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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같은 핏줄임을 느끼고 눈을 뜰 수 없었다"

8.15 공동행사 이모저모ㆍ주요인사 인터뷰

광복과 분단의 57주년을 맞아 남과 북이 서울에서 다시 만나 아리랑을 불렀다. 남북 민간교류의 결실이 서울에서 처음 맺어진 감격적인 수확이자 남북이 한 민족임을 깨닫게 하는 8.15민족통일대회가 15일 개막식과 함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애초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됐던 개막식 행사는 사진전에 전시될 북측 사진의 설명과 공동호소문 문구에 대한 남북간의 이견차이로 다소 늦어져 10시 40분경 시작됐다. 미리 행사장인 워커힐호텔 제이든가든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남측대표단 400여명은 116명의 북측 대표단이 입장하자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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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남북 여성 6명이 아리랑 노래에 맞춰 '단일기'로 명명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며 '단일기 게양식'을 가진 순간과 남북대표가 공동호소문을 낭독할 때였다. 남북대표단은 모두 일어나 '단일기'가 게양되던 순간을 지켜봤으며 공동호소문이 낭독될 때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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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혁필 북측 민화협 부회장과 최열 사무총장 딸의 만남**

개막식에는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딸 윤영(성공회대 2년)씨가 허혁필 북측 민화협 부회장의 초청으로 참석해 반가운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허 부회장은 윤영씨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사람 돼라"고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2월 새해맞이 남북공동모임이 무산되면서 허혁필 북측 단장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당시 전했으며, 서울에 도착한 후 최열 사무총장에게 윤영씨를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씨는 "의미있는 자리에 참여해 기쁘고, 보고 느끼면서 통일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운형 선생 딸 려원구 의장 14일 부친 묘소 참배**

14일 부친인 몽양 여운형 선생의 묘소를 참배한 려원구 조국전선 의장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려원구 의장은 개막식 행사 전 "큰 소원을 풀었다"며 "하나의 조선을 위해 하루빨리 통일되었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려 의장은 대회장을 나서면서는 "통일돼서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74세로 고령인 려 의장은 "어제 참배로 너무 피곤하기도 했다"면서도, 오늘은 친척 5-6명과 오후에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려원구 의장의 10촌 동생인 여익구씨는 부친 묘소를 참배하고 난 려 의장이 "마음이 흡족하고 모든 사람들이 고생한 결과"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으며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지연된 것이 유감이며 남과 북의 커다란 뉴스거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엄일규 북한 기자단장 "북남언론 통일지향적 언론돼야" 강조**

개막식 행사중에 만난 엄일규 북한 기자단장은 "북남언론은 통일을 지향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 지엽적인 것보다 큰 틀에서 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엄 단장은 북한의 경제개혁조치에 따른 임금인상 여부를 묻자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물가도 올리고 임금도 올렸다"며 "힘든 일하는 사람이 많이 받고 쉬운 일 하는 사람이 적게 받는 게 사회주의"라고 답변했다. 그는 임금이 올랐다고는 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옆자리에 서 있던 다른 북한 기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괜히 문제를 일으킬 기사는 쓰지 않는 게 좋지 않냐.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보고 기사를 쓰자"고 부탁했다. 그는 지난 해 평양 8.15공동행사 당시 '만경대' 관련기사 등 남측 언론보도로 불거진 파문을 의식하고 있었다.

한편 김지형 조선신보 기자는 남쪽 기자에 대한 평을 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남쪽 기자들은 시끄럽다"며 그 이유는 "조직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자가 신상에 대해 묻자, "취재하지 말라요!"라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자원봉사단 최청순씨 "같은 핏줄임을 느끼고 눈을 뜰 수 없었다"**

8.15 남북공동행사 자원봉사요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청순 청년통일광장 회원은 참여동기를 묻자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본다"며 "활동을 하기 전에도 설레였는데 하고 나니 더 설레인다. 어제 새벽 북측 공연단이 리허설을 하는데 짐을 나르면서도 가슴이 설레였다. 같은 핏줄임을 느끼고 눈을 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현재 19명이 활동하고 있고 주로 근접 안내 등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고 "행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행사 마지막까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행사를 보고 싶어했는데 행사가 축소돼 참여를 못했다. 많은 것들을 보고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만길 총장 "서울서 처음 열리는 8.15 공동행사, 남북교류 활성화의 시금석"**

개막식에 앞서 만난 강만길 상지대 총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8.15 민족통일대회는 분단 이후 남에서 개최하는 첫 대규모 남북공동행사로 북한사람들이 남한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남측의 북한 방문을 통해 남쪽 사람들의 북에 대한 이해의 폭은 많이 넓어졌다. 이제는 북한 사람들이 남쪽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강 총장은 "9월로 예정된 남북축구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남에 온다. 아시안게임에만 1천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북한 나름대로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이같은 남북교류를 지속시키는 시금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부영 의원 "정권교체 관계없이 남북관계 지속될 것"

민화협 상임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부영 한나라당 의원은 "10월초까지 많은 남북교류행사가 예정돼있어 이번 행사를 통해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문제는 12월 대선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정치권의 이해관계 등에 따라 남남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도 나름대로 답방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할 것이며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민족적인 관점에서 설득하고 추진해야 한다. 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지금 형성된 남북관계 흐름에 역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영길 대표 "남북관계 발전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꼭 이뤄져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북한이 8.15 민족통일대회에 대규모 민간대표단을 파견하고 남북대화 등에 나서며 적극적인 화해노력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정권교체 전 튼튼한 남북관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 문제의 경우 남한내의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동만 교수 "남북대화 원상회복되도록 분위기 조성해야"**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민간통일운동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작년 8월 평양에서 행사가 있었고 금강산에서도 행사가 있었는데 이번에 북측 대표단이 온 것은 획기적인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 교수는 "북측 100여명이 방남한 것은 교류 역사에 획기적인 일"이라며 "이번에 당국간 대화 및 남북대화가 원상회복 하는데 있어서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열리는 부문간 모임은 민간 교류 협력에 지속적인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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