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이번 방북 결정에 대해 집권 자민당 일각에서 경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언론들도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밑바탕에는 그의 방북이 국내정치적 고려에 근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깔려 있다. 경제불안과 지지율 하락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북외교를 택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의 한 간부는 "잘 되면 졿겠지만 마이너스 측면이 많지 않겠는가"라며 "왜 이런 일(방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아소 타로 자민당 정조회장은 "어떤 측면에서는 올가미인지 모르겠다. (북한은) 매우 무서운 상대"라고 경계심을 보였다.
일부 자민당 간부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외교에 관심이 적고 특히 아시아외교에 밝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 결정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방북 결정이 의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보수적 신문일수록 우려의 강도가 높은 편이었다.
예를 들어 산케이신문은 '관람자에 대해 인기 노리는 것은 금물' 제하의 사설을 통해 방북 결정이 "다이내믹한 사태 전개이지만 퍼포먼스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납치사건을 대북외교의 중심에 둔 국가전략을 명확히 하여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의 대응은 일련의 ‘미소외교’의 일환으로 보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상회담에서는 국교정상화 교섭보다도 우선 납치사건 해결"에 힘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또 요미우리신문은 '고이즈미 방북, 국면타개로 향한 결단은 결실을 맺을 것인가' 제하의 사설에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한편으로 우려하는 쪽도 있다"고 솔직하게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결정이 "너무 갑작스러워" "많은 사람들이 '왜, 이때'"라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국의 총리가 국교가 없는 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단한 결단"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이번 회담이 "국교정상화로의 일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 단순한 대면으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총리의 방문인 만큼 결실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닛케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번 양국 외무성 국장급협의에서도 납치문제 등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 있는 대응을 약속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고이즈미의 방북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의 공적에 급급해 하지 말라'제하의 사설에서 "사태의 진전이 너무 급격하다. 일본은 과거의 대북외교에서도 상대의 급격한 자세변화에 휘말렸다. 고이즈미 정권에게는 공적에 급급해 하지 말고 상대의 양보를 확실히 확보하면서 국익에 합하는 결실 있는 북일교섭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닛케이는 특히 "여러 현안은 애매한 상태로 둔 채 국교와 보상에 착수하면 위험한 군사독재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북한의 현체제를 온전시킬 뿐이다. 원조가 북한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성급합 수교교섭을 경계했다.
비교적 진보적 논조를 펴온 마이니치도 고이즈미 방북의 성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 신문의 사설 제목은 '
총리 방북, 실마리를 풀 승산은 있는가?'이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의 방북이 "역사적인 방문이긴 하지만 큰 위험부담도 있다"면서 "공적에 급급한 나머지 무원칙적인 교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이 신문은 "대부분의 외교교섭은 실무자간 절충에서 시작해 각료급을 거쳐 정상간 결말이라는 방식을 취하며 정상방문이나 정상협의는 양보를 끌어내는 최후의 외교카드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방북 결정은 이같은 외교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총리의 방북은 최대카드를 던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는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은 일점(一點) 돌파 회담이었으나 극적 타개가 되지 못했다"면서 "총리는 회담이 동북아 지역의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도록 의연한 자세를 관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돌연한 발표에 놀랐으나 직접 방북해 국면타개를 도모하는 총리의 결단을 평가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신문은 '북일정상회담, 살리고 싶은 총리의 결단' 제하의 사설에서 "갑자기 정상회담에 임하는 수법에는 실패위험이 동반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길을 연 남북대화가 기대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에 위험은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하지만 그 위험은 일본외교에 있어서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며 고이즈미의 방북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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