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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의 나라, 선거혁명의 주체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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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의 나라, 선거혁명의 주체는 누구인가?

[의제27 '시선']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0년 '서울의 봄' 시기 우리 국민은 민주화를 고대했다. 박정희의 사망으로 인해 무려 18년간이나 지속되었던 박정희 독재가 마침내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면서 쿠데타를 감행한 신군부세력은 민주화를 원하는 국민의 이 같은 기대를 저버렸다.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억압 통치의 몇 년 동안 민주화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민주화의 징후는 1985년 2.12 총선을 통해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선명 야당으로 등장한 신민당이 관제 야당인 민한당을 누르고 제1 야당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화국면을 계기로 재야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이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국에 걸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마침내 군부독재의 권위주의체제를 민주화시키기에 이르렀다.

2011년의 이 시점에서 새삼 1980년대의 과거 역사를 언급하는 것은 당시의 역사적 전환기에 이어 2010년 작년의 6.2 지방선거로부터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있을 내년 2012년까지의 기간이 우리의 현대사에서 또 한 번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시간만 흘렀다고 역사적 전환이 야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한국에서 20〜30년의 기간은 우리 사회에서 역사적 전환을 야기하는 총체적 모순이 축적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1960년 초 5.16 군사쿠데타 이후 약 4반세기 이상에 걸친 군부독재는 정치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압력을 증대시켰고, 그것은 마침내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으로 분출되었다. 그렇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4반세기가 되는 2012년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통해 그 동안 누적되었던 우리 사회의 모순이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한 번의 역사적 전환의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화 이후 축적된 우리 사회의 모순

1987년 민주화 당시 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했다.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의 헌신과 이에 호응하여 민주화의 항쟁에 동참한 국민들의 열기로 그 어렵던 민주화가 이루어졌을 때, 우리 사회의 미래 전망은 더없이 밝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전망이 매우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발전 이상으로 수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더불어 현재의 체제로서는 그것을 더 이상 치유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더욱 확대된다면,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도 치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득권층이 아닌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서민들은 미래에 대해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현재 체제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내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사회적 양극화이다. 이미 박정희 시기부터 구축되었던 지역적 양극화에 더해 민주화 이후, 특히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80 대 20의 극히 양극화된 사회로 변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사태를 더욱 비관케 하는 것은 지역주의를 그 기반으로 삼고 있는 우리 정치가 이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패권적 영남지역주의에 의지하여 그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보수 기득권층은 사회 양극화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탈냉전과 더불어 경제 교류와 평화 구축을 통해 변화되었어야 할 남북관계 역시 보수세력의 강력한 영향으로 인해 과거 냉전시대의 수준으로 되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혁명의 일환으로서의 서울시장 선거

사회의 모순이 축적되면 그것은 변화의 압력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한 계기를 통해 분출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분출은 곧 역사적 전환의 계기로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2010년 작년의 6.2지방선거로부터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의 과정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누적된 우리 사회의 모순이 분출할 수 있는 계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분출은 1987년과 같이 민주화 항쟁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일종의 선거혁명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권위주의체제에서는 선거가 별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민주화된 상황에서 선거는 누적된 사회적 모순이 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출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26서울시장 선거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나? 그것은 작년의 6.2지방선거에서부터 내년의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일련의 선거혁명 과정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선거혁명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가 TV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10.26서울시장 선거가 2010〜2012년 선거혁명의 한 과정이라면, 그것은 현실 안주가 아니라 변화를 가져오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것은 무엇보다도 복지시대 진입을 위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작년의 6.2 지방선거는 무상급식 등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인 복지 논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복지를 원하고 있음을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극력으로 반발했고 급기야는 무상급식 반대의 주민투표 소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서울 시민들은 오세훈 시장을 사퇴시킴으로써 그들의 복지 요구를 분명히 했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시장의 사퇴에 따라 치러지는 10.26서울시장 선거는 복지시대 진입을 위한 또 한 번의 중요한 시험대이자, 그 시험대의 최종적인 판가름이 될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가 복지시대 진입을 위한 선거혁명의 일환이라면 그 주체는 누구여야 하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을 제외한 모두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젊은층과 사회적 약자층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젊은층이 그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3포(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상징하듯, 현재의 상황에서 젊은층의 미래는 온통 회색빛이다. 따라서 이 같은 미래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선거혁명의 집단적 주체로 나서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층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약자층은 기득권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거 불참의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로서는 미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들의 삶을 향상시킬 미래의 변화는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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