한 표현이나 특정인의 사진을 쓰지 말아달라는 것으로 공교롭게도 위의 보도지침에서, 그리고 5공정권의 다른 보도지침에서 무수히 나오는 지시내용과 유사하다. 물론 5공정권의 보도지침은 언론에 요청한 것이 아니라 지시한 것이고, 한나라당의 공문 내용은 방송에 지시한 것은 아니고 요청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의석의 과반수를 가진 제1당이 한번도 아니고 거듭 그런 요구를 한다면 방송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따라서 그런 행위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또 주식회사인 문화방송을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출연금을 받은 기관이 재출연하거나 국가의 출자를 받은 기관이 재출자한 기관"은 감사원 감사대상으로 하면서도 국가의 출연금을 받은 기관이 재출자한 경우는 그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같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문화방송을 국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방송측은 문화방송이 형식적으로는 정부출연금을 받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재출자기관이기는 하지만, 국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상법상의 주식회사이고, 한국방송공사와는 달리 그 재정을 수신료와 같은 국민의 부담이 아니라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데다, 방송 행위는 국정의 작용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 국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문화방송을 포함하여 모든 방송은 방송법에 의하여 국가기관인 방송위원회의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고 국회는 이러한 방송위원회를 국정감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문화방송의 지배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또한 정부의 출연금을 받은 기관으로 국감의 대상이다.

이처럼 국회는 문화방송의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와 지배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피감기관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언론기관인 문화방송 자체를 국감대상으로까지 삼아 정치권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것은 방송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움직임은 오히려 '대선을 의식한 방송 길들이기 의도'라는 의심만을 받게 될 뿐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문화방송과 한국방송공사 제2채널을 민영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두 채널이 공영방송으로서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방송의 상업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이들마저 민영화하여 상업성의 폐해를 가중시키기보다는 그 공영성을 강화하여 일부 방송에서나마 공공성이 담보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하지만 이들을 민영화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당론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론은 한나라당의 성향과도 부합한다.

그런데 문화방송을 국감대상으로 삼겠다는 정책은 이런 당론과 배치된다. 문화방송을 국감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문화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공영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의 국감대상화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문화방송의 민영화 대신 공영성 강화를 당론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당론과 정책의 일관성이라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나라당의 문화방송 국감대상화 추진은 그 추진의 전후맥락에서 볼 때 '문화방송 길들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우리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권의 민주화와 함께 우리 방송도 정권이나 정치권의 예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 결과로 1997년의 대선에서는 방송이 신문보다 더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오늘날 학계에서도 신문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은 많아도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 오늘날 우리 방송 뉴스는 신문 뉴스보다 수용자들의 신뢰를 더 받고 있다. 이처럼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정착되어 가는 마당에 그것들을 침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움직임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의 보도가 자신에게 유리하면 공정하게 보이고 불리하면 불공정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방송은 그 영향력도 크다. 그래서 힘이 있는 세력은 방송에 불만을 갖기 쉽고 어떻게든 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곧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하여 정치권 특히 힘이 있는 정치세력은 좀 더 큰 아량으로 방송을 대해야 하고, 방송사와 그 종사자들은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의 어떤 간섭이나 유혹에도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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